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행세해 특약 해지·보장 변경한 보험설계사
1·2심 유죄→대법 파기환송
"개인정보 최종 결정권은 보험사에"

고객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해 본인 행세를 하며 보험 계약을 바꾼 보험설계사라도, 정보 관리의 최종 책임이 없다면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로 단정해 처벌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고객 정보로 몰래 계약 바꾼 보험설계사…대법 "개인정보처리자로 처벌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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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권영준 대법관)은 사기, 사전자기록등위작,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보험설계사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보험설계사로 활동하며 알게 된 고객 B씨의 개인정보(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등)를 이용해 공범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보험회사 콜센터 상담원에게 마치 B씨가 직접 전화한 것처럼 속여 특약을 해지하고 보장 내용을 임의로 변경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가 수집 목적 범위를 초과해 고객 정보를 무단 이용했다고 보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A씨가 고객의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했으므로 개인정보보호법이 규정한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 처리 목적, 방법, 내용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결정하는 주체를 의미한다"며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을 모집·중개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취급하더라도 그 목적과 관리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보험회사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정보를 수집·이용했다는 사정만으로 일개 설계사를 법률상 책임을 지는 개인정보처리자로 곧바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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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A씨를 개인정보처리자로 단정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부분이 다른 범죄와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 전체를 다시 판단해야 하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라고 판단되더라도 법 제74조의 양벌규정에서 정한 '행위자'에 해당한다면 위 벌칙규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별론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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