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한 대한민국 조폭의 최고 실세’로 꼽히기도
과거 서울 명동 일대를 주름잡으며 '신상사'란 별칭으로 유명했던 1세대 조폭 신상현이 10일 오전 5시쯤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난 신씨는 6·25전쟁 당시 대구 특무부대에서 1등 상사로 근무해 '신상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서울로 상경해 폭력 조직을 결성했다. 생전 신씨는 김두한, 이정재, 시라소니(본명 이성순)와 같은 시기 활동해 ‘생존한 대한민국 조폭의 최고 실세’로 꼽혔다.
1958년 9월 '충정로 도끼 사건'으로 구속됐고, 출소 후 1960년대 중반 조직을 재건한 뒤 1970년대까지 명동을 장악하고 신상사파 보스로 활동했다. 당시는 회칼로 무장한 조직폭력배가 등장하기 전이었다.
월간중앙 한기홍 기자는 회고록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2013)에서 신씨를 "탁월한 발차기 실력, 번개 같은 선제공격, 단호하고 과감하게 상대의 눈을 찌르며 급소를 가격하는 능력이 출중했다"고 묘사했다. 마산의 전설적인 주먹 구달웅, 서순종 전 세기프로모션 회장 등이 그의 부하였다.
신씨는 일본 야쿠자 조직과 함께 관광호텔 카지노를 운영해 수입을 올렸다. 다만 마약 등엔 손대지 않은 덕분에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을 때도 신상사의 명동 조직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기존 조폭과 달리 노년기에도 자신을 드러냈다. 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회고록을 출판하기도 했다. 2003년 김두한 등 1세대 조폭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야인시대’가 흥행하면서, 1세대 조폭의 이야기를 자주 회고해왔다. 1975년 1월 신상사파가 범호남파 조양은 등에 습격당한 '사보이호텔 사건' 이후 상대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합의서를 써줬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2009년 있었던 신씨의 딸 결혼식에는 영화 ‘친구’의 실제 모델인 칠성파 두목 이강환을 비롯해, 일본 야쿠자 간부 4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후 2022년 이강환의 팔순 잔치에 참석하거나, 지난해까지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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