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 맞아 보고서 발표
지난해 한 해 동안 전세계서 5만명 이상 사망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남편 등 가까운 남성이나 가족들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하루 평균 140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은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은 이날 유엔 여성기구(UN Woman)와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내놓은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연인이나 배우자 또는 가족에 의해 사망한 여성은 5만1000여명이다. 이는 전년(4만8800여명)보다 2000명 넘게 늘어난 수치다.
두 유엔 기관은 이러한 유형의 살인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아프리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에서는 지난해에만 여성 약 2만1700명이 연인이나 배우자, 가족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또 아프리카는 인구 10만명당 희생자 수가 2.9명으로 나타나, 전체 인구와 대비해서도 희생자 수가 가장 많았다. 이어 인구 10만명당 여성 피해자 수는 아메리카 대륙이 1.6명, 오세아니아가 1.5명으로 뒤따랐다. 반면 아시아는 0.8명, 유럽은 0.6명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였다.
유럽과 미주지역에서는 주로 연인이나 배우자가 사적 영역에서 여성을 고의로 살해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남성이 피해자인 살인사건은 대부분 가정 밖에서 가족이 아닌 사람에 의해 발생한 것이 여성의 경우와 달랐다. 또 지난해 전체 살인 피해자 중 여성의 비율은 20%였지만, 이들 여성 가운데 60%가량이 연인이나 배우자, 가족에 의해 희생됐다고 지적하면서 가정 내 치명적인 폭력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더 큰 피해를 줬다고 설명했다.
두 유엔 기관은 지난해 희생자 수가 2022년보다 늘어난 이유는 이전보다 더 많은 자료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실제 희생자가 늘어난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기관들은 "전 세계 여성과 소녀들이 극단적인 형태의 젠더 기반 폭력의 영향을 계속 받고 있으며 어떤 지역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가정은 여성과 소녀들에게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통탄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교제살인과 교제폭력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가까운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의 숫자는 최소 138명으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17명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보호받지 못하고 끝내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통계를 집계한 한국여성의전화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는 2009년부터 15년 동안 최소 1379명의 여성이 배우자 또는 연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집계했다. 또 여성 본인 외에도 자녀·부모·친구 등 주변인의 피해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범죄까지 더하면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 경찰청은 지난해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 수는 총 1만3939명으로, 2020년(8951명) 대비 55.7% 증가했다고 밝혔다. 교제폭력 범죄 신고 건수도 4년 동안 2만7000여건이 늘어나 지난해 7만7150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구속 수사를 받는 피의자 비율은 수년째 1~2%대에 머물고 있다. 2020년 2.3% 정도였던 교제 폭력 구속 수사율은 2022년 1.7%로 하락한 뒤 지난해 2.2%로 소폭 올랐다. 지난해만 보면 검거된 교제폭력 가해자 1만3939명 가운데 구속 수사를 받은 인원은 310명이다. 데이트폭력 상당수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폭행과 협박 혐의인 점이 구속 수사율이 낮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데이트폭력 피해 범죄 유형별로 보면, 폭행과 상해가 9448건으로 전체의 68%를 차지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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