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에서 비롯된 경기 불황으로 호주머니가 얇아진 일본인들의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새해 첫 대목이었던 '후쿠부쿠로' 경쟁에서 매년 장사진을 이루던 브랜드 매장은 한산한 반면 식료품이나 내의 등 실용성이 강한 매장만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요미우리신문이 5일 전했다.
'후쿠부쿠로'는 복주머니라는 뜻으로 일본 유통업계가 매년 새해를 맞아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쇼핑백에 제품들을 무작위로 담아 균일가로 판매하는 일종의 묻지마 쇼핑을 말한다.
할인률은 최대 70%에 육박해 인기 브랜드 매장에는 정초부터 돈을 쓰려는 소비자들로 장사진을 이루게 된다.
신문은 새해를 맞아 한창 들떠있는 소비자들도 과거 버블경기 붕괴 이후의 생활고를 떠올리며 사치나 충동구매는 허용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도쿄 시내에 위치한 대형 백화점 세이부에서는 1100개의 후쿠부쿠로를 준비했지만 백화점 측의 예상을 깨고 인기를 모은 것은 '야채 후쿠부쿠로'.
당근·감자·양파 등 10kg 가량의 신선한 야채에다 메론 1개를 덤으로 얹은 이 후쿠부쿠로는 판매 첫날인 2일 오전 중에 동이 났다.
다른 백화점에서도 매장 문을 열기 전부터 장사진을 이룬 고객들이 식품 매장에만 몰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다이마루 도쿄점에서는 통조림·과자 등 유통기한이 긴 식료품으로만 채운 1000엔짜리 후쿠부쿠로 1000개가 1시간만에 품절됐다.
식료품 이외에 화장품·양말·수건 등 생활필수품을 찾는 고객들도 많았다.
요코하마에 있는 소고백화점에서는 연중 세일을 거의 하지 않는 화장품 후쿠부쿠로가 인기를 끌었고 대형 슈퍼마켓인 이토요카도에서도 내의나 아동복 등이 호조를 보였다.
한편 실용지향 양상은 고가의 제품에서도 나타났다.
도쿄의 번화가인 긴자에 있는 백화점 마쓰야는 예년 같으면 불티가 났을 십이지간을 본뜬 금 장식품은 팔리지 않아 재고로 전락하는 한편 어린이용 골프세트 후쿠부쿠로는 10개가 당일에 모두 판매됐다고 밝혔다.
긴자 마쓰야의 상품 기획담당은 "불황에도 자신의 아이를 세계적 골프선수로 키우고픈 부모의 '꿈'과 '실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새해 첫 대목 매출은 백화점·슈퍼마켓 모두 예년 수준을 밑돈 것으로 집계됐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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