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탄광들…2025년 석탄생산 끝나
연탄공장도 20곳 남짓…서울도 이전채비
산업화 이끈 검은 황금…이제는 느린 죽음
기후변화에 청정에너지 뜨면서 소멸되는 에너지
탄광의 막장은 숭고한 장소인데 지금도 잘못쓰여
막장과 연탄의 끈끈함과 정취, 청정에너지가 대신할까?

성균관대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이 노원구 상계동 덕릉로 일대에서 연탄 나눔 봉사를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자료사진]

성균관대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이 노원구 상계동 덕릉로 일대에서 연탄 나눔 봉사를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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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태백 장성광업소가 6월 말로 폐광했다. 일제 강점기인 1936년 개발을 시작한 이후 88년간 운영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석탄 생산지다. 1950년 대한석탄공사 창립 이후 지금까지 9400만t의 석탄을 생산했다. 한때 약 6000명의 직원이 근무할 정도였다가 폐광 전까지 415명이 근무했다. 지난 2023년에는 전남 화순광업소가 문을 닫았다. 유일하게 남은 도계광업소도 2025년 문을 닫으면 석탄공사의 석탄 생산은 완전히 끝난다.


석탄과 함께 연탄도 느린 죽음이 길을 가고 있다. 현재 국내 연탄공장은 20곳이다. 서울, 광주, 대전, 경기, 충남, 전북에 각각 1곳이 있고 강원, 충북에 각각 4곳, 경북에 6곳이 있다. 서울에 유일하게 남은 연탄공장은 동대문구 이문동 중랑천변 제방에 위치한 삼천리 이문동 공장이다. 1968년 1월 1일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 국내 최대 규모의 시설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연탄공장이었다. 삼천리는 2002년 1월 47년 동안 이어진 삼천리연탄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그동안 같은 공장에서 오래도록 근무했던 임직원에게 이문공장의 삼천리 소유 부지를 양도하고, 연탄 사업을 넘겼다. 이문공장 직원들은 2002년 1월 설립한 ‘삼천리이앤이’의 일원으로 연탄사업을 승계했으며, 이문공장은 현재까지 서울의 유일한 연탄공장으로 남아 연탄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3월 29일 강원 태백시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직원들이 마지막 채탄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3월 29일 강원 태백시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직원들이 마지막 채탄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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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도 ‘느린 죽음’을 앞두고 있다. 지난 5월 동대문구청과 삼천리이앤이는 ‘삼천리 연탄공장 부지의 매매 및 효율적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때문에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역주민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결국 공장은 떠나거나 문을 닫고 그 부지에는 주민을 위한 공간이 지어진다. 광주·전남에서 유일한 연탄 공장이었던 남선연탄은 지난 4월 폐업했다. 이곳 역시 공장 주변 주택, 상가에서 지속된 분진 민원과 경영난 등을 겪었다.


석탄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청정에너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막장, 탄광촌으로 대표되는 석탄과 연탄은 오랜 역사의 기록과 추억, 기억이 쌓이면서 어느 에너지보다 인간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다. 석탄은 막장에서 캐낸 검은 황금이었다. 탄광촌에서 지나가던 개도 지폐를 입에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막장은 석탄광산의 제일 안쪽을 가리킨다. 막장 드라마, 막장 범죄 등 좋지 않은 용어로 막장이 쓰이자 석탄공사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2011년 당시 이문동 삼천리 연탄공장 전경 [사진출처=삼천리]

2011년 당시 이문동 삼천리 연탄공장 전경 [사진출처=삼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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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은 30도의 고온을 잊은 채 땀 흘려 일하며 우리나라 유일의 부존 에너지 자원을 캐내는 ‘숭고한’ 산업현장이자 ‘진지한’ 삶의 터전이다. 막장에서 일하는 광부들은 어느 업종보다 자부심과 유대감이 강했다. 목숨을 담보로 한 광부들은 쉬지 않고 갑방, 을방, 병방 3교대로 석탄을 생산했다. 산업재해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다보니 탄광 근로자와 가족들은 하루하루 사고 없이 무탈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런 마음을 담아 사택마을이나 탄광 입구에는 ‘아빠! 오늘도 무사히’라는 표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2019년 청소년기후행동 관계 학생들이 '석탄말고 우리미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정부를 비롯한 기성세대에게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결석 시위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2019년 청소년기후행동 관계 학생들이 '석탄말고 우리미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정부를 비롯한 기성세대에게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결석 시위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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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이 광부와 탄광촌의 역사라면 연탄은 국민의 서민의 역사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떠올리는 겨울철 대표 연료가 바로 연탄이다. 연탄이 사라진 지금도 연탄을 떼는 가구가 7만4천가구이고 많은 음식점에서 "연탄 아니면 맛을 못낸다"고 해서 연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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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과 연탄은 궁금하다. 태양광, 풍력, 수력, 원자력 및 바이오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에너지 생산 시대로 접어들면서 석탄과 연탄의 가치마저 사라져야 하는가이다. 이들은 아마도 "청정에너지야 너는 사람에게 무엇을 남기고 무엇으로 기억될 것 같은가"라고 물을 것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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