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거리’ 금남로서 3만명 생중계 지켜봐
"국민이·민주가·우리가 이긴다" 환호 질러
"역사 비극 반복 안돼 다행…올바른 정치하길"
‘1980년 5월이 2024년 12월을 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초조하게 지켜보던 광주시민들은 환호와 박수로 가결 소식을 받아들였다. 시민들은 탄핵안 의안 설명부터 표결, 개표까지 전 과정을 ‘5월의 거리’ 광주 금남로에서 생중계로 지켜봤다.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이 진행된 14일 오후 광주 금남로 거리에는 표결 1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집회 측에 따르면 애초 예상했던 인원을 훨씬 웃도는 3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후 5시 15분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발표하자 금남로는 축제장으로 바뀌었다.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시위를 하며 스크린으로 표결 상황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웃는 얼굴로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찬성표가 204표라고 화면에 뜨자 한 60대 노인은 “국민이 염원하는 대로 됐다”며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참석자들은 이어 '국민이 승리했다',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환호성과 함께 구호를 외쳤다. 사회자도 '국민이 이긴다', '민주가 이긴다', '우리가 이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탄핵 가결의 기쁨을 표했다. 이어 5·18민주화운동 열사들을 위해 짧은 묵념 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주부 박모(33) 씨는 “당연한 결과, 국민의 승리다”며 “탄핵안 이후에도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확실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눈물을 훔쳐내던 직장인 김모(47) 씨는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1980년 5월이 2024년 12월을 구했다’라고 말한 대목부터 이번 결과까지, 역사의 특별한 순간을 목격자로 지켜볼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지현 5·18민주화운동 상임부회장은 "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80년 5월이 떠올라 울분에 잠을 설쳤다"며 "같은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위해서는 광주가 탄핵의 중심이 돼 전국으로 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금남로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제대로 윤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으면 역사의 비극이 반복될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모든 국민의 애국심에 울컥했다. 국민의 바람대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등 다행히 잘 수습됐는데, 앞으로도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국민의 무서움을 알고 올바른 정치를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국회 표결 결과 300명(재적 300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04명, 반대 85명, 기권 3명, 무효 8명으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외교·국방·행정의 수반인 윤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된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고, 헌법재판소는 곧바로 최장 180일 동안의 심리에 착수한다.
한 총리 대행 체제 효력은 가결로부터 최소 2~3시간 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때 5시간 후 고건 전 총리의 권한대행이 시작됐고,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때는 황교안 총리의 권한대행까지 3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한편, 윤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를 주도해온 광주전남촛불행동 측은 오는 16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승리를 알리고 향후 활동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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