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의 한동훈 패싱?…당 투톱 엇박자 이어져

秋 주도 의총에서 당론 결정
韓 뒤늦게 알아 절차 문제 제기
"당대표 의결 낼 기회 있어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대통령 탄핵안 부결'이 당론으로 결정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내용보다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 것인데, 한 대표는 탄핵안 관련 당론이 의총에서 결정된 후에 뒤늦게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 사령탑으로 의총을 주도한 추경호 원내대표와 원외인 한 대표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탄핵안 표결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은 의총에서 당론이 결정되는데 당 대표가 사전에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앞으로는 의총에서 당론이 결정되기 전에 당 대표가 사전에 알아야 하고 당 대표가 의견을 낼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고위 전 열린 의총에서 대통령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현역 의원이 아닌 한 대표는 이 자리에 없었고, 사후에야 이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에서는 중진 의원들이 탄핵 반대 입장을 내자 추 원내대표가 이를 당론으로 할 것으로 제안했고, 의원들이 박수로 이를 추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에 대해 이날 최고위에서 "매번 당 대표 모르게 당론이 결정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추 원내대표의 한 대표 '패싱'은 이미 한 차례 진행됐다. 윤 대통령의 탈당 여부를 두고서다. 계엄령 해제 후 열린 전날 의총에서 한 대표는 내각 총사퇴, 국방부 장관 해임안, 대통령 탈당 등 세 가지 요구 사안을 최고위에서 결정해 의원들에 제안했다. 그러나 탈당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추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논의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 대표는 오전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의견이 있어서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기로 잠정적으로 결론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추 원내대표 주재로 이어진 의총에서 '탄핵 부결'로 당론이 정해졌다. 의총에서 탈당은 곧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으로 사실상 한 대표의 탈당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 투톱의 엇박자는 단일대오에도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는 계엄령 선포 후 국회에서 해제를 결의할 당시에도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한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을 모아 해제안 찬성에 표를 던져야 한다고 했지만 추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의총 장소를 당사로 공지하는 등 여러 차례 변경하면서 '표결을 방해했다'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 결과 국민의힘 의원은 표결 당시 18명밖에 참석하지 못했다. 앞서 당원게시판 논쟁으로 촉발된 친한(친한동훈)과 친윤(친윤석열) 간 공방이 이어지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서 친한계의 이탈이 예상되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안은 국민의힘에서 8명만 찬성표를 던지면 가결된다. 다만 한 대표는 이날 "탄핵은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친한계는 이번 사태로 인해 의사결정 절차에 대한 명확한 권한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당론 자체가 아니라) 절차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전날 CBS라디오에서 "당 최고 의결기구는 최고회의인데 의총에서 다른 결론을 내리면 바꿔야 하는 것이냐"라면서 "당헌 당규상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어디냐는 자문까지 했고, 그것은 최고위 회의에서 하는 것이고 논란이 있으면 의사 결정을 표결로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