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통한 불법 입양 실체 드러나
"'보편출생등록제'로 외국인 아동도 보호해야"

아기를 데려가 판매하는 불법 입양 브로커. 영화 '브로커'를 이끄는 핵심 사건인 신생아 불법 입양의 실체가 현실에서도 드러났다. 미혼 산모의 신생아를 98만원에 사들인 뒤 300만원에 되팔은 2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지면서다. 출생 미신고 영아 문제가 커지면서 정치권은 출생통보제 등 대안을 마련했지만, 시민단체는 이주 아동을 포함해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보다 폭넓은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2일 인천지검은 최근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 혐의로 20대 여성 A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의 혐의가 영화와 다른 점은 그가 베이비박스에서 아이를 데려온 것이 아니라, 친모로부터 아이를 사들였다는 점에 있다. 영화 '브로커'에서 '상현'(송강호 분)과 '동수'(강동원 분)는 '소영'(이지은 분)이 베이비박스에 두고 간 아기 '우성'을 몰래 데려가 불법 입양시키려 한다.


하지만 A씨가 미혼 산모에게 접근해 아이를 넘겨받은 경로는 '온라인'이었다. A씨는 2019년 7월 인터넷에 '남자친구와 사이에 아이가 생겼는데 키울 능력이 되지 않는다. 좋은 방법이 없냐'는 글을 남긴 친모 B씨에게 접근해 "남편이 무정자증이라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아이를 출생 신고 후 키우고 싶다"고 거짓말을 했다.

두달 후인 2019년 8월24일 오전 9시57분쯤 A씨는 B씨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 병원비 98만원을 대신 지불한 뒤 생후 6일 된 아이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2시간 만인 같은 날 오전 11시34분쯤 인천의 한 카페에서 300만원을 받고 아이를 50대 여성에게 판매했다. 이후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이는 다른 곳으로 입양돼 현재는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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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불법 입양이 드러난 계기는 최근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전수조사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2022년 태어난 출생 미신고 아동 2123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249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 미신고 영아 문제가 커지면서 지난 6월 말 국회는 급하게 출생통보제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아동에 대해 해당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지자체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지금까지 출생 신고 의무는 부모에게만 한정됐지만, 그 의무를 의료기관에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에서 지적받은 사각지대를 모두 보완하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전수조사는 2015~2022년 예방주사 등을 위한 임시신생아 번호를 부여받았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들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2014년 이전 출생한 출생 미신고 아동 ▲국내에서 출생 등록을 할 수 없는 외국인 아동 ▲병원 밖 출생 아동은 포함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는 국내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이 등록되게 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모의 국적이나 태어난 환경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의 출생이 등록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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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과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 56개 단체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출생통보제'에 대해 "아동의 존재를 공적으로 인정하고 출생신고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미등록 이주 아동을 포함해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권이 보장되도록 법률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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