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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중국은 왜 부동산 위기를 보고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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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선 좀처럼 체감하기 어렵던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전국 실물 경제로 확산하려는 모양새다. 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베이징 시내의 부동산 신탁회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불패 신화를 쓰던 1선 도시 아파트 분양 열기도 급격히 시들해졌다고 한다. 주택 시장에서 금융 시장으로 빠르게 번지는 최근의 위기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닮아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좀 의아한 점이 있다. 상황 악화의 도화선을 제공한 중국 정부가 딱히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리먼 사태가 대형 투자은행(IB)의 무리한 차입과 주택 가격 하락으로 촉발된 시장발 사건이라면, 이번 일은 중국 정부가 2021년 부동산 기업의 재무 규제를 갑작스레 강화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물론 업계의 건전성이 악화했던 것이 주된 이유겠지만, 오랜 시간 그렇게 되도록 허용한 것도 당국이었다. 부랴부랴 조기 진화에 나서도 부족할 판에, 신경 쓰는 시늉만 하며 사태를 관망하는 듯하다.

[베이징 다이어리]중국은 왜 부동산 위기를 보고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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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정부는 자산부채비율 70% 이하, 순부채비율 100% 이하, 단기부채 대비 현금비율 1 이상의 조건 가운데 일부 또는 전체를 불만족할 경우 자금조달을 제한하는 이른바 ‘세 가지 레드라인’을 내놨다. 주식이나 채권 발행은 물론 은행 대출까지 막았고, 그 결과 기업들은 금세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됐다. 부동산 개발사들이 도미노 파산 우려를 키우자 시장은 빠르게 냉각됐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소득이 느는 것 같은 착각에 씀씀이가 커지는 것처럼, 반대의 경우가 돼 과하게 소비를 줄이는 형국이다.


일련의 사태가 국유화를 통한 통제권 강화를 염두에 둔 정부의 의도된 방치라는 분석도 있다. 기업이 스스로 회생하기를 돕기보다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종국에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유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큰 그림’이 있다는 것이다. 박수현 KB증권 리서치본부 팀장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중국이 장기적으로 재정 상태를 건전화하고, 불황에 직접 대처하기 위한 포석을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언론이 중국의 경기 침체를 기다렸다는 듯이 연일 상황을 보도하고 있지만,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중국만 고달파지는 것이 아니다.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으면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 주력 수출품은 갈 곳을 잃고, 개선되는 듯하던 무역수지는 또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구매가 급감한 중국의 스마트폰, TV, PC 등 주요 내구재 소비는 반도체 경기와 연동돼 움직인다.

앞으로 경제 상황이 어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중국은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마이너스 물가의 디플레이션 양상을 띠고 있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더라도 당장 민심 이반이 일어날 만큼의 내부 체제 붕괴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일당 체제다. 유권자 눈치 살피느라 골머리를 썩이는 게 아니라, 주석의 뜻대로 좌지우지할 여건이 된다. 반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수장들은 선거를 앞둔 유한한 권력자다. 어느 쪽이 더 마음이 급할까. 중국 최고지도부는 목표치로 내건 ‘5% 안팎’의 경제성장이면 면피는 충분하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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