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새로운 도약] 한국도로공사
사업 다각화 결실…15개국·24개 사업 수행
튀르키예 고속도로 사업 '유럽 진출 교두보'
내년까지 해외 누적 수주액 1조원 달성 목표
한국도로공사가 50여년간 국내에서 쌓은 도로 건설·유지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발 벗고 나섰다. 현재 15개국에서 도로 시공감리·사업관리, 운영 및 유지관리, 투자개발사업(PPP) 등 다양한 분야의 24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해외 사업을 처음 수주한 2005년 연간 수주액은 4억2100만원에 불과했으나, 이후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주를 이어간 결과 올해 누적 수주액은 11월 말 현재 5385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튀르키에 이스탄불 페닌슐라호텔에서 열린 나카스-바삭세히르 도로투자사업 금융약정식 행사 이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한국도로공사
유럽으로 이어질 K-고속도로, 튀르키예에서 시작
도로공사는 올해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튀르키예에 한국 도로교통 기술을 적용할 중요한 기회를 잡았다. 도로공사를 포함한 한-튀르키예 공동 컨소시엄은 지난달 금융 약정식을 통해 튀르키예 나카스-바삭세히르 고속도로 투자 사업 수주를 확정했다. 총사업비는 2조1000억원 규모로 도로공사가 참여한 해외 도로 투자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나카스-바삭세히르 고속도로는 튀르키예 정부의 핵심 사업인 북부 마르마라 고속도로의 마지막 8번째 구간이다. 북부 마르마라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이스탄불 인근의 고속도로망을 확충,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고 교통 혼잡을 완화하는 대규모 우회도로망 프로젝트다. 총 8개의 구간으로 구성되며, 2016년부터 2020년까지 1~7번째 구간이 완공돼 운영 중이다. 나카스-바삭세히르 고속도로는 길이 31.3㎞의 4~8차로 고속도로로 건설된다. 약 2년 4개월에 걸쳐 건설이 완료되면 15년 6개월간 민간이 운영한 뒤 튀르키예 정부에 이전한다.
도로공사는 이번 수주가 미래 성장 전략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 사업에 참여해 미래 해외 사업의 방향을 재설정했다는 것이다. 공동 투자자 자격으로 튀르키예 현지 기업과 협력해 사업 위험성을 줄이고, 후속 사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정부는 올해 2월 도급공사 위주의 해외건설 수주에서 벗어나 PPP 사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해당 전략에 정확히 부합하는 사례라고 도로공사는 설명했다. 기존에 도로공사가 추진해 온 해외 사업은 단순 도급 위주로 사업의 주도적 추진이 어려웠고, 타 국가 혹은 국내 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도로공사가 50년 이상 쌓아온 한국의 고속도로 유지관리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도 마련됐다. 나카스-바삭세히르 고속도로가 완공된 후 도로공사는 삼성물산, 현지 기업인 르네상스와 함께 운영·유지관리를 맡게 된다. 도로공사는 운영 기간 전문인력을 파견해 한국의 우수한 유지관리 노하우를 전수하고, 현지 환경에 최적화된 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현지 업체와 협력해 해외 사업에 특화된 운영·관리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도로공사는 기대했다. 특히 사업 초기에 제기된 '컨소시엄의 도로 운영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도로공사가 참여함으로써 해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공사는 이번 수주를 발판으로 튀르키예와 기술 교류를 강화해 유럽, 중앙아시아 지역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특히 튀르키예는 '2053 교통물류 마스터플랜'에 따라 고속도로 네트워크를 현재 3633㎞에서 2053년까지 2만585㎞로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도로공사는 튀르키예 정부와 정보 교류, 공동 프로젝트를 확대해 발전된 도로 기술을 공유하는 진정한 형제의 나라로 신뢰를 굳혀갈 계획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 사업으로, 유럽 등 선진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도로공사의 높은 신인도와 협상력을 바탕으로 민간 기업들의 해외 진출 기회를 확보하고, 우수한 K-도로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함진규 사장 "해외 누적 1조원 목표"
도로공사는 운영·유지관리, PPP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해외 영토를 더욱 넓히고 있다. 2022년 수주한 방글라데시 파드마대교 운영·유지관리 사업은 대표적인 성과다. 도로공사가 최초로 운영·유지관리를 맡은 사업으로, 수주액은 1005억원이다. 2027년 5월까지 해당 구간에 하이패스 방식의 영업 시스템과 지능형 교통관리 시스템을 설치하고, 교통·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파드마대교와 이어져 있는 N8 고속도로(55㎞)의 운영·유지관리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 고속도로는 방글라데시 최초 고속도로로, 도로공사가 단독 수주했다.
지난해 6월부터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 유지관리 업무도 시작했다. 이는 도로공사와 카자흐스탄 정부가 진행한 최초의 PPP 사업으로 카자흐스탄 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 혼잡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 사업비는 8540억원이며 계약금액은 1612억원이다. 향후 16년 동안 운영·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해외 사업 추진 활성화 등 시장 개척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내년까지 해외 사업 누적 수주액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직접 파드마대교 등 고속도로 사업 현장을 점검하고, 국내·외 관계자들을 만나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국과 국제도로연맹을 방문해 공사의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 기술 및 인적 교류 등을 강화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함 사장은 "해외 사업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동력"이라며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글로벌 경제 침체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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