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터뷰]초원과 한반도 잇는 '선율'…한·몽 문화교류 새 장
수헤 수흐볼드 주한 몽골대사 "韓 문화 영향력 엄지척"
안주은 몽골 문화대사 "칭기즈칸 오페라로 세계시장 도전"
'세계소리페스티벌'서 몽골 음악 소개
10월 몽골 체험 대규모 행사 추진
'비자 장벽'은 관광·교류 확대 과제
"몽골 문화대사로서 칭기즈칸을 주인공으로 한 한국·몽골 합작 오페라를 제작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싶습니다."(안주은 씨제스 파운데이션 이사장)
"오페라를 통해 칭기즈칸이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라 종교·문화·예술을 후원한 위대한 군주였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수헤 수흐볼드 주한 몽골대사)
외국인 최초로 몽골 문화대사에 임명된 안 이사장이 오페라 구상을 밝히자, 수흐볼드 대사는 제작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두 사람을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주한 몽골대사관에서 만났다. 수흐볼드 대사는 지난달 17일 안 이사장에게 문화대사 임명장을 수여했다. 몽골 외교부가 외국인을 문화대사로 임명한 첫 사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K컬처의 영향이 이번 파격 인사의 배경으로 꼽힌다.
수흐볼드 대사는 몽골에서도 K컬처 열풍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몽골인은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 20년간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특히 두드러졌다"며 "최근에는 가정 식탁에 김치가 빠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단국대 뉴뮤직과 교수이자 오페라·뮤지컬 연출가로 활동하며 문화예술을 통한 민간 외교에 힘써왔다.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한국·키르기스스탄 수교 33주년 기념 공연 등을 이끌었고, 지난해 이탈리아 시칠리아 타오르미나 원형극장에서 공연된 '아이다' 연출도 맡았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한국·몽골 수교 35주년 기념 콘서트를 선보였다.
수흐볼드 대사는 "몽골·한국·이탈리아 성악가들이 함께한 수준 높은 공연이 인상 깊었다"며 "몽골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만큼 양국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몽골은 문화예술적으로 매우 발전한 나라"라며 "특히 한국에는 드문 오페라 전용 극장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울란바타르 극장은 한 달 정도를 제외하면 연중 공연이 이어지고, '투란도트'와 '라 트라비아타'를 연이어 무대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전속 성악가뿐 아니라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발레단까지 상주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오페라극장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대부분 다목적 공연장 형태로 운영된다. 상시 제작 체계를 갖춘 전용 극장은 드문 실정이다. 성악계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 이사장은 "문화예술 인프라는 오히려 몽골이 더 뛰어나다고 본다"며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수흐볼드 대사는 울란바타르에 오페라 전용 극장과 전통음악 극장 등 국립극장이 10곳 가까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기반 속에서 세계적인 성악가도 배출되고 있다. 엔크바틴 아마르투브신이 대표적이다.
수흐볼드 대사는 몽골 성악의 경쟁력을 유목 문화에서 찾았다. 수흐볼드 대사는 "유목 민족은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며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고유한 방식으로 표현해왔다"며 "이 같은 전통이 성악 예술로 이어져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를 배출하는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에서 유목 생활을 하는 몽골인 가운데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덧붙였다.
안 이사장은 이런 몽골인을 두고 "하늘을 바라보는 민족"이라고 표현했다. 사색을 위해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예술성이 깊다는 의미다.
안 이사장은 8일 KBS홀에서 열리는 '세계 소리 페스티벌'에서 몽골 전통음악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몽골·이탈리아·키르기스스탄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공연"이라며 "실크로드를 주제로 다양한 문화가 연결되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수흐볼드 대사는 2024년 6월 부임 이후 한국 생활 2년째를 보내고 있다. 그는 지방을 자주 찾으며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지역 문화 활성화 정책과 불교 문화가 깊게 자리 잡은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사찰을 찾으며 마음의 평온을 얻었다고도 했다.
특히 설악산 신흥사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꼽았다. 그는 "극락보전으로 향하는 문이 낮아 누구나 허리를 굽혀야 한다"며 "그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가르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교류 역사는 1000년에 가깝다"며 "앞으로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글 역시 중요한 연결고리로 꼽힌다. 몽골에서는 수교 이후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어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2007년 울란바타르에 세종학당이 처음 설립됐다.
수흐볼드 대사는 "현재 몽골에는 울란바타르대와 몽골국립대, 후레정보통신대, 몽골국립생명과학대 등 4곳에서 세종학당이 운영되고 있다"며 "매년 수천 명의 학생이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학당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몽골 세종학당 수강생 수는 2420명으로 집계됐다.
K컬처 확산과 함께 한국을 찾는 몽골 관광객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몽골 관광객은 16만6901명으로, 전년(14만1902명)보다 17.6% 증가했다. 다만 전체 외래 관광객 1894만명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미치지 못한다.
수흐볼드 대사는 비자 문제가 몽골인의 한국 방문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몽골은 한국인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지만, 몽골인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별도의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며 "발급까지 3~4주가 걸려 관광 활성화에 제약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단계적 비자 면제와 단체 관광 활성화 정책이 시행된다면 더 많은 몽골인이 한국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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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이사장은 "몽골 문화를 더욱 널리 알리며 양국 교류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오는 10월 콘서트와 함께 사진·그림 전시, 게르 체험 등 몽골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대규모 행사를 준비 중"이라며 "문화대사로서 단순한 교류를 넘어 양국이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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