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은 2일 "원화채권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이 역대급으로 뜨겁다"며 개인 원화채권 보유잔고가 역대 최고인 50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날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개인이 순투자한 원화채권 규모는 2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4조원가량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며 지난달 말 기준 개인투자자의 원화채권 보유잔고가 50조원을 상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22년 이전 개인의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10조원 미만에 머물렀지만, 불과 2년 만에 5배 가까이 투자 규모가 늘었다.
김 연구원은 채권투자 활성화의 배경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금리 전반이 올라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고, 고령화에 따른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필요성도 늘었다"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디지털 플랫폼이 활성화돼 채권투자가 쉬워졌다"고 분석했다.
개인의 원화채권 보유 YTM(만기수익률)과 듀레이션(채권 회수 기간)을 시기별로 구분해 보면, 2022~2023년 개인의 보유잔고 내 YTM 및 듀레이션의 평균은 2019~2021년 대비 YTM은 크게 상승했다. 반면 듀레이션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김 연구원은 "과거엔 채권투자의 수익률 구조가 '저수익률(낮은 금리)과 긴 만기'로 구성됐다면, 2022년 이후로는 '고수익률(높은 금리)과 짧은 만기' 투자로 채권 수요가 이동해 갔다. 이에 개인의 채권 매수세가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다만 올해 들어 2022~2023년보다 YTM 수익률이 낮아졌고, 이를 다시 긴 만기로 대체하는 변화가 나타났다"며 "올해 이후 국고채 전 구간 금리가 기준금리 3.50%를 지속해서 밑돌며 개인투자자의 채권 선호도 높은 캐리(보유 이익) 확보를 위해 듀레이션 확대에 대한 선호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보유잔고 중 누적잔고 1000억원 이상 보유 종목을 보면, 국고채 시장에서 개인의 최선호 종목은 20~30년 만기의 초장기채권, 국고 외 선호 종목은 1년 전후 만기의 AA-~AAA 등급의 은행채 및 회사채 등으로 구성됐다. 국고채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캐리 수익률이 높은 초장기 채권을 선호, 크레딧 시장에선 짧은 만기에도 캐리 수익률이 높은 금융사 영구채·신종자본증권·1년 이하 만기의 고등급 회사채를 선호했다. 높은 이자소득, 시세차익보다는 만기보유를 통한 안정성을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 1~3월 국고 기준 개인의 채권 선호는 30년 이상 초장기에 집중됐다. 김 연구원은 "국고 외 채권에선 1년 이하 단기 구간에 한정해 순매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흥미로운 점은 채권시장의 주요 이벤트 중 하나였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재료가 소화된 이후 6월 금리인하에 대한 확신이 퍼지자, 개인 채권투자도 만기 1~2년 구간, 매수수익률 3.4~5.6% 범위의 카드·캐피탈·회사채에 집중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키움캐피탈(A-, 5.55%, 2025년 3월25일), 애큐온캐피탈(A0, 5.58%, 2025년4월25일) 등 A-~A0 등급의 캐피탈사와 GS건설(A0, 3.77%, 2024년4월16일) 등이 있다.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한 대책 마련을 내놓으면서, 'PF발 급작스러운 신용경색 이벤트가 나타날 여지가 적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관련 업종의 투자 심리가 일부 회복된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6개월에 3.06%, 12개월에 3.14%를 형성 중이다. 반면 20년 이상 국고채권은 3.3~3.4% 범위다. 김 연구원은 "향후 금리 인하 시 듀레이션 효과로 인한 시세차익 이점도 있다. 정기예금과 비교해 안정성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고려할 때 개인들의 초장기 국고채권에 대한 선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작년 한전채의 고금리와 높은 수익률을 경험하며 개인의 채권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확연히 높아졌다. 추후에도 개인은 듀레이션 확대와 같은 보다 적극적인 베팅으로 시장에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크레딧 채권에 대한 투자 선호는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안정적 구간으로 평가되는 AA-급 3년 회사채 스프레드가 동일 구간 국고 기준 50bp(1bp=0.01%포인트)대 후반으로 축소되며 캐리수익 감소와 함께 레벨 부담 구간에 진입했다. 추후 스프레드가 추가 축소돼도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개인의 채권투자 목적 중 하나가 고금리, 즉 높은 이자소득이란 점을 고려할 때 국고 외 채권의 경우 6개월 이하, A급에 대한 선호는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만기가 길거나 등급이 높은 구간은 상대적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김 연구원은 "영원히 안전한 투자 자산은 없지만, 규제적 측면에서 세제 혜택 및 금리 인센티브를 누릴 수 있는 개인 투자용 국고채, 디폴트 가능성은 작으면서도 듀레이션이 길어 금리 메리트를 확보할 수 있는 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 리스크에도 단기간 높은 이자를 수취할 수 있는 초단기 크레딧채권 등이 개인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예금 이상의 대안이 될 것"이라며 "개인의 채권투자 저변은 더 확대될 것이다. 관련된 상품의 추가 공급도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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