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약 처방 환자, 4년 새 2배 증가
다이어트약·공부약으로 둔갑한 마약류
가상화폐로 '마약류' 불법 유통되기도
전문가 "투약 기록 확인 의무화 필요"

#. A씨(25)는 수험생 시절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워 정신과를 찾았다. 온라인 진단을 통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의심됐지만, 치료제의 성분이 마약류로 알려져 바로 처방받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 의사는 A씨의 증상을 듣고 약을 바로 처방했다. 정신과에서는 의사의 임상 면담만으로도 약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시기부터 6년째 ADHD약을 복용 중인 대학생 B씨(26)는 병원에 방문할 때마다 한 달 치 용량을 처방받는다. 시험 기간 졸음이 심할 때면 임의로 2배 용량을 먹기도 했다. 이후 의사에게 털어놨지만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 B씨는 "가끔 스스로 용량을 늘릴 때가 있는데 정신 상태가 안 좋을 때 한꺼번에 먹고 죽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고 우려했다.

약물운전부터 연쇄살인까지…병원 담장 넘은 '의료용 약물' 관리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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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반포대교 추락 사고와 모텔 연쇄살인 사건 등에서 정신과 약물이 잇따라 발견되며 의료용 마약류 관리의 허점이 도마에 올랐다. 마약류로 분류되는 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까지 오남용 사례가 확산하고 있어 전반적인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 처방 환자 수는 2019만6000명으로, 2021년 대비 7.2%(135만2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프로포폴 처방 환자는 1175만2765명으로 20.2%(197만7691명) 급증했고, 특히 메틸페니데이트 처방은 39만2000명으로 2배 넘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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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의료용 마약류 치료제가 치료 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진 탓으로 분석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ADHD 치료제 처방량의 45.2%가 비급여로 처방됐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처방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건 환자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초기에 병원을 찾는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마약 대체품이나 집중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등 비의료적 수요도 동시에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졸피뎀, 프로포폴 등 수면제·진정제 계열 약품은 뇌를 진정시키고 재우는 효과가 있어 범죄에 악용되곤 한다. 반면 메틸페니데이트 등 각성제·흥분제 계열 약품은 치료를 받고 있는 마약 중독자 등 일부가 투약 효과를 노린 대용품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약 형태로 복용하지 않고 가루 형태로 빻은 뒤 과다 복용할 경우 환각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텔레그램을 통해 ADHD 치료제인 '콘서타' 구매를 문의하자 판매자가 구매 용량과 결제 방식을 안내하고 있다.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

텔레그램을 통해 ADHD 치료제인 '콘서타' 구매를 문의하자 판매자가 구매 용량과 결제 방식을 안내하고 있다.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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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불법 구매도 성행하고 있다. '집중 잘 되는 약'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ADHD약 '콘서타'가 대표적이다. 인터넷 검색 창에 '콘서타 구입'을 입력한 뒤 안내된 판매자의 텔레그램 아이디로 '콘서타 구매가 가능한지' 문의를 남기자 "콘서타 18mg 30알에 25만원, 페니드 10mg 200알에 35만원"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판매자 측은 우체국 택배로 약을 배송하고 모바일 문화상품권이나 테더(USDT) 코인으로 거래한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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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마약류 약물에 대해 보다 촘촘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해국 교수는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NIMS)을 통해 처방 기록을 남겨 다른 병원에서 중복 처방받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의사나 약사가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할 때 환자 개인의 투약 기록을 보는 게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실제 오남용을 막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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