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보다 '국익'…對美펀드 '장기 분할 투자'·'현금 최소화' 총력전
'대미 투자 펀드' 핵심 쟁점, 현금투자 비중·투자금 지급 기간
'투자처 선정권'·'수익 배분' 방식도 주요 쟁점
APEC 계기 정상회담서 합의 도출 기대감
협상팀, 시간보다 '국익'에 방점…24일 새벽 귀국
이재명 대통령 "시간 좀 더 걸리겠지만, 합리적 합의에 도달 기대"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한 협상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핵심은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한 투자금 납부 방식과 현금 투자 비중 등인데, 한미 간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두 가지 쟁점이 극적으로 해소돼야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2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상팀은 APEC이라는 특정 시점에 구속돼 서두르지는 않을 방침이다. 속도보다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있는 미 상무부 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의 키(key)를 쥐고 있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약 2시간 동안 만났다. 막바지 협상을 벌이기 위해 2~3일 간격으로 무박 3일 방미 일정을 소화한 김 실장과 김 장관은 즉시 애틀랜타로 이동, 24일 새벽에 귀국한다.
김 실장은 러트닉 장관을 만난 이후 기자들을 만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일부 진전이 있었다"면서 잔여 쟁점에 대해 "아주 많지는 않다.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이 막바지에 진입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막바지 단계는 아니다. 협상이라는 건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라면서도 잔여 쟁점이 무엇인지, 또 이에 대해 어떤 진전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대미 투자 펀드' 핵심 쟁점은, 현금투자 비중·투자금 지급 기간
대미 투자 펀드의 핵심 쟁점은 현금 투자 비중과 투자금 지급 기간 등이다. 지난 7월 큰 틀의 한미 관세협상 타결 당시 한국 정부는 현금 투자 비율을 최대 5% 수준으로 하고 나머지를 대출·보증으로 자금을 집행하는 방안을 계획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 정부의 계획과 달리 일본과 협상 사례를 앞세워 전액 '선불(up front)' 현금 투자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대규모 달러 유출로 인한 외환시장 충격과 '국익 최우선' 원칙으로 미국이 제시한 방식으로는 근본적으로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꾸준히 설득해왔다.
협상팀은 현금 투자 비중은 최소한으로 하고, 투자금 지급 기간은 최대한 늘리는 것을 목표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보유고의 80%를 웃도는 3500억 달러에 달하는 전체 투자 규모를 줄일 수 없다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초 100%로 요구한 미국의 현금 투자 비중을 낮추고 분납 기간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수밖에 없다. 한국이 1년 동안 쓸 수 있는 외환보유고가 최대 150~200억 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이 언급한 "한두 가지 쟁점"도 이와 밀접하게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관 장관은 지난 20일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미국이 여전히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거기까지는 아니다. 미국 측이 상당 부분 우리 의견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면서 진전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이 한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지급할 경우 외환시장이 급격하게 불안정해진다는 점에 미국의 이해도는 높아졌지만, 이미 협상을 마친 유럽연합(EU)과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인 2029년까지 투자를 완료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라 투자금 지급 기간까지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대미 투자 펀드 '투자처 선정권'·'수익 배분' 방식도 주요 쟁점
대미 투자 펀드의 투자 원금 회수를 전후로 수익 배분 비율도 또 다른 쟁점이다. 이에 협상팀은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상업적 합리성'을 토대로 투자 양해각서(MOU) 내에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장치를 포함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벌여왔다. 앞서 미국은 대미 투자 펀드를 전액 현금 직접 투자하고, 투자로 발생하는 수익은 투자 원금 회수 이전에는 한미 양국이 '9대 1'로, 원금 회수 이후에는 '1대 9'로 배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현금 투자 비중을 낮춘다면 투자 원금 회수 이전 수익 배분 비율을 '5대 5' 바꾸자는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원금 회수 이전에도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한국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처 선정권 역시 최초 MOU 단계부터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부담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5500억 달러를 전액 조달하면서도 투자처와 공급업체 선정권 등은 미국에 넘겼다. 수익 배분도 원금 회수 전에는 '5대 5', 이후에는 '1대 9'다. 미국이 일본 사례를 들어 투자처 선정권을 가져가겠다고 할 경우 투자금 회수는 물론 한국 기업의 참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APEC 계기 정상회담서 합의 내용 나올까…시간보다 '국익'에 방점
우여곡절 끝에 만약 APEC 이전 최종합의가 도출될 경우 29일로 예상되는 APEC 계기 한미정상회담의 일환으로 합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MOU 수준은 아니더라도 '팩트 시트(fact sheet)'가 공개될 수 있고, 협상 수준에 따라 APEC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관세 인하뿐 아니라 안보 분야 합의까지 한 번에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안보 분야의 경우 한국의 국방비 증액·동맹 현대화 방안, 원자력 협력 강화 방안 등을 포함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김 실장은 이번 방미 직전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워싱턴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큰 성과가 있었는데 대외적으로 단일하게 정리돼 발표되질 않았다"면서 "만약 통상 부분 MOU가 완료되면 워싱턴 회담에서 양국 간 잠정 합의된 큰 성과를 한꺼번에 발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합의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국방비 증액, 미국산 무기 구매, 원자력 협정 개정 등과 관련된 내용까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한미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APEC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을 아예 도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쟁점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특정 시점까지만 합의된 내용을 가지고 MOU에 사인하는 방안은 정부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부분 타결 가능성을 일축한 답변이다.
앞으로 협상팀은 특정한 시점에 종속되기보다 '국익' 최우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견을 말끔하게[ 해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협상을 종결할 경우 한국 경제에 두고두고 치명적인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APEC 계기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협상이라는 것이 상대방이 있고 시시때때로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미리 예단해서 말하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놨고, 김 장관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긴장의 시간이 있을 것 같다"면서 "마지막 1분 1초까지 우리 국익이 관철되는 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CNN과 인터뷰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0.23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원본보기 아이콘이재명 대통령 "시간 좀 더 걸리겠지만, 합리적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공개된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문제와 관련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는 미국의 합리성을 믿는다"면서 "결국 양국은 합리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음 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는 자리에서 양국이 관세 협정에 서명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전했다.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 문제는 미국 내부에서도 현안 과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을 '속이고 있다(ripping off)'고 주장하면서, 관세 협상을 '미국의 수금(payday)'이라고 표현하는 등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 내부에서는 마피아식 갈취(mafia shakedown)'라며 동맹국을 상대로 한 트럼프 대통령 행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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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협상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한미 관세 협상 문제는 경제적으로 중요한 현안이고, 북미 정상 만남 가능성은 한반도 정세 변화에 있어 주요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은) 결국 우리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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