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유심으로 수백억 챙겼다…中 해킹조직 32명 검거
'유심 복제' 총책 2명 구속 송치 예정
개인정보 해킹하고 계좌 잔고 빼돌려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피해액 734억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과 대기업 회장 등 국내 재력가들의 금융자산 계정을 해킹해 700억원대 자산을 빼돌린 중국계 해킹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등 18개 혐의로 중국 국적 해킹조직 총책 A씨(40)와 B씨(36)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 등 혐의를 받는 조직원 8명은 구속 송치했고, 공문서위조죄 등 혐의를 받는 22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이외에도 해외 조직원 9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를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유심(USIM) 복제와 유심 부정개통 수법으로 피해자들의 금융자산과 가상자산 계정에 침입해 금전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8월 B씨가 유심 부정개통 관련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유심복제 수법을 통한 범행도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단순 공범이 아니라 총책인 점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들은 피해자 명의의 '쌍둥이 유심'을 만드는 방식으로 문자 인증과 금융 '일회용 비밀번호(OTP)'를 가로채는 신종 수법을 사용했다. 총 피해액은 734억원에 달했다.
A씨 등은 2022년 5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이동통신사 가입자 13명의 유심 고유 정보를 빈 유심칩에 복제해 이른바 '쌍둥이 유심'을 만든 뒤 피해자 명의로 기기변경을 시도했다. 피해자 휴대전화가 통신망에서 끊기는 순간 A씨 등이 가진 단말기가 정상 기기로 등록되면서, 피해자에게 전송되는 문자 인증번호와 금융 OTP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런 방식으로 피해자 4명의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에 침입해 약 89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가로챘다.
경찰과 통신사가 비정상 기기변경 차단 시스템을 구축하자 조직은 곧바로 수법을 바꿨다. A씨 등은 2023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알뜰폰 사업자 12곳의 비대면 개통 시스템 취약점을 해킹해 피해자 92명 명의 유심 122개를 무단 개통했다. 또 공공·민간 사이트 10곳을 해킹해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빼낸 뒤 아이핀과 공동인증서까지 발급받았다. 이후 금융기관과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에 침입해 약 395억원 상당 자산을 가로채고, 추가로 250억원 상당을 빼돌리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특히 인증수단 탈취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해외 체류자나 수감 중인 재력가들을 선별적으로 노렸다. A씨 등은 총책과 관리책, 행동책, 세탁책으로 역할을 나눠 움직였다. 총책들은 ▲해킹 ▲유심 정보 확보 ▲계정 침입 ▲신분증 위조 ▲자금세탁 등을 총괄했고, 국내 조직원들은 ▲유심 복제 ▲휴대전화 개통 ▲인증문자 수신 ▲범죄수익 세탁 등을 담당했다.
경찰은 3년11개월에 걸쳐 수사관 55명을 투입하고 압수수색·검증영장 531건을 집행했으며, 해외 출장도 7차례 진행했다. 경찰은 국내 관리책·행동책·세탁책 등을 순차 검거하던 중 첨단 사이버 추적기법을 통해 총책 B씨의 신원을 특정했고, 태국 입국 첩보를 확보해 현지 경찰·인터폴과 공조 수사에 나섰다. 결국 지난해 5월 태국 방콕 은신처에서 총책 B씨를 검거했고 함께 있던 중국인 A씨는 불법체류 혐의로 현지 당국에 의해 구금됐다. 이후 압수물 포렌식과 기존 사건 빅데이터 교차 분석을 통해 A씨 역시 조직 공동 총책이자 과거 '유심 복제' 범행까지 주도한 인물이라는 점을 추가로 밝혀냈다.
금전을 빼앗긴 피해자 중에는 기업 회장·대표·임원 등 10명, 연예인·인플루언서 3명, 가상자산 투자자 3명 등이 포함됐다. 이 중 100대 그룹 관계자도 3명이 포함됐다. 해킹 피해자는 271명에 달했고, 이 중 100대 그룹 관계자는 22명이 포함됐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놀랄만큼 주라"던 李 대통령 말에…신고포상금이 ...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신종 초국경 해킹 범죄"라며 "추가 공범과 해외 연계 조직 여부에 대해서도 인터폴 등과 공조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