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대신 프로젝트, 이름 대신 닉네임…맥북으로 수업하는 이 학교
대안교육기관 거꾸로캠퍼스 현장 참관
학생 주도 프로젝트로 문제 해결 능력 키워
모든 수업에 맥북 활용…창작 중심 수업 도구로
지난 19일 찾은 서울 성북구의 거꾸로캠퍼스. 건물로 들어서자 투명 유리창으로 분리된 회의 공간이 여러 곳 나왔다. 세네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부터 몇십 명이 한 번에 모일 수 있는 공간까지 다양했다. 언뜻 봐서는 스타트업 사무실이나 공유오피스가 떠오르는 이곳은 '학교'다. 거꾸로캠퍼스는 고등학생 연령대(만 16~19세)의 학생들이 다닐 수 있는 대안교육기관(비인가 대안학교)으로 서울시교육청에 등록돼 있다.
분위기는 여느 학교와 비교해 사뭇 달랐다. 교복 대신 각자의 개성을 살린 사복을 입은 학생들은 삼삼오오 테이블에 모여앉아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복도에도 학생들이 직접 그렸다는 벽화가 빼곡했다. 학사제도도 다른 학교들과는 다르다. 보통 학교에 있는 학년 제도와 시험, 성적이 없고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 대신 학생 주도 팀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통해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역량을 키우도록 하고 있다. 수평적인 문화를 위해 학생은 물론 교사들도 이름 대신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른다. 이 학교의 교장 격인 헤드코치 이정백씨도 학생들에게 '쩜백'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린다.
학생들이 교과서나 문제집 대신 애플의 맥북을 들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곳은 애플의 교육기관 대상 지원 프로그램인 '애플 디스팅귀시드 스쿨'(Apple Distinguished School·ADS)에 참가하고 있다. 전체 재학생의 95% 이상이 맥북을 사용하고 있고, 애플은 교사들을 위한 교육 등을 제공한다. 현재 국내에는 거꾸로캠퍼스를 비롯해 12곳의 학교가 ADS에 참가하고 있다.
수업 역시 맥북 운영체제(OS) 맥OS의 기본 프로그램인 '넘버스'와 '페이지스'를 바탕으로 진행한다.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인 넘버스를 통해 교사가 수업 주제를 마인드맵으로 그리면 학생들이 직접 문서 공동편집 기능을 통해 내용을 채워나가는 식이다. 문서 편집 프로그램인 페이지스를 통해서는 학생들이 프로젝트의 내용을 정리한 뒤 전자책으로 출판까지 하고 있다.
이 헤드코치는 "학습 과정을 디지털 중심으로 구성하면서 학생들이 콘텐츠 소비보다는 창작 중심으로 기기를 다루기를 바랬다"면서 "맥북에서 기본 제공되는 무료 프로그램들이 수업이나 창작 활동에 좋은 도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학교의 교육과정은 실습과 창작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6학기의 교육과정 중 핵심인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앱을 만들어 출시하거나 사회공헌 캠페인을 펼친다. 재학 중 가정용 상비약을 관리할 수 있는 앱을 만들어 출시한 팀도 있고,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계단에 경사로를 직접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팀도 있다. 이 학교 재학 중 예비창업패키지에 합격해 실제 창업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
거꾸로캠퍼스 재학생 김유민씨(닉네임 '환희'·19)도 지난해 11월부터 통원 치료가 필요한 고령층 환자들과 청년 봉사자들을 잇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플랫폼 개발을 위해 어르신들의 병원 통원을 돕는 봉사활동도 여러 차례 진행했고, 지금은 플랫폼의 방향을 설정한 뒤 실제 개발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에서도 맥북은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은 페이지스와 키노트(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의 문서 공동편집 기능을 통해 팀원들과 공동 관리하고 있고, 회의 중 대용량 파일을 보내야 할 일이 생기면 애플의 근거리 파일공유 시스템인 '에어드롭'을 활용한다. 수업 과정에서 배운 인공지능(AI) 기반 코딩을 활용, 플랫폼에 쓰일 스마트폰 앱이나 관리용 웹페이지를 맥북으로 직접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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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캠퍼스 졸업 이후에도 창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싶다는 게 김씨의 바람이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거꾸로캠퍼스에 입학했는데, 학교를 다니며 접한 게 많다 보니 창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면서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도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이어서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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