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염산 설도항 젓갈시장을 가다

청정 칠산바다에서 수확 ~김장철 앞두고 전국서 주부들 발길 이어져.
새우젓을 비롯 황석어젓, 갈치젓 등 없는게 없어..순수 국내산만 취급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면서 날씨가 쌀쌀해졌다. 김장철을 앞두고 영광 염산 설도항으로 달렸다.
 
영광 염산 설도항에 도착하자 수십여척의 뱃머리 주변에는 수백여마리의 갈매기가 하늘높이 날아다니면서 끼릭∼끼릭∼ 소리를 내면서 나그네를 반겼다.

어민들의 삶이 묻어나는 설도항을 카메라에 담았다. 주변에서는 갓 잡은 새우를 손질하는 어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워메 얼른 오시요, 요것이 금방 칠산 앞바다에서 건져온 생 새우랑께, 싸게 줄랑께 사가지고 가시요"하면서 줄줄이 늘어선 상가에서 울려퍼지는 아낙네들의 구성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설도항 포구에서는 칠산바다에서 막 건져온 새우를 고르기 위해 아낙네들이 삼삼오오 모여 분주하게 손을 놀리고 있다.

"아따 어디서 오셨는가 모르것는디 왜 사진을 찍고 날리여” 아낙네가 말을 건넨다. "아짐, 지금 무슨 작업을 하시는 건가요”라고 묻자, “보믄 모르것소, 바다에서 잡아온 새우를 고르는 것인디, 이것이 제일 큰 일이여. 손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당께"하면서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받는다.


구수하고 맛깔스런 젓갈하면 '딱' 떠오르는 곳, 바로 영광 염산의 설도항이다. 이미 설도항 일대 젓갈단지에는 멀리 서울, 광주 등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주부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하다. 김장철을 앞두고 주말이면 설도항은 젓갈을 구입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주부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다.


전형적인 어장 풍경을 자랑하는 염산 설도항.
설도에서 젓갈이 생산된 계기는 192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먼저 설도는 당시 와도(사람이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누운섬·臥島)라는 조그만 섬이었으나 1930년께 일제시대 설도관문이 건설되면서 육지의 바닷가로 자리잡게 됐다. 이 와중에 누운섬이 눈섬 발음으로 한자로 설도(雪島)가 되었다.

설도항 젓갈로 김치를 담그면 김치의 맛이 시원해지고 영양가도 높아져 김장철이면 설도젓갈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설도항 일대는 젓갈상가들과 수산물상가들이 빼꼭하게 들어서 있으며 각종 젓갈과 어민들이 직접 잡아온 꽃게, 보리새우, 광어, 민어, 병어 등 싱싱한 수산물을 값싸게 살 수 있다. 또한 김장에 꼭 필요한 싱싱한 생새우도 싸게 구입 할 수 있다.


청정지역 칠산앞바다에서 막 건져온 싱싱한 새우도 사고, 아름답게 펼쳐진 설도항 포구도 보면서 다가오는 겨울채비를 해보면 어떨까.

설도는 그 동안 영광 굴비에 밀리고 또 젓갈로 유명한 소래포구나 곰소에 가려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일제 강점기부터 소금과 젓갈로 명성을 날려온 숨겨진 곳이다. 특히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외국산이 아닌 국내산 젓갈만을 살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 곳이다.


젓갈은 일종의 균식품으로 어패류를 염장 발효시켜 독특한 감칠맛이 나도록 한 우리나라 특유의 저장식품으로 독특한 맛과 향, 영양을 갖는 음식이다. 옛부터 기호식품으로 조미료 및 김치의 재료로서 널리 식용돼 왔다.

또 젓갈은 생선이나 조개류 또는 그 내장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단백질이 풍부하고 이들이 분해되어 글루탐산핵산 물질과 휘발성 성분 등이 있어 젓갈 특유의 구수한 맛과 영양성분을 높여주고 있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소화효소가 많아 속탈이 났을 때 민간요법으로 쓰이고, 지방 분해효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쌀밥을 주식으로 할 때 부족하기 쉬운 필수 아미노산, 즉 라이신과 트레오닌을 보충해 준다. 물론 김치의 재료로 사용하면 김치가 익으면서 새우젓, 멸치젓, 황석어젓 등의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며 뼈도 녹기 때문에 칼슘의 공급원이 되기도 한다.


