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불투명한 스드메 패키지 가격…추가 금액 '깜깜'
패키지 항목-가격 투명하게 제시해야
결혼식에 필요한 의복(웨딩드레스, 턱시도) 대여, 메이크업·헤어·웨딩홀 예약에서부터 혼수 구매까지. 결혼에 필요한 전반적인 준비를 대행해주는 결혼 준비 대행서비스(웨딩컨설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혼을 준비하던 이지연씨(35)는 웨딩컨설팅 A업체와 280만원 금액이 찍힌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포함한 패키지 줄임말) 계약서를 작성했다. 여기에 본식 촬영, 도우미비용, 예복 피팅비, 스튜디오 원본 구매비 등 추가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씨는 "예상한 금액 외 추가로 드는 금액이 90만원에 달했다"라면서 "또 어디에서 추가금액이 붙을지 몰라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직접 상담을 받아 봤다. 논현동의 한 웨딩컨설팅의 팀장이라고 밝힌 장씨는 "예비부부가 원하는 예산에 맞춰 계획을 짠다"면서 일반적으로 250만~350만원의 가성비 패키지부터 700만~1000만원에 달하는 고급형 패키지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도우미 비용(웨딩촬영, 본식) 50만원, 스튜디오 원본 사진 비용 44만원, 드레스 숍투어(각 5만원) 등은 어느 웨딩컨설팅 업체에서나 똑같이 드는 필수 부가비용이라고 강조했다. 또 추가 비용이 없냐고 묻자 "드레스 가격에 따라서도 80만~120만원 추가 금액이 붙을 수 있는데 원치 않으면 미리 업체에 말해두겠다"면서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더 많이 택하거나, 액자 업그레이드를 할 때도 추가금액이 붙을 수 있다"고 했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패키지가 아닌 단품 구성으로 진행하면 어떨까. 한 스튜디오 측은 본식 촬영의 경우 사진 보정, 원본 사진, 앨범 포함 75만원이라고 소개했다. 메이크업과 드레스 대여는 최소 80만~100만원 선에서 가능했다. 업체마다 상이하지만, 신부 메이크업은 35만원, 양가 부모(40만원)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총 80만원이 안 됐다. 드레스 대여는 5만원대에서 몇백만원에 달할 정도로 격차가 컸다. 드레스 대여 업체 관계자는 "결혼 준비 대행업체를 통해서 스드메 패키지로 진행하다 보면 수수료 등이 붙어 더 비쌀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불투명한 가격 정보 때문에 예비부부들은 웨딩컨설팅 업체가 제시한 금액의 항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각종 명목으로 내세운 추가금을 울며 겨자 먹기로 지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웨딩컨설팅에서 최초에 제시한 패키지 가격 외에 개별 업체가 제시하는 부가비용이 더해지다 보니 소비자는 최종금액을 가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른 계약 해지나 위약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21년 92건에 이어 2022년 152건, 작년 235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올해 8월까지만 벌써 177건에 달한다.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에 대한 불만 신고 사유 656건 중 계약 해지 및 위약금에 대한 내용은 441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어 청약 철회 115건, 계약 불이행 건수는 69건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웨딩컨설팅 업체가 모든 고객이 볼 수 있는 비용과 항목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보이지 않는 추가 금액이 많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투명하게 가격과 항목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초 계약 금액이 추가 금액의 일정 퍼센트 이상을 넘지 않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시장이 정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 업체마다 천차만별인 웨딩플래너, 예식장 대여와 스드메 등 결혼식과 관련된 과도한 추가금 요구 관행을 막고 합리적인 가격 비교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결혼 관련 품목·서비스 가격 정보는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에 공개될 전망이다. 결혼 서비스 제공 업자가 준수해야 하는 가격표시 대상, 항목, 방법 등을 의무화하는 '가격표시제' 도입 방안도 올해 말 마련된다. 또 불리한 면책조항, 과다한 위약금 등 계약 관련 피해가 자주 일어나는 웨딩컨설팅에 대해서도 현행 결혼중개업·예식장업 분야에서 확대해 표준약관을 만들 예정이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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