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개 대형 로펌 신입 변호사 중 77.2%가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출신으로 확인되면서 실제 시장에서는 "비(非)SKY 로스쿨 출신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10개 대형 로펌뿐 아니라 대부분의 유명 로펌들이 SKY를 포함한 서울·수도권 소재 로스쿨 출신들을 선호하면서 지방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기회의 문턱'조차 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지방대 위기'는 로스쿨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방대 로스쿨 출신으로 대형 로펌에 입사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법률신문이 김·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해 법무법인 태평양·광장·세종·율촌·화우·지평·바른·대륙아주·동인, 10개 대형 로펌의 2025년 신입 변호사 272명의 출신 로스쿨을 분석한 결과, 지방 로스쿨 출신은 단 3명(1.10%)에 불과했다. 그나마 김·장이 원광대 출신 1명, 태평양이 부산대와 전남대에서 각각 1명씩 선발했다. 2023년에는 지평이 부산대 출신 2명(0.72%)을 채용했다. 2024년에도 부산대, 경북대, 강원대 출신 각 1명씩 총 3명(1.18%)을 뽑았다. 이랬던 지평도 2025년에는 신입 변호사 11명 전원을 SKY로 채웠다.

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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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로스쿨 원장을 지낸 한 교수는 "대형 로펌에 곧바로 취업하는 것은 지방대 로스쿨 출신 졸업생들이 목표로도 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다 보니 재판연구원(로클럭)이나 검찰 등 공직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고, 지역 법조계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심화되면서 (서울 소재 로스쿨로 옮기려고) 반수나 재수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방대 로스쿨 교수도 "로펌의 채용 기준이 불투명해 학부 성적이나 다른 요소를 더 보는지 알 수 없다"며 "채용 과정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 학생들을 격려하거나 방향을 제시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태평양은 지방대 로스쿨 3학년을 대상으로 특별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대형 로펌 중에서는 유일하게 다양성에 대한 배려를 인사 정책으로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태평양은 각 지방대 로스쿨로부터 우수 인재 1명씩을 추천받아 이 가운데 1~2명을 선발한다. 실질적으로는 '지역 균형형 인재 채용'의 실험으로 볼 수 있다. 태평양은 2025년에도 이 전형으로 2명(부산대와 전남대 출신 각각 1명)을 채용했다. 다만 이 전형은 의무 채용이 아니다. 적합한 인재가 있을 때만 선발한다는 점에서 다양성을 고려한 채용이 완전히 제도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은 수년 전부터 채용의 다양성과 포용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를 채용 원칙으로 내세우는 로펌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출신 로스쿨보다 개인의 배경, 실무 역량, 사회 기여 활동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2024년 미국 전국법률가협회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로펌에 재직하는 어쏘 변호사 중 여성의 비율은 50.3%다. 미국 로펌 내 전체 어쏘 변호사 중 유색 인종의 비율은 30.15%, 성소수자(LGBTQ)의 비율은 5% 수준이다. 미국 로펌들이 출신 배경보다 기회의 공정성을 우선하며, 사회 전체의 다양성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수치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여성이면서 유색 인종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미국 연방대법관은 5월 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변호사협회(ABA) TIPS 제10회 연례 컨퍼런스에서 '평생 자유 성취상(Lifetime Liberty Achievement Award)'을 수상했다. 소토마요르 연방대법관은 수상 소감에서 "다양성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며 "이는 모든 사람에게 '나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로스쿨 제도의 본래 취지였던 '지역 균형'과 '사회적 다양성 확보'는 채용 단계에서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 '로스쿨 반수' 현상은 심화되고 있으며, 서울과 지방, SKY와 비(非)SKY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로펌 채용에 공식적인 블라인드 요소가 없는 것은 물론, 다양성 지표를 정량화해 관리하는 체계도 사실상 전무하다.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 채용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대형 로펌에서 신입 변호사를 채용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면서, 로스쿨 1학년이나 2학년을 대상으로 선발하기도 한다"며 "이 과정에서 서류 전형부터 출신 로스쿨이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출신 로스쿨에 따로 점수를 부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지만 "채용 과정에서의 평가를 종합했을 때 SKY 출신의 최종 채용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대형 로펌에서 다년간 신입 변호사 채용을 맡아온 또 다른 변호사는 "서울, 지방 로스쿨을 구분하지 않고 선발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오히려 지방 로스쿨을 따로 선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기도 하다"며 "더 많은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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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법률신문 기자

한수현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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