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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선도형 연구라더니 '민감국가'가 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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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협력 연구 강조하고도 일어난 인재
기술 경쟁 속 동맹도 예외 바라면 안돼
선도기술 자체 개발 및 과학기술 외교 들여다 봐야

[딥테크]선도형 연구라더니 '민감국가'가 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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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는 지난해부터 과학기술 외교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곳곳에서 빈틈이 보이고 문제가 생길 여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대형 사고가 터졌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하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민감국가라는 중차대한 문제에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모두 깜깜이였다.


지난해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메신저 ‘라인’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했다. 이때도 과학기술 외교가 선제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문제의 근원을 살펴보자. 대사관에는 각 부처가 보낸 주재관들이 현지의 동향을 살피고 정보를 확보한다. 현재 워싱턴D.C.의 주미대사관에도 과기정통부 출신의 영사가 한 명 근무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과기정통부는 과학과 IT 두 분야에서 워싱턴 대사관에 주재관을 보냈지만, 과학과 IT 업무가 과기정통부로 합쳐지면서 한 부처 한 명의 주재관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외교부는 과학기술외교국을 설치하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담당 과장직도 확보했지만 수시로 순환보직이 이뤄지는 외교관이 과학기술 변화에 대처하기 쉽지 않다. 외교부내에 이공계 출신은 극히 드물다. 미 대사관에 근무했던 이는 "미국의 카운터파트는 대부분 과학분야 박사급 학위를 가진 이들이었다.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과학 분야 인사를 파견했으면 될 일이었지만 조직의 관성은 바뀌지 않았다.


미국은 냉전 시대를 거치며 원자력, 우주, 반도체 외교 문제를 오랜 기간 다뤄온 경험이 있다. 우리가 전문가를 육성해 키워야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전략도 곳곳에 구멍이 보인다.

지난해 한 재미동포 과학자로부터 들은 조언이 생각난다. 그는 "한국 정부가 미국에 있는 동포 과학자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과학자의 발언 직후 외교전문가인 한국계 미국인 수미 테리가 사전 신고 없이 국가정보원과 접촉했다며 기소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은 비록 동맹국이라고 해도 자국의 정보를 유출하는 데는 철저하게 원칙대로 할 것임을 보여준 예였다. 민감국가 문제도 이런 정황의 연장선상일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과학기술 분야의 핵심 과제로 국제연구협력 강화를 제시하며 관련 예산도 대폭 확대했다. 민감국가 사건은 이런 계획에도 적신호다. 기존에도 미국 교수들의 몸값이 더 올라갔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였지만 공동연구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이 공동연구 규모가 120억원 정도라고 했지만, 실제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제 선도형 과학기술 개발을 한다고 하지만 이번 사태는 여전히 추격형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일례로 미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에는 전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가 즐비하다. 이들 컴퓨터는 한국과의 연구 협력에도 사용되지만, 앞으로는 사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을 지나며 AI와 반도체, 우주의 시대가 열리면서 과학기술 교류는 이제 국가생존의 핵심지대로 거듭났다. 어느 시대였어도 과학기술은 중요했고 통제의 대상이었다. 소련이 원자폭탄을 개발한 후 최초의 원폭 개발을 주도한 미국의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는 소련 스파이라는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이번 민감국가 문제도 오펜하이머가 만든 로스앨러모스 연구소가 발단이라고 한다. 역사는 돌고 돌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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