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무력화, 확장적 통화정책
국채 보유 외국인에 세금 부과땐
인플레 가속, 하락 효과 제한적
며칠 후 트럼프 제2기 정부가 출범한다. 관심의 초점 중 하나가 최근 강세를 보이는 달러가치의 향방이다. 트럼프 정부는 우선 달러가치를 낮춰 미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무역수지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과연 이게 타당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달러가치를 하락시킬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연준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연준의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는 파월 연준의장을 바꾸려 할 수 있으나, 통화정책은 의장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라 12명으로 구성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담당한다. 혹시 법을 개정해 연준이 행정부의 지시를 받도록 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므로 시장의 불신은 커지고 달러가치는 극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하지만 연준이 트럼프 정부의 방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확장적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킬 것이므로 달러가치 하락 효과를 대부분 없앨 수 있다.
또 재무부가 국채를 보유하는 외국인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외국인들의 달러 자산에 대한 수요를 줄여 달러가치를 하락시키는 방법이다. 이 경우 문제는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기존 국채보유자들도 처분을 할 가능성이 높아 금리를 상승하게 할 수 있다. 나아가 재무부는 외환안정기금을 이용해 외국통화를 매입하고 달러 공급을 늘려 달러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할 것이고, 이 또한 금리를 움직일 것이다. 두 방법 모두 달러가치 하락 효과는 제한적이다. 트럼프 정부는 1985년 플라자합의와 같은 소위 ‘마라라고 합의’를 시도할지도 모른다. 미국, 유로존, 중국 등이 협력해 달러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플라자합의 이후 엔고 시대가 시작되면서 일본 경제가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던 점을 기억한다. 중국이 미국에 협력할 리가 없다. 결국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유로존을 압박해 양자 간 협력으로 달러가치를 낮추고, 유로가치를 높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미국이 얻는 이익은 크지 않고 유럽의 피해만 클 수 있다. 이처럼 달러가치의 인위적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은 현실적으로 구체화하기가 쉽지 않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무기로 무역수지를 개선하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이 무역상대국에게 수입관세를 부과하면 외환시장에서 상대국은 자국 통화를 매각할 것이다. 관세로 인한 달러가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그 통화가치를 약화하려 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2018년 1월 중국에 무역 제재를 하자 중국 런민비가 약 10% 하락한 게 그 예이다. 즉 상대국의 행태에 따라 관세부과로 오히려 달러가치는 상승할 수 있고 미국 수출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또 관세인상으로 미국 수입이 줄어들면 외환시장에서 매각할 달러가 줄어들기 때문에 달러는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이 또한 미국 무역수지에 도움이 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무역비용만 증가시킬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2017년 도입한 감세정책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감세로 인한 경기 부양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금리 상승이 예상되고 이는 강달러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유럽이나 중국,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경제가 나은 미국으로 자본이 유입된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역설적으로 자금이 안전한 달러 자산으로 몰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세계 경제에 좋지는 않지만, 당분간은 달러가 약세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동기 ‘달러의 힘’ 저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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