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전쟁’…“라이더컵에 명예를 걸었다”
미국과 유럽연합 국가대항전 1927년 시작
미국 역대전적서 27승 2무 14패 우위
미컬슨 최다 출전, 가르시아 최연소·최다 득점
세계랭킹 1위 셰플러 vs 2위 매킬로이 선봉
10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골프전쟁’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격돌하는 국가대항전 라이더컵을 두고 하는 말이다. 상금은 없다. 명예다. 고성과 야유도 허용된다. 열띤 응원전도 펼쳐진다. 올해는 오는 29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이탈리아 로마 근교의 마르코 시모네 골프&컨트리클럽(파71·7268야드)에서 제44회 라이더컵이 벌어진다. 골프에 웃고, 골프에 우는 라이더컵의 이야기다.
라이더컵은 1926년 디오픈 개막에 앞서 미국과 영국 선수들이 친선 경기를 한 것이 시초다. 1927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우스터 컨트리클럽에서 1회 대회가 열렸다. 영국 출신의 사업가 새뮤엘 라이더가 약 250파운드를 주고 금으로 된 17인치 트로피를 제작해 기증한 것이 대회명의 유래다. 이 트로피의 이름을 ‘라이더컵’으로 불렀고, 대회의 공식 명칭이 됐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2년마다 맞붙는다. 격전지는 미국과 유럽 코스를 번갈아 선택한다. 돈보다 더 귀한 자존심 경쟁이 뜨겁다. 양쪽 대륙에서 각각 12명씩 선발하는 선수들 역시 출전 자체를 영광으로 여긴다. 미국은 역대전적 27승 2무 14패로 앞서 있다. 1회 대회에서 잉글랜드-아일랜드연합과 격돌한 이래 초기 50년간(2차 세계대전으로 1939~1945년 중단) 압도적으로 이겼다.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1979년 "잉글랜드-아일랜드연합을 유럽 전체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미국은 21차례 대결에서 9승 1무 11패로 오히려 열세에 놓였다. 유럽연합은 1995년부터 2014년까지 라이더컵 10회 중 8회나 우승했다. 2000년대 10차례 대결에서도 7승 3패 우위다.
필 미컬슨(미국)은 라이더컵에 12회나 등판했다. 최다 출전이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최연소 출전(19세 258일), 최다 포인트 획득(28.5점)이란 진기록을 갖고 있다. 레이몬드 플로이드(미국)가 최고령 출전자(51세 20일)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라이더컵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가 출전한 대회에서 미국은 1승 7패다. 바로 직전 대회인 2021년엔 미국이 19-9로 유럽연합을 대파했다. 첫날 5승 2무 1패와 둘째날 5승 3패 등 기선제압에 성공했고,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7승 2무 3패로 압도했다. 19-9, 역대 최다 점수 차 우승이다.
라이더컵은 사흘 동안 총 28경기를 치른다. 첫날과 둘째날 포섬(두 명의 선수가 1개의 공으로 번갈아 가면서 플레이)과 포볼(각자 공으로 플레이하고 좋은 스코어를 채택) 각각 4개 매치씩 16경기에 벌어진다. 이후 최종일 전 선수가 출전하는 12개 싱글 매치플레이가 이어진다. 이기면 승점 1점, 무승부는 0.5점이다. 먼저 14.5점을 확보하면 우승이다. 미국 선수들은 기량이 출중하다. 다만 매 대회 끈끈한 동지애로 뭉친 유럽에 비해 응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포섬에서 약점을 드러내는 이유다.
라이더컵에서는 수많은 드라마가 연출됐다. ‘매치 강자’ 이언 폴터(잉글랜드)의 2012년 ‘시카고 대첩’이 으뜸이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함께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메디나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잭 존슨-제이슨 더프너(이상 미국)와의 포볼 매치에서다. 폴터는 마지막 5개 홀에서 모조리 버디를 쓸어 담는 괴력을 발휘했다. 18번 홀에서는 특히 3m짜리 버디퍼트를 집어넣어 매치를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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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레너드(미국)도 라이더컵의 영웅이다. 1999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라인 더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스페인)과의 진검승부에서 4홀 차로 끌려가던 후반 눈부신 추격전을 전개했다. 17번 홀에서 13.7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1홀 차 리드를 잡은 게 백미다. 미국은 최소한 무승부를 확보해 우승에 필요한 14.5점을 채웠다.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의 ‘감나무 샷’도 인상적이다. 1983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 PGA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퍼지 젤러(미국)와의 경기에서 17번 홀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18번 홀에서는 공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바예스테로스는 그러자 퍼시먼(감나무) 소재 3번 우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벙커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페이드 샷으로 그린 가장자리에 공을 올렸고, 결국 파를 지켰다.
올해는 ‘로마 결투’가 기다리고 있다. 홈 코스의 유럽연합은 2년 전 대패의 수모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3위 욘 람(스페인), ‘페덱스컵 챔피언’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이 중심이다. 로버트 매킨타이어(스코틀랜드), 티럴 해튼, 매트 피츠패트릭(이상 잉글랜드)이 포인트 상위 순위로 합류했다. 루크 도널드 유럽연합 단장은 토미 플리트우드, 저스틴 로즈(이상 잉글랜드), 셰인 라우리(아일랜드) 등 베테랑을 추천 선수로 합류시켰다. 그러나 ‘LIV골프 멤버’ 폴터,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가르시아 등이 빠진 것이 아쉽다.
이에 맞서는 미국도 최정예를 투입했다. LIV골프로 이적한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까지 선발했다. 라이더컵에 나서는 유일한 LIV골프 선수다. 미국은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 US오픈 우승자 윈덤 클라크, 디오픈 챔피언 브라이언 하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매치의 강자’로 꼽히는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머스, 리키 파울러 등도 스티브 스트리커 단장의 추천으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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