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미국인의 '단맛' 소비 늘려
연간 1억 파운드(3억5800만㎏) 설탕 추가 섭취
고온일수 많아질수록 저소득층·저학력층서 많이 섭위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시원한 음료를 손에 들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시원한 음료를 손에 들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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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심화하면서 미국인들이 아이스크림, 냉동 디저트, 얼음처럼 차가운 탄산음료를 점점 더 많이 찾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소비 증가는 건강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기온 오르면 미국인들, 특히 저소득층 설탕소비 증가

CNN은 9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연구진이 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 9월호에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논문에 따르면 기온이 오르면 미국인들, 특히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더 많이 마시고 아이스크림 등 냉동 디저트도 더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04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가정의 식품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동일 가구의 장기적 소비 패턴을 추적했다. 이어 이를 지역별 기온과 습도 등 기상 자료와 비교했다. 그 결과 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하면 미국 가정의 1인당 하루 설탕 섭취량은 평균 0.7g 증가했다. 15년 전과 비교해, 미국 전체에서 연간 1억 파운드(약 3억5800만㎏) 이상의 설탕이 추가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될 경우 2095년까지 미국 내 1인당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이 약 3g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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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특히 저소득 가정이나 교육 수준이 낮은 가정에서 당 소비 증가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들 집단은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설탕 함유 식품을 이미 더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있으며, 냉방시설이 갖춰진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도 적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건강 위험은 취약 계층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더운 날씨 수분손실 많아져…차갑고 달콤한 제품 찾게돼

카디프대학교 환경과학·지속가능성 강사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판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식량의 가용성과 품질에 영향을 미쳐 공급 부족, 가격 상승, 영양가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증거는 이미 충분하다"면서도 "하지만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즉 식습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운 날씨에는 체내 수분 손실이 많아져 시원하고 수분이 많은 음식을 찾게 된다"며 "미국인들에게 그것은 곧 탄산음료와 아이스크림 같은 차갑고 달콤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거주민이 쿨링포그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기사 내용고 무관한 자료사진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거주민이 쿨링포그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기사 내용고 무관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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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당 섭취는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각종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첨가당 섭취량을 하루 총 칼로리의 6%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며, 이는 남성은 하루 36g, 여성은 26g 넘지 않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가난한 미국인들, 설탕음료 더 마셔도 당뇨병 위험 29%증가

케임브리지대학교 사회적 의사결정 연구소의 샬롯 쿠코프스키 연구원은 CNN에 "극심한 더위가 식습관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면서도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인간의 웰빙에 영향을 미치는 잘 논의되지 않은 경로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특히 가장 취약한 집단, 즉 적응 자원이 부족한 계층이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동시에 식단 관련 질환에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판허 연구원 역시 "기후변화가 인류의 식습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건강 불평등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지역별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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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의 소아·비만 전문 내분비학자 로버트 러스티히 교수는 "가난한 미국인의 경우, 하루에 설탕음료 한 캔만 더 마셔도 당뇨병 위험이 29% 증가한다"며 "이러한 온도 관련 갈증이 미국 비만 유행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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