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구분없이 오직 능력중심"…여성임원 3人이 말하는 한샘
R&D본부 김혜원·정유진·최지연 이사 인터뷰
한샘임원 4명 중 1명은 여성…타사보다 4배 많아
"양성평등제도 정착…유리천정 없어"
지난해 한샘의 정규직 입사자 중 39%가 여성이었다. 팀장·부서장·실장·본부장 등 전체 관리자에서 여성 비중도 2020년부터 꾸준히 늘어 올해 20%를 차지했다. 여성임원 비중은 2019년 5%에서 올해 25%로 급증했다. 지난 7월엔 한샘의 새 수장으로 40대 초반의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했다. 한샘에 우먼파워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유가 뭘까. 서울 상암동 한샘사옥에서 연구개발(R&D) 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혜원 R&D본부장, 정유진 홈퍼니싱상품1부서장, 최지연 홈퍼니싱상품2부서장 등 40대 여성이사 3명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김 본부장은 한샘에 양성평등 문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했다. 남녀 구분없는 합리적 평가·보상 체계를 운영한 결과 사내 여성의 역할이 자연스레 커진 것이지 여성을 우대하는 특별한 정책이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선배 세대에서는 출산과 육아의 책임을 여성이 도맡는 경우가 많아 다수의 능력있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양성평등 문화가 잘 정착돼 차별이나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샘의 양성평등 정책 중 대표적인 게 '패밀리 케어 플러스'(Family Care+) 프로그램이다. 임신·출산·육아·복직 등 가족 구성 단계에 맞춰 지원한다. 현행법상 12주 이내나 32주 이후의 임신부는 하루 2시간의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한샘은 태아와 산모의 건강을 위해 임신 전체 기간 동안 임금 차감없는 2시간 단축근무 제도를 운영한다. 육아휴직은 남녀직원 모두에게 2년을 제공한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업무평가에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임신기 근로자와 육아휴직 후 복직자는 근무기간에 따라 절대평가로 중간 평가 이상의 등급을 부여한다. 복직 후에도 유연근무제·육아기 단축근무제·사내 어린이집 등을 통해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사내 합리적인 시스템이 갖춰지니 임직원들의 고민은 한가지로 집중된다.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다. 이런 상황에선 업무집중도가 올라가고 성과도 더 잘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영업·마케팅·디자인·기획 등 다방면에서 여성 리더가 육성되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최 부서장은 "인재 영입을 위해 타사 직원들을 만날 기회가 많은데 출산과 육아가 경력단절로 이어지고 평판도 정치력에 좌우되는 어려움을 여전히 호소한다"며 "이들이 한샘의 기업문화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라고 전했다.
지난 7월 취임한 김유진 대표도 그동안 '성과주의' 중심의 조직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인물이다. 김 대표 취임 이후 한샘 임직원들은 전보다 더 업무에 집중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정 부서장은 "연차나 성별 등과 상관없이 오로지 역량 하나로만 평가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니 직원들이 본인의 일을 더 열심히 하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최 부서장은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속도감 있게 한다"면서 "그동안 젊은시각으로 이런 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콕 짚어 실행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취임한 3분기 한샘은 4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동기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보수적 성향의 일부 기업에선 여전히 남성직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출산·육아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야근과 회식 등 밤샘문화에서 상대적으로 컨트롤이 쉽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기업 스스로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능력있는 여성인력을 채용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소비재 등 특정 업종에서는 여성의 관점에서 섬세한 니즈를 파악하고 전략을 짜는 게 유리한 경우가 있다"면서 "기업이 특정 성을 기피할 게 아니라 문제점을 보완할 시스템을 갖춘다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과 정 부서장은 지난 1월 이사로 승진했다. 최 부서장은 2020년 이사로 승진해 올해로 4년차다. 세 임원은 임원이 되고 업무를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개인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부서나 본부, 회사 전체의 이익을 항상 염두에 두고 조직을 이끌어야 할 책임감이 생겼다고 했다.
임원이 되는 순간 정규직에서 일년단위 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뀌기 때문에 늘 긴장을 늦추지 않을 수 없다. 그럴수록 가정에서의 응원은 큰 힘이된다. 정 부서장은 "업무상 야근이나 회식으로 귀가가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임원이 된 이후엔 남편과 아이가 더 많이 이해해주고 배려해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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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임원은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우리 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이라며 "고객뿐 아니라 부서간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정 부서장은 "어떤 일이든 진심을 다하고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이 돼야한다"고 조언했다. 최 부서장은 "한샘은 DNA가 강한 조직"이라며 "회사 안팎의 변화에도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우리의 본질적 노력의 방향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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