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침체에 자영업자 벼랑 끝
국정 주도권 잡기 싸움은 여전

"길거리로 나앉게 생겼는데 지금 꼭 여야 따져야겠습니까?"


얼마 전까지 소상공인단체를 이끌었던 그는 "최근 정치판을 보면 속된 말로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단번에 생수 반통을 들이켰다. 그는 기자가 탄핵 상황에서 소상공인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이 뭐냐고 묻자 답답한 듯 주먹으로 가슴을 치면서 "일단 민생 경제를 정치 테이블에 올려놓아달라"고 하소연했다.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치권이 신경 쓰이는 듯 이름 공개는 조심스러워했다.

불황에 계엄 여파로 자영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 모습. 연합뉴스

불황에 계엄 여파로 자영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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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야와 정부가 참여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경제 살리기 운을 띄웠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국정 정상화 및 혼란 극복 명분을 내세워 국정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끝까지 하려고 한다"고 말하며 제안을 거부했다.

여야의 기 싸움 속에 766만 소상공인의 한숨은 깊어진다. 50대 중반 수도권 해물찜 가게 주인은 "12월은 송년회 문의가 계속 들어오는 게 정상인데 올해는 확 줄었고 그나마 있던 예약도 취소됐다"며 "정치권이 하나로 힘을 합쳐줘도 모자랄 판인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 같은 분위기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상공인 경기 전망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88.4%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했다. 다가오는 연말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90.1%는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정치 불안은 소비 침체의 직접 원인으로 작용한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월 101.9에서 11월 중 95.8로 급격히 하락한 뒤 2017년 1월 93.3까지 떨어졌다. CCSI가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로, 지수가 다시 100을 넘어서기까지 5개월이 걸렸다. 올해도 마찬가지 상황이 예상된다.

소상공인 지원 민생법안도 줄줄이 밀리고 있다. 전통시장의 연말정산 공제율을 기존 40%에서 올해부터 80%로 늘리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정부가 추진하기로 했으나 법 통과가 무산됐다. 소상공인 보호 등을 위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전자금융업자로부터 정산자금에 대한 안전장치를 만들기 위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등도 국회에서 멈춰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엄과 탄핵 사태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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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권 대행)과 민주당(이 대표)이 18일 만난다. 두 사람은 여당과 야당을 지우고 소상공인의 절규에 귀 기울이는 민생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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