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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갈등]도심 재생 vs 세계유산 보존…서울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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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갈등의 본질은 선택 아닌 속도와 방법 문제
세계유산지구 지정·영향평가 등 선택지 다양
최근 갈등…서울이 어떤 도시 될지 묻는 시험지

종묘 너머로 보이는 세운상가와 재개발 구역 연합뉴스

종묘 너머로 보이는 세운상가와 재개발 구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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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 종묘를 마주한 자리에 높이 140m의 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을까. 세운4구역 재정비 계획을 둘러싼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유네스코의 갈등은 단순한 도시계획 논쟁을 넘어 '유산 보존과 도심 재생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서울에 던지고 있다.


서울시는 세운지구를 녹지 축과 업무 거점으로 재편해 종묘·청계천·남산으로 이어지는 입체적 경관과 도심 기능을 함께 회복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노후한 공업·상가 건물을 정비하고 글로벌 기업이 들어설 수 있는 업무·주거 복합 시설을 조성해 서울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심 기능 회복과 녹지 확충, 일자리 창출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정밀 시뮬레이션을 거친 결과, 종묘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고도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비구역 토지주와 시행사 측은 "20년 가까이 사업이 지연되면서 금융 부담과 지역 슬럼화가 심화됐다"며 "보존 논의가 현실과 동떨어지면 도심 어디에서도 대규모 재정비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호소한다.


종묘 인근 재개발을 두고 여야가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18일 서울 종로구 종묘에서 의식이 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종묘 인근 재개발을 두고 여야가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18일 서울 종로구 종묘에서 의식이 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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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가유산청과 유네스코는 "경관과 시야 역시 유산의 일부"라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종묘의 가치는 제례와 건물만이 아니라 낮은 스카이라인과 열린 하늘, 공간 축선이 만드는 분위기 전체에 있다"며 "고층 개발이 이 축을 훼손하지 않는지 과학적이고 투명한 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네스코 또한 외교문서에서 종묘의 탁월한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요구했다. 개발을 단순히 막겠다는 뜻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검증 절차를 거치라는 취지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는 공식적으로 어느 한쪽에 서지 않고 있지만, 유네스코와의 관계, 향후 다른 유산 등재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심 재생과 유산 보존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정부가 어디까지 조정자로 나설지, 또 어떤 원칙을 세울지도 이번 논란이 던지는 과제다.


세운4구역 주민과 개발 사업자에게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반면 유산을 다루는 기관과 유네스코에 시간은 느리게 흘러야 한다. 세계유산은 수십 년 뒤에도 같은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 일대 토지주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다시세운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 일대 토지주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다시세운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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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말하고, 국가유산청과 유네스코는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종묘를 둘러싼 갈등의 본질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속도와 방식으로 균형을 찾을 것인가에 있다.


세계유산지구 지정, 영향평가 실시, 고도 조정, 디자인·배치 변경, 주민 보상과 참여 확대 등 선택지는 다양하다. 어떤 조합을 택하느냐에 따라 서울은 '유산을 지키면서 활력을 가진 도시'가 될 수도, '개발과 보존 어느 쪽에도 만족을 주지 못한 도시'가 될 수도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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