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개 마을·7억원 규모 확대… 농업·복지·공동체 결합 모델 정착

경남 하동군이 농번기 끼니 해결을 넘어 공동체 회복까지 아우르는 '하동 형 농번기 마을식당 운영 지원사업'을 대폭 확대하며 농촌 정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바쁜 농번기, 농민들의 하루는 새벽부터 해 질 때까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식사는 종종 뒷전으로 밀리고,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익숙하지만 절대 당연하지 않은 이 풍경을 바꾸기 위해 하동군은 '함께 먹는 식사'라는 해법을 꺼내 들었다.

이 사업은 단순한 급식 지원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동체 회복 정책이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 1인 가구 증가로 약화한 '함께하는 밥상'을 다시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 주민의 말처럼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정책의 출발점이다.

[사진 제공=하동군] 마을 공동식당 운영

[사진 제공=하동군] 마을 공동식당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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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입증된 효과… "밥상 위에서 공동체가 돌아왔다"

2025년 사업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총 96개 마을에서 운영되며 2755명의 주민이 참여했고, 4월부터 11월까지 총 3252일 동안 약 7만9510식의 음식이 제공됐다. 이는 단순한 급식을 넘어 농번기 동안 약 8만 번에 가까운 '함께하는 식사'가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마을 단위 공동식당이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끊어졌던 관계가 다시 이어지고 공동체 회복 가능성이 현장에서 확인됐다는 평가다.


◆ 참여 문턱 낮추고 지원 확대… "더 가까이, 더 촘촘하게"

2026년에는 사업이 한층 진화했다. 참여 기준을 기존 15명 이상에서 10명 이상으로 완화해 소규모 마을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마을 내 최대 2개소까지 운영을 허용해 접근성을 높였다.


지원 규모도 확대됐다. 마을당 지원 한도는 500만원에서 최대 800만원으로 늘었고, 부식비 단가 역시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돼 식사의 질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조리도구와 식기 구입이 가능한 운영비 항목이 신설되며 지속 가능한 공동식당 기반도 마련됐다.


◆ 117개 마을·7억 원 투입… "농촌 정책, 하나의 모델로"

올해 사업은 총 117개 마을을 대상으로 약 7억1200만원이 투입되며, 3월부터 12월까지 농번기에 맞춰 운영된다. 특히 군비와 함께 고향 사랑기 부금이 활용되면서 지역 안팎이 함께 만드는 참여형 정책으로 확장되고 있다.


옥종·양보·악양 등 농업 비중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배치됐으며, 작물과 농번기 시기를 고려해 연 2회 분할 운영도 가능하다. 운영 기간과 급식 인원, 예산 편성 역시 마을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 '주민 주도형' 구조를 완성했다.


이 사업의 핵심 원칙은 분명하다. 도시락 배달이나 외부 위탁이 아닌, 반드시 마을 공동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끼니 해결이 아니라 관계 회복에 정책의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하동군] 마을 공동식당 운영

[사진 제공=하동군] 마을 공동식당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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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에서 시작된 변화"… 농촌의 내일을 만들다

하동 형 마을식당은 영양 공급을 통한 농업 생산성 유지, 고령농과 1인 가구의 식사 문제 해결, 그리고 공동체 회복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있다. 농업·복지·공동체가 결합한 복합 정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사업 확대와 함께 관리 체계도 강화됐다. 위생·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고, 보조금 집행은 계좌이체와 카드 사용으로 구분해 투명성을 높였다. 허위 신청 시 전액 환수 등 엄격한 기준도 적용된다.


하동군은 농촌의 가장 큰 위기를 '관계의 단절'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 해법을 가장 기본적인 삶의 자리인 '밥상'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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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동군의 한 마을에서는 따뜻한 한 끼가 차려진다. 그 밥상 위에서 사람은 다시 연결되고, 농촌의 내일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이어지고 있다.


영남취재본부 최순경 기자 tkv01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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