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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 근미래 하층 계급 간 투쟁…봉준호 "우리가 겪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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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 처분됐다가 되살아나는 복제인간 다뤄
"극한 처해 있는 노동차 계층…정치적 풍자도"
"SF처럼 보일지라도 우리가 분명 겪을 일"

봉준호 감독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계급이다. '기생충', '설국열차', '옥자' 등 작품 대부분이 그 갈등을 바탕에 깔고 있다. 하층 계급인 주인공은 상층 계급이 아닌 같은 계급 내에서 다툰다. 하층과 최하층이 교묘하게 구분된다. 예컨대 '기생충'에선 기택(송강호)·충숙(장혜진) 가족이 전자, 문광(이정은)·근세(박명훈) 부부가 후자다. 근본적으로는 별반 다르지 않다. 하층 계급이 최하층은 아니라고 애써 위로하려는 가정에 불과하다.


영화 '미키 17' 스틸 컷

영화 '미키 17'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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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신작 '미키 17'에도 계급이 등장한다.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마카롱 가게를 열었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진다. 채급자의 고문이 두려워 우주비행선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별다른 재주가 없는 그는 '익스펜더블(Expendable)'에 자원한다. 임무 수행 중 사망하면 폐기 처분됐다가 되살아나는 복제인간이다. 원작인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여러분이 잠자리에 들면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죽는다. 당신은 죽고 내일 아침부터 다른 사람이 당신의 삶을 대신 산다. 그는 여러분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모든 희망, 꿈, 두려움, 소망을 기억한다. (중략) 하지만 그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전날 밤 잠자리에 들었던 그가 아니다. 당신은 겨우 오늘 아침부터 존재했을 뿐이고, 오늘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만 존재한다."


봉 감독은 20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미키 17' 푸티지 시사회(일부 장면을 공개하는 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미키를 "극한에 처해 있는 노동차 계층"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거창하게 계급 간 투쟁을 다룬다는 식의 정치적인 깃발을 들고 있진 않지만 이전에 연출한 '괴물', '설국열차', '옥자'처럼 정치적 풍자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이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봉준호 감독이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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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한 작품들에서 곤궁의 핵심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놓여 있었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본질을 간과하거나 그로부터 애써 시선을 돌렸다. 특정 사건으로 상층 계급과 관계를 맺어도 '믿음의 벨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예컨대 '기생충'에서 기택은 동익(이선균)이나 연교(조여정)에게 마음이 아닌 냄새만 전달할 수 있었다.

'미키 17'에서도 다르지 않을 듯하다. 미키는 우주 공간에서 방사능에 그대로 노출된다. 손이 절단되는 사고도 당한다. 우주선 안의 상층 계급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잘려 나간 손이 우주 공간을 유영해도 무관심하다. 봉 감독은 이런 장면들을 블랙 코미디로 곧잘 표현해왔다. '괴물'에선 바이러스와 무관하게 실험당한 강두(송강호)가 컨테이너를 탈출하자 경찰과 미군들이 고기를 구워 먹고 있다. '설국열차'에선 아예 열차 칸을 구분해 계급화된 세계를 은유한다.


'미키 17'에서 권력의 중심에는 마샬(마크 러팔로)이 있다. 종교 단체의 후원에 힘입어 지구 밖에서 뜻을 펼치는 정치가다. 열일곱 번째 미키가 죽지 않은 상태에서 열여덟 번째 미키가 깨어나자 불법을 운운하며 분노한다. 두 사람 모두를 제거하려고 한다. 봉 감독의 전작들을 고려하면 두 미키가 협력해 대항할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서로를 죽이려고 들 수 있다.


영화 '미키 17' 스틸 컷

영화 '미키 17'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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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패틴슨이 멍청하고 불쌍한 열일곱 번째 미키와 예측 불가능하면서도 기괴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열여덟 번째 미키를 모두 소화해야 했다"면서 "평범하고 힘없고 어찌 보면 불쌍한 한 청년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동석한 패틴슨은 "어떤 벌을 내려도 바뀌지 않았던 제 반려견처럼, 미키 역시 열일곱 번을 죽어서야 '삶을 다르게 살았어야 했나'라고 깨닫는다"고 밝혔다.


관객은 약자끼리의 싸움이 끔찍해지는 영화를 장르적으로 즐기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곤혹스러운 대결 구도의 사회적 의미를 숙고한다. 그 끝에서 필연적으로 현실과 이를 담아내는 문제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미키 17'의 배경은 근미래인 2050년이다. 봉 감독은 "여러분이 앞으로 생생하게 겪을, 현실감 있고 우리 피부에 와닿는 SF물"이라고 강조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가 챗GPT를 보면서 대화하리라곤 여러분도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앞으로 2년, 3년 후에 어떤 일이 우리에게 닥칠지 모르는 것이죠. '미키 17'은 조금은 공상과학처럼 보일지라도 우리가 분명 겪을 일이 담겼어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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