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IT 제조업 제외 성장률 1%대" 강조
반도체 홀로 반등에…수출기업 전반 체감경기도 ↓
하반기 금리인하 사이클 진입 가능성 높아져

“IT 제조업을 제외하고 본다면 올해 성장률이 1.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국민들께서 경기 회복의 온기를 충분히 느끼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1월 1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신년사)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회복세에도 올해 한국 경제가 쉽게 웃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그간 어려움을 겪었던 반도체 업황이 점차 되살아나고 있는 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면서도 반도체를 뺀 경기는 녹록지 않을 거라는 점을 시사했다.

‘IT를 제외한 1.7% 성장률’이라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치는 이 총재가 지난해 말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내년 성장률이 2.1%라고 할 때, 이는 IT 수출이 많이 회복됐기 때문인 것"이라며 "한은 내부에서는 IT를 빼곤 내수 기준 1.7% 성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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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출은 5.1%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576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약 1/5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그 요인이다. IT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고 반도체 기업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가격 상승과 물량 증가가 함께 이뤄진 영향이다. 지난해 11월 12.9% 증가한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21.8% 늘어나며 증가 폭을 키웠다. 한은이 발표한 11월 반도체 금액지수 역시 16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다만 이 총재의 말처럼, 최근 '효자품목' 반도체 중심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경기회복의 온기가 좀처럼 퍼지지 않는 현상은 실제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수출기업의 체감경기는 오히려 하락한 바 있다. 한은이 연말께 발표한 지난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에서 수출기업의 업황실적BSI의 경우 오히려 전월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수출기업은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업체를 의미한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수출기업 체감경기가 하락한 이유에 대해 "반도체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디스플레이 상황이 별로 안 좋았고, 주력산업 중 하나인 금속·화학의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다른 중국 제품에 밀린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문에 따라 느끼는 경기 회복 정도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안 그래도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는 전반적인 인식과 기업 체감경기가 달라 내부에서도 주목한 바 있다"며 "전반적으로 수출 규모는 늘어났을 수 있어도, IT 외에 업종별로 뜯어보면 상황이 제각각"이라고 부연했다. 반도체 등 IT 회복이 경기를 견인하고는 있으나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의미다.


이 총재 역시 “경제 성장률 전체로 봐서는 잠재성장률과 가깝고 부양이 필요 없겠지만, 고통을 겪는 부문이 많고 취약계층이 있으므로 타깃해서 부양하는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러 국제기구·투자은행의 경제전망을 보면 다른 주요국들은 작년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반면 우리나라와 대만만 높아진다고 보는데, 이는 두 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가 끌고 가기 때문"이라며 "한은 총재도 반도체'만' 살아나는 걸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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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여건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 저울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국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며 우리 내부 여건에 더 비중을 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석 교수는 "상반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증거가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부터 금리인하를 본격 단행할 가능성이 높겠다"며 "IT를 제외한 경기가 부정적일 거라 강조한 점은 이러한 예측에 힘을 실어준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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