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당국에 이른바 '기후공시'로 불리는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일정을 서둘러 확정할 것을 촉구해온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AIGCC)이 또 한 번 이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은 12개 세부 평가항목 중 공시 일정을 포함한 2개 부문에서 레드등급을 받았다. 각국의 법제화 움직임 속에서 한국 역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해야만 글로벌 기업 경쟁에 뒤처지지 않고 기후 대응을 위한 민간 자본 유치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AIGCC는 5일 아시아 9개국의 국가적응계획(NAP·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국가 계획)을 평가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기후변화 공동 대응을 위해 출범한 AIGCC는 글로벌 연기금 및 운용사 70여곳으로 구성된 협의체다.

한국은 투자자의 기대사항 7개를 기반으로 한 12개 세부 평가항목 중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기업의 물리적 위험에 대한 공시 -2026년 이전 시행 ▲민간부문 및 금융기관과의 협력 - 민간 기업의 역할 개요 부문에서 '주의'를 요하는 레드등급을 받았다. 즉, 기후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시행 시기가 2026년 이후로 뒤처져있다는 점, 정부와 민간 기업 간 협력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 정부가 민간 기업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거나 적극적으로 촉진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지적된 것이다. 이번 평가에서 9개국 중 레드등급이 2개 이상인 국가는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이다.


보고서는 "기후 대응에 필요한 재원은 공공자금만으로 충당할 수 없기에, 대규모 민간 자본이 필요하다. 각국의 NAP은 민간 자본 흐름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정책의 확실성을 구축하는 기본"이라며 "각국 정부가 명확한 로드맵을 수립할 경우, 기후 적응을 위한 수십억달러의 민간 자본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후적응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공공-민간 파트너십 관련 시범사업을 구체화한 곳은 인도네시아와 중국뿐"이라며 한국 등에선 아직 NAP 프로세스 이행을 위한 투자자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고, 로드맵조차 확정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물리적 위험은 이제 기업 경영에서 간과할 수 없는 리스크로 평가된다.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지속가능성 공시 요구가 잇따르는 만큼,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물론, 기후금융, 녹색금융 활성화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브리티시콜롬비아자산운용(BCI) 등 AIGCC에 속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지난해 말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연내 명확한 로드맵 마련, 2026년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등을 촉구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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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금융위원회는 아직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주요국들의 행보를 고려해 올해 상반기 중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과 로드맵을 발표할 수 있게끔 한다는 방침 정도만 세웠다. 이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기업의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범에 따른 기조 변화 가능성 등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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