"대학도 기술을 판다"
학문의 상아탑으로만 여겨지던 대학들이 보유한 기술을 개발,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나섰다.

대학들은 기술을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다시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는 선순환 구조가 돼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앞다퉈 기술지주사 설립에 나서고 있다.

◆대학기술지주회사란 = 대학기술지주회사는 지난해 2월 시행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산촉법)'로 허용됐다.

대학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이 기술을 보유한 자회사를 두고 이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그동안 대학에서 보유한 특허나 기술 등은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하거나 싼값에 기업에 팔리는 일이 많았다.

대학에서 기술을 직접 판매 관리하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재정도 풍부하게 한다는 발상이다.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이 운영권을 가져야 하는 만큼 기술지주회사 지분의 51% 이상을 대학이 소유해야 한다. 나머지 49% 이하는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도 있다.

기술지주회사는 각 자회사 지분의 20%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데 돈이 아니라 기술로 투자하게 된다.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기술거래소, 기술보증기금, 산업은행 등 정부가 지정한 3개 기관 중 한 곳에 의뢰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를 통해 기술의 가치가 20억원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면 총 자본금 100억원짜리 회사를 설립할 경우 대학은 회사에 20억원짜리 기술을 주는 것만으로 20% 지분을 확보하게 되는 식이다.

이후 이들 자회사에 투자한 지분만큼 대학은 배당금을 받는다. 해당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되면 학교는 그만큼의 자본 이득을 얻게 된다.

◆3개 대학 설립, 서강대 인가신청 =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보편화된 모델이다. 중국 칭화대의 경우 칭화홀딩스에서 무려 96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를 통해 칭화대가 거둬들이는 수입이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 스탠퍼드대도 자회사 20개를 설립해 연간 39억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한양대가 처음으로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했고 이후로 서울대와 삼육대가 차례로 인가를 받아 설립했다.

지난 12일에는 서강대가 4번째로 교육과학기술부에 기술지주회사(SGU홀딩스)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강대는 인가가 나오는 대로 오는 2월께 지주회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대표이사는 이철수 서강미래기술연구원(SIAT)부원장이 맡는다. SGU 홀딩스의 총 자본금은 23억3000만원으로 이 중 현물은 출자는 19억3000만원, 현금은 4억원 정도다. SGU 홀딩스는 제올라이트 기술, 초음파 영상장치, 차세대메모리반도체용 극저유전체 생산기술 등의 기술을 활용한 3개의 자회사를 상반기에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산촉법 시행 이후 10여개의 대학들이 앞다퉈 설립계획을 내놨지만 인가신청을 한 대학은 아직 4곳 뿐이다. 경쟁적으로 청사진은 내놨으나 많은 대학들이 특허기술 평가 비용( 1건당 2000만∼3000만원)과 가치평가금액이 자본금의 51%를 넘겨야 하는 요건 등을 충족시키지 못해 지주회사 설립이 늦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KAIST가 최근 지주회사 설립을 포기했다. 막대한 기술평가 비용이 부담이 됐다는 후문이다.

김보경 기자 bk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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