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영화 '괴물' 언론시사회

"'괴물찾기' 하는 우리가 괴물"
소년배우들 성(性)·LGBTQ 교육

소년들의 미묘한 감정·관계·갈등 등을 통해 인간 내면의 괴물을 포착한 괴물 같은 영화가 스크린에 몰아친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2005)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어느 가족'(2018), '브로커'(2022)를 연출한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61)이 신작 '괴물'로 돌아온다. 영화는 지난 5월 열린 76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에서 열린 영화 '괴물' 언론시사회에서 화상을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마주했다. 그는 "다른 영화 촬영 일정으로 한국에 가지 못했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오는 29일 국내 개봉하는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괴물'은 학생·교사·학부모의 엇갈린 시선을 다룬다. 어느 한쪽의 주장에 치우치지 않고 진실을 짚어가는 이야기의 흐름을 통해 '과연 괴물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고레에다 감독은 "2018년 12월에 사카모토 유지 작가가 쓴 플롯을 받았다. 스릴 있었다. 나라면 절대로 쓸 수 없는 대본이었다. 관객에게도 이러한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고 연출 배경을 전했다.


이어 "한 장씩 읽으면서 무언가 일어나는 거 같은데 무엇인지 모르겠더라. 누가 나쁜지 저도 모르게 찾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인가, 어머님인가. 나도 모르게 괴물을 계속 찾으면서 화살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지 계속 찾았다. 등장인물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진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괴물'은 정교한 서사로 감동을 준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는 인간의 내면을 비추면서 '일반적인' '남자가' '남자다운'이라는 말이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 보여준다. 악의 없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이 그걸 듣는 소년들에게는 억압적, 폭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 악의 없는 가해도 타인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또 "괴물을 굳이 찾는다면 영화를 보면서 괴물 찾기를 하는 '우리들'이다. 소년들이 아이들을 괴롭힐 때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부추기는 주위의 아이들이 있다. 그 학급 안에서 가장 큰 괴물은 그렇게 부추기는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영화 '괴물' 스틸[사진제공=NEW]

영화 '괴물' 스틸[사진제공=NEW]

원본보기 아이콘

아역 배우들의 디렉팅 과정은 '아무도 모른다'와 전혀 달랐다고 했다. 당시 대본을 주지 않고 현장에서 구두로 전달하는 '즉흥극' 형식을 취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리딩, 리허설 등을 거쳐 연기하는 형식을 취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괴물'에서는 복잡하고 단순하지 않은 감정이 요구돼 소년들이 즉흥적으로 대사하는 게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오디션 단계에서 미리 대본을 준다는 전제로 뽑았다. 단연 두 배우(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가 뛰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성교육, LGBTQ((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등을 포함한 교육을 아역과 아역 지도 선생님에게 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결말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여러 형태의 결말이 있었지만, 무엇이 그들을 긍정적으로 스스로 받아들일지에 집중해서 지금의 결말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구해진다, 구원된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마지막에 부모님께 안기면서 끝나는 것만이 구원되는 건 아니라고 봤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최고의 엔딩이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이번에는 각본을 쓰지 않고 작가와 협업했다. 이러한 연출 방식에 관해 고레에다 감독은 "만약 내가 직접 각본을 썼더라면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특정 장면에서 다르게 썼을 텐데, 신기했다. 각본을 읽으면서 감탄했다. 영화로 상상했을 때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는데 지루하지 않다고 느껴서 재밌었다.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데도 긴장감이 지속됐다. 그래서 꼭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플롯과 각본을 읽고 3장으로 이뤄진 구성인데 3장에 이르러서야 아이들의 세계가 나온다. 이 아이들의 세계를 내게 맡기고 싶어서 작가가 내게 제안했구나 느꼈다. 누군가가 던진 공을 잘 받아서 다시 잘 던져줘야 하는 입장이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 다음 작품에서 또 작업하고 싶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사진출처=AP·연합뉴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사진출처=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 10월 열린 28회 부산영화제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사카모토 작가는 관객을 괴롭히는 작가"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제가 작품을 쓸 때는 사건부터 들어가지 않고 일상 묘사에서 이야기로 들어간다. 사카모토는 처음부터 스토리 텔링이 엄청나게 뛰어났다"고 떠올렸다.


이어 "일부러 사람을 '미스 리드'하는 거다. 이쪽으로 가서 착각하게 만들고, 또 다른 곳으로 데려가서 '이게 아니었나?' 하는 식으로 관객의 생각을 왔다 갔다 하면서 관객을 가지고 논다. 나는 이런 식으로 관객을 끌어들인 적이 한 번도 없기에 그런 면에서 관객을 괴롭힌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괴물'은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음악감독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작이 됐다. 사카모토는 일본의 작곡가이자 영화 음악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저명한 음악가다.

AD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가 사카모토 감독님의 유작이 됐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계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분이 남긴 음악이 전 세계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