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춤추고 노래하고 악기 연주하는 시니어
‘풍류’란 바람 ‘풍(風)’자와 물 흐를 ‘유(流)’자가 합쳐진 말이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에 대하여 시를 짓고 노는 것', '멋이 있는 것', '음악을 아는 것', '즐거운 것', '예술에 대한 조예' 등 복합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종로 국일관 옆 골목에는 매일 저녁 무렵 길거리 포차들이 들어선다. 인근 직장인들이 간단히 목을 축이고 가는 곳이라 연령대는 다양하다. 이곳을 지나 더 골목 안으로 향하면, 시니어들을 위한 라이브카페가 있다. 추억의 70년대풍 메뉴판에, 팝송 위주로 디제잉을 하는 곳도 있고, 한때 유명했으나 지금은 잊혀진 가수나 밴드들이 와서 ‘그룹사운드’나 ‘포크송’ 연주를 하는 곳도 있다. 옛날 음악다방처럼 신청곡을 받아주기도 하고, 흥겨우면 춤을 출 수도 있다. 인사동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마주친 풍경이다. 요즘 우리 5060세대가 즐기는 풍류는 또 무엇이 있을까?
여지껏 고령자의 오락과 즐거움이라고 하면 텔레비전, 트로트, 화투놀이가 떠올랐다. 실제 5060세대는 텔레비전 키드이고, 노트북이나 핸드폰으로 온디맨드형 콘텐츠를 소비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달리 여전히 TV를 본다. 시청률이 높은 방송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시니어의 관심을 받아야 한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브라운관을 통해 만화 주인공을 만나고 스포츠 경기를 기다리고 전원일기를 함께 봤다. TV와 친밀하다는 말이다. 트로트도 빼놓을 수 없다. 여러 나라의 음악이 섞였고, 한국 민요의 영향까지 더해져 떠는 창법이 특징인 독특한 음악 장르 중 하나로 사랑과 이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성인가요라고도 불린다. 1970년대에 남진, 나훈아가 2인 라이벌 체제를 이뤄 가요계를 주름잡았고, 이 열기를 가왕이란 별칭의 조용필이 이어받았으며, 최근 송가인과 임영웅을 통해 다시금 돌풍이다. 화투놀이 역시 뗄 수 없는 오락거리다. 12달을 상징하는 총 48장으로 구성된 카드를 돌려 노는데 민화투, 짓고땡, 육백 등 종류가 다양하지만 단연코 ‘고스톱’이 가장 인기가 있다. 명절마다 일가친척이 모이면 반드시 펼쳐지던 판 때문에 민속놀이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 들어왔다. 이불과 화투패만 있으면 2~10명까지 놀 수 있고 1970년대 중반 이후 자리 잡았다.
이러한 오락과 즐거움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시니어가 인생을 즐기는 양상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집안이 아니라 집 밖으로 향한다. 라이브 콘서트나 영화관, 미술관을 찾기 시작했다. 초기엔 여성이 주도했다. 모녀가 주축이 되어 ‘특별전’에 가서 오붓한 데이트를 즐겼다. 그리고 시니어 여성 일행끼리 다니다가 정년을 맞이한 ‘남성’이 합류하면서 ‘부부’가 함께 하는 경우가 생겼다. 보통은 조금 멋을 내고,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룬 영화관이나 미술관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담소를 나누며 맛있는 식사를 하는 패턴이다. 미술품 감상을 하거나 공연에 갈 때 관련 상품을 구입해서 여운을 간직한다. 시니어 세대가 젊은 시절을 공유하는 국내외 노장, 거물 아티스트의 공연이나 전시의 경우는 초만원을 기록한다. 해석이 각각이지만, 최근의 와인이나 막걸리 붐 역시 시니어 세대가 이러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진입해, 이 특별한 외출 때마다 식사에 반주를 곁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 시니어들은 보고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고 있다.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배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직접 그리고 노래하고 연주하고 싶어한다. 일본에서도 단카이 세대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클래식, 가부키, 뮤지컬 공연을 보기만 하던 시니어들이 ‘교습’을 통해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야마노 악기 회사가 ‘어른의 음악교실’을 열어서 ‘칠 수 있게 되도록, 불 수 있게 되도록’이라며 호응을 얻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도 젊었을 때 캠퍼스 잔디밭에 둘러앉아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던 기억을 소환해, ‘아저씨 밴드’를 만들고 악기를 다루며 노래하고 있다. 춤 역시 마찬가지다. 에어로빅과 줌바만이 아니라 탱고나 라인댄스를 배우고, 무대를 마련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아줌마 댄스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카메라를 구입해 사진 공부를 하고, 곳곳을 촬영한 후 책으로 출판한다. 백화점 문화교실에서 그림에 대해 보는 법만 배우고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며 미술 도구를 준비해 '스케치 클럽'에 참여하고 작품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영어나 스페인어를 익히고 해당 국가에 여행 가서 바로 써 먹어 보려 한다. ‘내가 하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움직임이다.
최근 시니어타운에 입주를 결정할 때, 병원과 연계되는지가 기본이고, 시설만큼이나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이 있다. 스포츠강좌, 문화 교실 등의 프로그램이 얼마나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는지 여부다. 5060세대를 대상으로 한 취미 플랫폼으로 ‘시소’나 ‘우리클래스’처럼 ‘어른의 교습’을 모아놓은 스타트업이 많아지는 것도 당연한 흐름이다. 배우고 싶은 시니어, 활약하고 싶은 시니어가 갈 곳은 아직 너무나도 한정적이다. 시니어 세대는 전부 제각각이어서 세분화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의외로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매스마켓을 만들어온 세대이기 때문이다. 적정한 가격과 안정적인 프로그램이 갖춰진다면, 시니어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하는 비즈니스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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