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30원대 돌파
국내 정세 혼란에 관광객 급감
내국인, 시장 관망하며 거래 꺼려
환율 폭등과 연말 대목으로 특수를 누려야 할 명동 사설 환전소가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울상 짓고 있다. 국내 정세 혼란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환전소를 찾는 발길도 뚝 끊기면서다.
12일 서울 외환시장 업계에 따르면 원화는 오후 2시30분 기준 1달러당 1432.85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9일 원·달러 환율은 1437원대를 돌파하며 2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찾은 중구 명동의 한 사설 환전소 앞은 한산했다. 삼삼오오 지나가던 행인들은 환율을 표시한 전광판을 응시하다가 이내 자리를 떴다. 환전소 내부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던 업주가 텅 빈 거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업주들은 관광 성수기와 고환율이 맞물린 시기에 손님이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12월은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시기로, 명동 환전소들은 이맘때쯤 늘 손님으로 북적인다.
이곳에서 사설 환전소를 운영 중인 A씨(45)는 "12월이면 명동이 인파로 붐벼야 하는데 거리가 텅 비었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손님이 70%는 줄어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표적 원인은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분석된다. 영국을 비롯한 해외 일부 국가들은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래 한국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환전소 업주들은 이번 사태로 방한객들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 체감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환전소 업주 B씨(48)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하루가 다르게 손님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며 "정확히 지난 3일을 기점으로 관광객들이 절반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국내 정세 혼란으로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내국인 고객들의 발걸음마저 끊겼다. 환전소 업주 C씨(45)는 "보통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오르면 내국인 고객들이 달러를 팔려고 대거 환전소를 찾는다"며 "그러나 오랜 기간 거래해왔던 고객들도 당분간 시장을 관망하겠다며 달러를 쟁여두려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탄핵 정국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환율 시장에는 현재와 같은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혼란스러운 정국이 계속된다면 환율은 현재 수준(1400원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 관광객은 그 여파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국인들은 환율 시장에서 거래보다는 눈치 보기를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중국 큰손들과 '손절' 합니다"…작심한 업계 1위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