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자제령에 주 2회 전사 회의 지시
1분기 영업이익 전년비 90% 급감
철강 업계 전반에 번지는 '재편' 움직임
건설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에 시달리던 동국제강 이 임직원 조기 출근, 출장 자제령, 전사 회의 확대 등을 내부에 주문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 넘게 급감하면서 전사 차원의 긴축 운영에 나선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달부터 이 같은 내용의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사와 주요 사업장에는 임직원 대상 조기 출근 지침이 전달돼 임원은 평소보다 1시간, 일반 직원은 30분 앞당겨 출근할 것을 권고받았다. 출장 자제령과 함께 본사 정례 회의는 주 2회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번 조치는 내부 경영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구성원 전체가 위기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다잡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실적 부진 등 대내외 상황을 감안한 자율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장 일선에선 "상사가 먼저 일찍 출근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야 하는 분위기"라며 비공식적으로 업무 강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회사 내부에선 이번 조치를 '1단계 비상경영'으로 보고 있다. 업황 부진이 지속될 경우 물리적·인적 구조조정이 단행되는 2단계, 3단계로의 확대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경영 관리 차원을 넘어 구조적 위기에 대한 선제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국제강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43억원, 영업이익률 0.6%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25억원(5.7%)에 비해 90% 넘게 줄어든 수치다. 오는 7~8월 인천 전기로와 압연 라인 가동을 한 달간 멈추기로 결정한 것도 수익성 악화와 공급 조절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단행되는 '공장 셧다운'이다. 인천공장의 연간 생산능력(220만t)을 고려하면 약 20만t 규모의 철근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제강의 비상경영 돌입은 특정 업체의 문제만이 아니다. 건설 경기 위축에 따른 철근 수요 급감이 직접적인 타격을 준 데 이어 산업용 전기료 인상이라는 구조적 부담까지 겹치면서 전기로 기반 업체들이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철강산업의 위기는 단기적 경기순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자원 조달력의 격차에서 비롯된 구조적 현상"이라며 "특히 중국은 에너지 비용과 환경 규제 측면에서 유리한 조건을 바탕으로 사실상 비관세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전력비 부담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신(新)정부에 바라는 철강산업 정책과제'를 국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철강업계는 원가 구조 개선과 제품 경쟁력 강화,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등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동국제강은 고정비 절감과 운영 효율화를 통한 내실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포스코는 수익성이 악화한 중국 장가항 스테인리스 법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인은 포스코가 2003년 해외에 처음 설립한 최대 규모의 스테인리스 생산 기지로, 철수 결정은 향후 글로벌 생산 재편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현대제철 자회사 현대비앤지스틸 역시 당진공장 매각을 검토하며 비주력 사업 청산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한화오션 , HD현대 와 손잡고 고망간강 등 고강도 특수강 분야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철강업계가 '범용 중심' 구조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해야 하는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한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산업전환전략연구단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장은 "지금 철강업계는 단기 수요 위축이 아닌 구조적 전환기 초입에 와있다"며 "과잉 설비 점검과 수익성 중심 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단순한 선언을 넘어 법적 기반과 실행력 있는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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