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서 기자회견 열어
돈 보고 입대했지만 임금 체불 주장
"가족 있는 고향 가고 싶다" 덧붙여
최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군 용병으로 싸우다 붙잡힌 중국인 두 명이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전 세계 매체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주최로 열린 이 회견에서 포로 장런보(張仁波·27)와 왕광쥔(王廣軍·34)은 "러시아군이 외국인 용병을 혹독하게 다뤘다"면서 "실제 전쟁은 TV·영화에서와 달리 끔찍했다"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군 용병으로 싸우다 붙잡힌 중국인 두 명이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전 세계 매체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EPA·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왕 씨는 "중국에서 틱톡(Tiktok) 광고를 보고 (러시아군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카잔과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등을 거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왕 씨는 "러시아군 훈련소에 들어가자, (탈영을 막기 위해) 화장실 갈 때조차 군인이 총을 들고 따라다녔다. 도망칠 방법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포로 장 씨는 "관광 목적으로 러시아에 들어갔다가 러시아군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이렇게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힐 줄은 몰랐다"며 전투 참여한 지 불과 며칠 만에 포로가 됐다고 했다. 특히, 장 씨는 입대하면 200만 루블(약 3460만 원)을 준다는 광고를 보고 자원했지만, 정작 돈을 쓸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20만 루블(약 346만 원)이 입금된 카드를 받았지만, 러시아인들이 연료비 등의 명목으로 카드와 연동된 앱이 설치된 휴대전화를 주기적으로 가져가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입대 후 최전방인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로 배치된 장 씨는 다른 외국인 병사들과 함께 생활하다가 이달 5일 첫 번째 전투에서 생포됐다고 말했다.
러시아군 현실 매우 열악 "물과 전기도 부족' 주장
현재 키이우 수용소에 머무는 두 포로는 중국으로 귀국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왕 씨는 "전쟁에 참여한 만큼 처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고, 각오도 돼 있다"라며 "그래도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려는 중국인이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왕 씨는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훈련소의 막사는 전기가 끊기고,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또 "식사 보급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하루나 이틀에 겨우 한 끼 식사를 받기도 했다. 새벽 4~5시까지 훈련을 받아도 돌아오는 것은 쌀 조금뿐이었다"고 전했다. 또 "많은 중국인 용병들이 잔혹 행위와 인종차별, 임금 체불 등을 겪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했다.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자살하는 이도 나왔다고 주장한 왕 씨는 "외국인 용병 중 한 명이 한밤중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하지만 내부 통제가 워낙 강해 누구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 모두 "우크라이나의 포로 대우가 적어도 러시아군보다는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AF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자살하는 이도 나왔다고 주장한 왕 씨는 "외국인 용병 중 한 명이 한밤중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하지만 내부 통제가 워낙 강해 누구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 모두 "우크라이나의 포로 대우가 적어도 러시아군보다는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 지휘관들은 포로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외국 용병들에게) '우크라이나군에 잡히면 잔혹하게 살해당한다'고만 말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왕 씨와 장 씨 모두 '실제로 경험한 전쟁의 현실은 끔찍했다'며 몸서리를 쳤다. 왕 씨는 "TV나 영화로 보던 것과 진짜 전쟁은 전혀 달랐다"며 "실제로 전투에 투입되면 1분 1초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모른다"고 했다. 장 씨는 "부모님은 내가 러시아군에 들어간 사실조차 모른다. 전쟁에 참여한 것은 후회뿐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로가 되어)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가담한 중국인 2명을 포로로 잡았으며, 현재 150명 이상의 중국인이 러시아군에 소속되어 싸우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이를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두 사람은 모두 "빨리 집에 돌아가 부모님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두 포로는 중국 내부 여론이 러시아의 주장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왕 씨는 "중국에서는 러시아가 강하고 우크라이나가 낙후됐다는 식의 말을 많이 듣는데, 모두 거짓이다"며 "(중국 동포들에게) 이 전쟁에 절대 가담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에 가담한 중국인 2명을 포로로 잡았으며, 현재 150명 이상의 중국인이 러시아군에 소속되어 싸우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이를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라 일축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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