또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새우젓의 경우 발효되는 동안 새우껍데기에서 존재하는 키틴이 일부 분해되어 키틴올리고당이 된다. 이 키틴올리고당은 면역력을 증가시켜 암을 억제하고 전이를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풍미를 갖고 있는 설도 젓갈은 특히 전통적인 가공방법을 소비자기호에 맞게 위생적으로 개발, 상품화한 덕분에 전국 젓갈 생산량의 27%, 전남 젓갈의 30% 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젓갈 가게로 들어서자 우선 곰삭은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각종 젓갈들이 한 눈에 보인다. 아낙네들이 한 점씩 입에다 넣고 맛을 본다. 한 아주머니는 "밥이라도 한 공기 있으면, 금방 담근 김장 김치 한 폭을 옆에 두고, 살이 통통한 멸치젓을 얹어 한번 먹고, 김치를 걸쳐 한번 더 먹고, 좀 짜다 싶으면 굴 한 수저 떠 넣으면 그만이지"라고 흥을 풀어놓는다. 그러면서도 이것저것 주문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설도에서 맛 볼 수 있는 젓은 조개젓, 엽삭젓(송어젓), 황석어젓, 갯물토하젓, 오젓, 육젓, 잡젓, 북새우젓, 멸치젓, 짜랭이젓(병치새끼), 갈치젓, 명란젓, 창란젓, 오징어젓, 숭어젓, 까나리액젓 등으로 모두 다 나열하기에 숨이 찰 정도다.

이중 최고로 쳐주는 젓은 ‘오젓과 육젓’으로 한 드럼에 수 백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새우를 이용한 젓을 백하(白蝦)젓이라고 하는데 젓을 담아 놓으면 새우색깔이 하얗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따라서 설도의 대표적인 소득원은 새우젓이다. 새우젓은 3, 4월에 잡는 봄젓, 5월에 잡는 오젓, 6월에 잡는 육젓, 가을에 잡는 추젓, 중하젓(봄 중하, 가을 중하)으로 구분하는데 오젓과 육젓이 가장 좋은 젓이다.

5월과 6월에 잡히는 새우가 육질과 색깔이 가장 좋다. 좋은 젓갈을 만들 때 새우나 생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또 소금이다. 소금 맛을 결정하는 것은 갯벌이다. 좋은 갯벌이 있어야 하고 여기에 바람과 햇볕이 만나야 좋은 소금이 생긴다. 그 때가 바로 5월과 6월이며 그 젓이 바로 오젓, 육젓이다.


오젓과 육젓은 너무 비싸 옛날 서민들은 쳐다보지도 못했다. 좋은 소금과 물 좋은 생선과 새우가 버무려져 깊은 굴속에서 잘 숙성이 된 젓갈이 바로 염산면 설도항의 젓갈이다.

설도항이 가장 붐비는 철은 역시 김장철이다. 보통 11월 중순부터 말까지 많은 사람들이 젓갈을 찾는다. 이 때 젓갈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한다.

염산이 이처럼 젓갈로 유명한 이유는 인근에 칠산어장이 있기 때문이다. 새우젓을 담그는 새우는 일반 새우와 달리 크기가 작고 껍질이 얇은 특징이 있는 새우로 젓새우라고 불린다.

때문에 휴일이면 젓갈을 사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로 설도항이 넘쳐난다. 특히 설과 추석명절이면 김장용이나 1년 먹을 용도로 젓갈을 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젓갈 상인들이 설도항을 중심으로 상가가 밀집해 젓갈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설도 젓갈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젓갈하면 흔히들 소래포구나 곰소가 가장 유명하다고 생각하지만 염산 설도는 일제강점기때부터 소금과 젓갈로 이름을 날린 곳으로 젓갈거리로는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진짜 젓갈 맛을 아는 사람들은 이곳에서만 젓갈을 구입한다.

▲설도 가는길=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영광읍-군남면-염산면-설도

광남일보 노해섭 기자 nogar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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