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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모호함의 가면 뒤에 숨은 행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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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모호함의 가면 뒤에 숨은 행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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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한을 어떻게 막습니까. (장관) 직위를 던진다고 그게 막아집니까."

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열렸던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어떤 의견을 전달했는지를 묻는 국회의원 질의에 대한 답이었다.


이날 이 장관은 자기가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답변을 이어갔다. 이번 상황이 비상계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질의에는 "(계엄이) 고도의 정치 행위이고 통치 행위이기 때문에 제가 말씀드리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는 말로 피해 갔다.

이 장관은 지난 3일 오후 8시 넘어 대통령실에 도착했고, 그때 계엄 전 국무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평소에 계엄에 대해 생각이라도 해 봤다면 공부라도 해뒀을 텐데, (법률의) 요건에 맞는지 여부를 즉석에서 검토한다는 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국무회의에서 벌어진 일에 관한 이 장관의 설명에도 의문이 남는다. 이 장관은 "찬성 반대를 명확하게 표명한 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장관들은 정말로 그렇게 모호한 태도를 취했을까.


5일 국회에 출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계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그날 국무회의에서 누가 어떻게 말했는지는 향후 전개될 수사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모호함의 가면 뒤에서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11명의 국무위원 중에서 행안부 장관은 특별한 위치라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국무회의라는 행정 절차를 주관하는 주무 부처 장관이다. 아울러 법적으로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할 자격이 있는 2명의 장관 중 한 명이 행안부 장관이다. 계엄에 관해 누구보다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는 게 당연한 자리다. 이 장관이 비상계엄을 둘러싼 법적인 논란에 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건 윤 대통령 핵심 측근이자 ‘충암고 후배’라는 사적인 관계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가.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와 여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장관은 계엄 움직임과 관련해 다른 이보다 빠르게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위치였다. 계엄 발표 4시간 30분 전에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 장관이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화 내용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러 해석이 나오게 하는 대목이다.


이 장관이 말을 아낀다고 해도 계엄 사태의 최전선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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