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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세월호 슬픔을 치유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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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세월호 슬픔을 치유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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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가기 3일 전에 문자가 왔더라고요. ‘엄마, 나 절대 안 가’(라는 내용으로)."

다윤이는 수학여행 출발을 앞두고 불참 의사를 전했다. 평생 한 번뿐인 고교 수학여행. 엄마는 딸에게 학창 시절 추억을 안겨주고 싶었다. 수학여행 동참을 설득한 배경이다.


사실 다윤이가 그렇게 얘기한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고려할 때 수학여행비 33만원은 부담이었다. 아직 소녀인 줄 알았던 다윤이는 어느새 가정 형편을 헤아릴 정도로 커버렸다. 그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는지, 다윤이 수학여행비는 이모가 대신 내줬다.

그렇게 추억 여행이 성사되리라 생각했건만, 다윤이는 끝내 수학여행지를 밟지 못했다. 2014년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다윤이를 비롯한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이 그 배에 있었다.


아이들은 다른 어른들과 함께 아비규환의 현장에 방치됐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생의 작별을 공유했던 그 시간. 엄마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남기던 아이들. 공포와 고통 속에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려 했다. 그렇게 하나둘 스러져간 기록은 아이들의 영상과 메시지를 통해 세상에 남겨졌다.


안산 단원고 허다윤 학생 어머니 박은미씨. [사진=아시아경제 자료사진]

안산 단원고 허다윤 학생 어머니 박은미씨. [사진=아시아경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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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충격과 혼돈이 소용돌이가 돼서 전국을 휘감을 무렵 가족들은 팽목항으로 향했다. 제발 살아있기를 바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그곳을 찾았다. 구조대 도움으로 생환한 이도 있었지만 주검으로 돌아온 이가 더 많았다. 팽목항은 통곡이 메아리치는 공간이었다.

엄마는 피 말리는 심정으로 다윤이를 기다렸다. 낮과 밤이 지나고, 계절이 바뀐 이후에도 딸은 엄마 품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새 정부 공식 수색 작업이 끝나고, 팽목항에 인적이 끊길 때까지 엄마는 그곳에서 딸을 기다렸다. 세상은 이미 일상으로 돌아간 뒤였다.


외로움의 시간을 엄마는 견뎌냈다. 해가 한 번 바뀌고, 두 번 더 바뀐 이후인 2017년 5월. 세월호 3층에서 미수습자 유해(치아 일부)가 발견됐다. 신원 확인 결과 그 주인공은 엄마가 그토록 기다렸던 다윤이었다. 엄마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년 만에 딸의 장례를 제대로 치를 수 있었다. 다윤이 사연은 세월호에 관한 슬픈 이야기의 한 단락이다.


그날 너무 많은 이가 가족과 헤어졌다. 아직도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가 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이들은 그날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참담함의 무게를 견디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정리한 이도 있다.


여전히 이어지는 슬픔의 시간. 내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째 되는 날이다. 세월호 얘기를 꺼내면 "지겹다, 이제 그만 말하라"고 하는 이가 있다. 슬픔의 멈춤은 타인의 강요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세월호 유족들이 지난 10년의 세월, 무엇을 사회에 말하고자 했는지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늘로 먼저 떠난 다윤이가, 단원고 아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외침 말이다.


다시는 세월호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의 공유가 이 땅에 번지면, 유가족이 외롭게 짊어졌던 슬픔의 무게도 조금씩 줄어들지 않겠는가. 사회적 참사와 관련한 슬픔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치유의 과정을 토대로 사회에 스며들 뿐이다.





류정민 사회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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