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노 파브르, 도멘 알렉상드르 보네 대표 인터뷰
샹파뉴 남부 '레 리세' 소재 고급 샴페인·로제 생산자
샹파뉴 내 3개 AOC 보유…7가지 품종 모두 재배해 복합미 강조
고급 와인이지만 어렵지 않은 와인 지향
"프랑스의 테루아(Terroir·포도밭을 둘러싼 자연환경의 총체)는 기후와 토양 그리고 로컬 헤리티지(지역 유산)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기후에 적합한 포도 품종을 선택해 최적의 밭에 심고, 그렇게 심은 포도를 정성껏 관리해온 사람들의 노력과 역사가 축적됐을 때 비로소 하나의 정체성이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알렉상드르 보네는 우리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와인 한 병에 모두 녹여내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르노 파브르(Arnaud Fabre) 도멘 알렉상드르 보네(Domaine Alexandre Bonnet) 대표는 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 시에나 라운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소비자들은 '정체성이 분명한 와인'을 기대하고 있는데, 알렉상드르 보네는 와이너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지역의 자연적인 요소뿐 아니라 인간적인 요소까지 담아낸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내 레스토랑과 호텔, 바 등 온 트레이드(On-trade) 유통 채널 내 알렉상드르 보네의 입점 및 판매 확대를 위해 한국을 찾은 파브르 대표는 방한 기간 현장에서 와인을 다루는 파인 다이닝 소믈리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디너 행사를 개최해 알렉상드르 보네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알렉상드르 보네의 수입을 맡은 신세계L&B는 지난해 하반기 테스트 물량 초도분을 입고해 시장의 반응을 살폈고, 이번 파브르 대표의 방한에 맞춰 정식 출시를 진행하게 됐다.
샹파뉴 테루아 온전히 담아낸 신선하고 우아한 와인
알렉상드르 보네는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남부 지역인 코트 데 바(Cotes des Bar)의 레 리세(Les Riceys)에 자리 잡은 샴페인 생산자다. 보네 가문은 1930년대부터 이 지역에서 포도 재배를 시작했고, 1970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샴페인을 비롯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약 50헥타르(ha) 규모의 포도밭을 운영하고 있으며, 생산량은 연간 15만~20만병 수준으로 이는 RM(레콜탕 마니퓰랑·R?coltant-Manipulant, 직접 생산한 포도만 사용해 샴페인을 만드는 생산자) 샴페인 생산자 가운데는 샹파뉴 내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알렉상드르 보네를 대표하는 품종은 피노 누아다. 피노 누아는 코트 데 바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으로 알렉상드르 보네에서도 생산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곳의 피노 누아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키메리지안 이회질(점토와 석회암 혼합) 토양이다. 이는 랭스와 에페르네를 중심으로 하는 샹파뉴 북부 지역이 대부분 백악질 토양으로 구성된 것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파브르 대표는 "키메리지안 토양에서 자란 피노 누아는 풍부한 과실미를 품은 동시에 미네랄리티가 높아 우아하고 섬세한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고, 북부 샹파뉴와 비교해 위도상의 차이로 인해 와인의 숙성미 역시 더욱 도드라진다"고 설명했다. 알렉상드르 보네가 위치한 레 리세는 샹파뉴 지역에 속해 있으면서도 부르고뉴의 색채를 많이 지니고 있다. 파브르 대표는 "레 리세에서 3㎞만 가면 부르고뉴"라며 "우린 스스로를 ‘부르고뉴의 아들, 샹파뉴의 형제’라고 부르는데 두 지역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알렉상드르 보네를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특징은 샹파뉴 지역에 존재하는 3개의 원산지통제명칭(AOC)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샹파뉴 내에서 매우 드물게 스파클링 와인인 샴페인은 물론, 일반 스틸 와인과 로제 와인까지 모두 만드는 와이너리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AOC는 해당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지리적 경계선을 비롯해 품종·재배·양조 방법 등을 법률로 정한 것으로,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샹파뉴 지역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로제 데 리세 AOC(Ros? des Riceys AOC)는 리세 마을에서만 생산되는 피노 누아 단일 품종으로 만든 로제 와인이다. 비교적 어린 상태에서 주로 소비하는 와인으로 프랑스에서도 ‘리세 맛’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개성이 있다. 파브르 대표는 “알렉상드르 보네는 화이트 와인에 소량의 레드 와인을 혼합하는 방식이 아닌 피노 누아를 직접 침용해 풍미와 색을 추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며 “이는 16세기부터 이어온 우리 지역만의 전통이 담긴 방식으로 다른 어느 지역의 로제보다 짙은 색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파브르 대표는 알렉상드르 보네가 와인에 복합미를 더하기 위해 샴페인 제조에 허용되는 7가지 품종을 전부 재배해 사용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피노 누아와 피노 뫼니에, 샤르도네 등 3가지 품종만 재배하거나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그는 “와인에 구조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피노 블랑과 시트러스 계열의 아로마와 프레시함을 더해줄 수 있는 아르반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며 “수익성 관점에선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른 와이너리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품종을 사용해 우리만의 고유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치 있지만 어렵지 않은 와인으로 기억되길"
파브르 대표는 최근 확산하고 있는 저도주에 대한 선호 추세가 샴페인 시장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유럽에서 와인은 전통적으로 식사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특별한 날을 축하하거나 친구들과 홈파티를 즐길 때 마시는 것으로 소비의 양상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며 “와인 시장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대부분 저가의 대량생산 와인 수요가 줄어드는 것일 뿐 양질의 와인 수요는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붉은 육류에서 채식이나 가금류 등으로 식문화가 변화하고 있는 점도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고 음용성이 뛰어난 샴페인에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덧붙였다.
알렉상드르 보네는 도수가 낮으면서도 깔끔하고 프레시한 맛을 선호하는 최근 경향성에 맞춰 당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샴페인은 생산 과정에서 2차 발효 후 생성된 효모 침전물을 배출하는 ‘데고르주망(Degorgement)’이란 작업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침전물과 함께 소량의 와인도 함께 유출되기 때문에 그 부족분을 보충하는 ‘도사주(Dosage)’를 진행하는데, 이때 보충되는 ‘리퀴르 덱스페디시옹(Liqueur d' expedition)’이 와인의 최종 당도를 결정한다. 알렉상드르 보네는 이 단계에서 가당을 하지 않아 달지 않은 ‘브뤼(Brut)’ 또는 ‘엑스트라 브뤼(Extra-Brut)’의 샴페인만 생산한다.
파브르 대표는 "샴페인이 충분한 버블을 갖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당분이 필요해 최종 단계에서 당을 추가해야 한다"며 "하지만 알렉상드르 보네는 직접 재배한 당 함유가 높은 양질의 포도만 사용해 양조하는 만큼 도사주 단계에서 당을 추가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버블을 함유한 샴페인을 생산할 수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 하우스 스타일의 정수로 엑스트라 브뤼 등급의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를 꼽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미식 문화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 와인 시장의 성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배경”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알렉상드르 보네는 현재 프랑스 현지에서 50개가 넘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 입점할 정도로 미식가들에게 인정받는 와인”이라며 “한국의 미식가들에게도 알렉상드르 보네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파브르 대표는 끝으로 알렉상드르 보네의 와인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소비자가 어렵게 생각하지는 않는 와인으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셨을 때 과실의 매력이 느껴져 직관적으로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이지 드링크 와인(Easy Drink Wine)'이면서도 높은 품질과 헤리티지가 담긴 '파인 와인(Fine Wine)'의 정체성도 확실한 와인으로 알려지고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말을 마쳤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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