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져가는 '동북아 허브의 꿈'


광양컨테이너부두 건설이 시작된 1987년만 해도 광양항은 꿈에 부풀었다. 우리나라 제1의 부산항과 함께 투-포트(Two-Port)체제를 구축, 국내 물류전진기지 역할은 물론 북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허브포트(Hub-Port)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광양항은 기대를 모았던 양항(兩港)체제가 사실상 무너지고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컨테이너항들로 비관적인 전망마저 생겨나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 투-포트 체제 붕괴

본래 광양항은 경부축에 몰려 있는 우리나라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분산시키고 유사시와 항만 파업 등에 대비한 대체항만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북중국의 항만들이 재래식 부두에다 주 간선 항로상에서 멀리 위치해 있어서 환적항이 필요하다는 경제적 논리가 더해지면서 광양항은 부산항과 함께 양항으로 육성키로 해 발전 가능성을 한층 높여줬다.

당초 광양항은 2011년까지 24선석을 건설, 연간 528만TEU를 처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러한 개발계획은 북중국의 환적화물과 부산항의 수출입 화물이 급증하면서 2001년 다시 율촌에 9선석을 건설, 총 33선석으로 늘려 연간 930만TEU를 처리하는 동북아 중추항만으로 개발한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변경되었다.

그러나 이같은 투-포트 정책은 90년대 후반 부산항에서 넘쳐나는 화물을 광양항에 줄 수 없다는 부산지역 여론이 고개를 들면서 민자로 신항개발론이 부상, 희석되기 시작했다.

90년대 말에는 동서화합 차원에서 민자로 돼 있던 신항만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고 이후 2000년대 초반에는 부산 구항(북항)을 폐쇄하고 대신 친수공간을 만들며 신항만을 개발해 구항부두를 이전시키기로 한다면서 신항만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왔다.

부산항은 현재 23선석이 운영 중이나 이미 신항만에서 6선석이 준공 운영되고 있고 연말이면 7선석이 준공돼 13선석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오는 2015년까지 신항만 총 30선석을 개발, 부산항을 53선석으로 늘려 연간 1500만TEU의 적정처리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광양항으로 분산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화물은 분산은커녕, 부산항의 대폭적인 시설 확충에 따라 화물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고 광양항은 화물난으로 초기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채 심각한 운영난에 빠져 있다.

◆우후죽순 컨부두, 심화되는 화물난

부산 신항만(현재 6선석 운영, 올해 말까지는 17선석이 준공될 예정임) 건설 이후 전국 주요 항만에도 컨부두 건설붐이 일고 있다.

광양항이 화물난으로 16선석 건설에서 사실상 머물고 있으나 부산신항은 30선석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인천항이 현재 11선석에서 25선석까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평택ㆍ당진항이 4선석을 개발, 운영 중인데 오는 8월이면 3선석이 추가돼 7선석으로 늘어날 예정이고 울산항이 2선석에서 오는 7월이면 4선석이 추가돼 6선석, 포항 영일만항이 처음으로 오는 8월에 4선석이 준공되고 1선석을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새만금항도 2조원을 들여 컨테이너항만을 개발키로 하고 현재 개발계획을 용역 중이다.

이같이 컨테이너항은 부산과 광양뿐 아니라 전국 주요지역에서 개발되면서 화물난을 더욱 심화시켜 갈수록 광양항의 성장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07년 우리나라 총 컨테이너물동량은 1754만TEU였는데 이 중 부산항이 1327만TEU로 75.7%를 차지했으며 광양항이 172만TEU로 9.8%, 인천항이 166만TEU로 9.5%, 울산항이 38만TEU로 2.2%, 평택항이 32만TEU로 1.8%를 각각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부산항이 1340만TEU로 1.1% 증가했고 광양항은 181만TEU로 5.2%, 인천항 170만TEU로 2.0%, 울산항 40만TEU로 0.3%, 평택 35만TEU로 0.1% 등 미미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항만 개발은 이곳저곳에 생겨나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앞지르는 불균형 현상이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체 물동량은 2003년 1318만TEU였던 것이 2007년 1754만TEU로 436만TEU 늘어났는데 이 중 환적화물 156만TEU를 제외하면 실제 국내 수출입화물은 4년동안 280만TEU가 늘어난 것이다. 이는 연간 70만TEU에 불과한 양이다. 올해까지 합치면 연간 증가물량은 더 줄어든다.

◆ 트리거 룰에 족쇄 묶인 광양항

광양항의 개발계획은 현재 34선석(율촌 포함)으로 구상돼 있지만 물량 증가 없이는 상부공사를 준공시킬 수 없다는 정부의 트리거-룰 Trigger-Rule) 정책때문에 부두 건설은 사실상 중단상태에 빠져 있다.

이미 4선석 부두 건설계획으로 추진된 3-2단계 공사가 지난해 10월로 화물이 없다는 이유로 하부공사를 끝낸 채 중단상태고 올해부터 착공할 계획인 3-3단계(5선석) 민자부두도 물량 없이는 상부공사를 못하는 조건으로 개발을 허가했기 때문에 광양항은 물량 증가 없이는 부두 확장과 운영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태다.

양항으로 개발하겠다던 정부 정책은 광양항 건설 20여년만에 여러 항만들이 생겨나면서 자취를 감춰가고 처음부터 1국1항주의를 내세운 부산항(신항만)만 더욱 개발과 성장에 탄력을 받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의 물량 증가가 없을 경우 광양항의 항만 확충은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으며 아울러 동북아 허브포트 육성 기대도 물거품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광양=김귀진 기자


[인터뷰] 김명수 순천대 동북아물류연구소장

"현재로선 정부의 양항체제가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사회가 광양항 활성화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나아갈 바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진한 광양항 활성화에 대해 김명수 순천대동북아물류연구소장(물류학과 교수)은 "부산 신항을 비롯해서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항만이 개발되고 수도권 규제 완화에다 북중국 항만도 급속한 개발과 성장으로 환적화물 기대도 어렵게 돼 가고 있는 등 광양항 환경이 더 악화되고 있어서 항만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지역사회의 대응책 마련이 절실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처럼 중앙정부차원에서의 항만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기에 지역에서 지혜를 한데 모아 기업하기 좋은 지역을 만들어 기업을 유치하고 화물연대 파업이 없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과감하게 개선시켜 로컬화물을 창출토록 해 나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광양항의 미래에 대해 중앙정부나 지자체, 지역사회 모두의 관심이 멀어져 가고 있는 것도 활성화의 저해 요인이 되고 있으며 부산ㆍ인천처럼 전남도나 지자체, 지역사회가 높은 관심을 갖고 현실을 인식해 항만 활성화를 재정립시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당초 투-포트 육성에는 균형발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는데 부산항을 살리려는 의도에선지 원-포트로 가는 것이 낫다고 표명하며 광양항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나오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며 "서남권 개발이나 선-벨트의 남중권 개발, 여수세계엑스포 성공 등을 위해서도 광양항 활성화는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 강화를 주문했다.

김 소장은 아울러 "정부가 신항만 개발만 하지 않았어도 광양항은 지금쯤 연간 400만~500만TEU를 처리하는 중형 항만으로 성장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낸 뒤 "여수ㆍ순천ㆍ광양 등 3개 시 통합으로 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등 차별화된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광양=김귀진 기자

오는 2015년까지 30선석으로 개발될 부산 신항만. 부산항은 북항과 합해 총 53선석으로 확충, 연간 1500만TEU의 적정 처리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광양= 김귀진기자

광남일보 제2사회부 gnib@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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