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달과 화성까지 안내할 스페이스X의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이 세 번째 비행에서 큰 진전을 이뤄냈다. 비록 목표지점 낙하라는 최종 목표에는 실패했지만, 실패보다는 성공에 방점이 찍힌다. 스페이스X의 진전과 달리 일본 민간 로켓은 발사 5초 만에 폭발해 향후 개발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뉴스페이스 시대에서 미국의 질주가 당분간 계속될 것임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보카 치카에서 발사돼 하늘로 향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보카 치카에서 발사돼 하늘로 향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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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십은 지난해 두 번의 시험발사에 이어 14일(현지시간)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48분간이나 비행해 지구궤도에도 도달했다. 지난해 두 번의 시험발사에서 연이어 폭발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이다. 스타십은 지난해 3월 1차에서 4분, 2차 발사에서도 8분 만에 폭발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인간이 만든 로켓 중 가장 크고 강력한 스타십은 마침내 폭발하는 모습 대신 우주로 날아올라 가는 광경을 과시했다. 발사체인 ‘슈퍼헤비’ 로켓과 스타십의 분리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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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십은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달과 화성에 사람과 화물을 보낸다는 목표로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개발해온 우주선이다. 스타십은 길이 50m, 직경 9m로 150t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스타십을 1단 발사체인 슈퍼헤비(길이 71m)와 합체하면 총길이가 121m에 달한다. 이는 인류를 달에 보냈던 미국의 새턴 로켓보다도 길다. 슈퍼헤비 로켓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추진력이 1700만파운드에 달해 역대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평가된다.


스타십이 대기권에 진입하자 선체 외부로 붉은색 불꽃이 발생하고 있다.

스타십이 대기권에 진입하자 선체 외부로 붉은색 불꽃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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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십은 200㎞ 이상의 상공에서 48분간 지구 반 바퀴를 비행했고 이 과정은 카메라를 통해 중계됐다. 중계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통해 이뤄졌다. 머스크가 쏘아 올렸던 위성과 우주로 향하던 로켓 간의 통신이 이뤄진 것이다. 비록 실패했지만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차폐막이 대기와 마찰해 붉은색 불꽃(플라스마)이 발생하는 장면이 생중계된 것도 이목을 끌었다.

슈퍼헤비 로켓에 사용된 33개의 랩터 엔진은 모두 정상 작동했다. 엔진의 힘은 시속 2만6500㎞의 속력으로 우주선을 밀어 올렸다. 이는 인류가 개발한 로켓 중 가장 강력한 수치다. 33개의 엔진이 모두 정상 가동하면서 슈퍼헤비의 성능과 신뢰성도 높아졌다.


스타십이 2차 시험 발사에서 처음 채택한 ‘핫 스테이징’이라는 방식으로 슈퍼헤비와 분리에 성공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핫 스테이징이 이뤄지는 장면도 카메라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 방식은 러시아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스타십이 슈퍼 헤비 부스터에 부착된 상황에서 엔진을 점화해 분리하는 방법이다. 2단 추진체 분리 시 발생할 수 있는 추력의 감소를 방지할 수 있다. 스페이스X는 단 두 번의 시도로 핫스테이징에 성공했다. 이제 스타십은 더 많은 중량을 탑재할 수 있다. 이는 우주선의 경제적 효율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바꿔말하면 달이나 화성에 보낼 수 있는 사람이나 화물의 중량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머스크도 핫 스테이징 사용 시 탑재물 운송 성능이 약 10% 증가한다고 기대한 바 있다.


스타십은 세 번의 도전 만에 대기권을 돌파하는 것까지 성공했다. 이제 안정적인 대기권 낙하까지 이뤄진다면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머스크의 야심을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대기권 재진입이라는 숙제를 해내지 못했지만, 이번이 첫 도전이었던 만큼 지속적인 시험발사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 항공우주 업계와 언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이번 발사를 포함해 올해 9차례 이상의 시험발사에 대한 허가를 당국에 요청한 상태다. 이는 매달 한 차례가량의 시험 발사가 있을 것임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스타십의 대기권 재진입과 착륙, 슈퍼헤비 로켓의 착륙, 스타링크 위성 탑재 후 발사는 물론 지구 궤도에 스타십을 남겨두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주상에서 스타십 간의 재급유 시험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스페이스X의 설립자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는 이날 스타십 시험비행이 끝난 뒤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스타십이 인류를 화성으로 데려다줄 것"이라며 반겼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스페이스X의 도전을 마음을 졸이며 바라봤다. 빌 넬슨 NASA국장은 X를 통해 "우리는 인류를 달로 돌려보내고 화성을 바라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넬슨 국장은 스타십의 성공이 필요하다. NASA는 반세기 만에 인류를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3단계 임무에 스타십을 사용하기로 했다. 당초 아르테미스 3단계 프로젝트는 2025년 중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말 돌연 2026년으로 1년 연기됐다. 이는 민간 로켓 개발이 지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머스크의 도전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지만 스페이스X에 맞서기 위한 일본 민간이 개발한 로켓은 지난 13일 첫 발사 시도에서 5초 만에 폭발하며 체면을 구겼다. 일본 대기업 캐논전자와 IHI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출자해 2018년 설립한 ‘스페이스원’이 개발한 ‘카이로스’ 1호는 발사된 지 5초 만에 이상이 감지돼 공중에서 자폭했다. 지구 궤도에 위성을 진입시키는 목표는 순식간에 화염으로 돌변했다. 일본은 민간 우주 시대에서 미국을 추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해 왔다. 카이로스를 연간 20번 발사한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카이로스의 성능은 태양 동기 궤도에 150㎏ 탑재체를, 지구 저궤도에 250㎏의 탑재체를 올려놓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발사 실패로 의심의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스페이스X와의 경쟁을 모색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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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민간 개발 로켓이 카이로스가 지난 13일 발사 직후 폭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일본의 민간 개발 로켓이 카이로스가 지난 13일 발사 직후 폭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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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 정부 기관의 로켓으로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 시대의 스페이스X를 추격하기가 어렵다. 발사 비용은 일본 로켓이 스페이스X와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정적인 이유다. 스페이스X 발사는 최근 실패가 없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 발사체 이용이 불가능해지며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스페이스X를 통해 위성 발사를 추진 중인 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의 독점으로 인해 발사 가격도 껑충 뛰었다"고 전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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