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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걸린 中경제]⑨'국진민퇴' 기조전환 없이 장기성장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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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민영기업 쫓아내지 않아"…'국진민퇴 논란' 종지부(2018년 9월)


中 리커창 "국유·민영 다 키운다"... '국진민퇴' 공포감 잠재우기(2020년 9월)

中, 경기회복 더디자 “민영기업이 활력소”…‘국영 우대-민간 홀대’ 정책서 선회 조짐(2023년 7월)


언론에서 몇 년 간격으로 나왔던 기사 제목들이다. '국진민퇴'는 국영기업이 나아가고 민영기업은 물러난다는 뜻이다. 중국은 국진민퇴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그 부작용이 예상될 때마다 이런 식으로 선언해왔다. 중국은 도구적으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활용하고 있지만, 결국은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의 필연적 양태다.


중국은 '실질적으로는 자본주의'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중국 공산당 등 지배층은 여전히 사회주의를 신봉한다. 건국 100주년인 2050년쯤에는 사회주의 강국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시진핑 정권이 강조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 모두가 함께 잘 살자)'는 장기적인 목표로 추구해야 할 대상이다.

[덫에 걸린 中경제]⑨'국진민퇴' 기조전환 없이 장기성장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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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태까지 세계 각국의 경제발전사를 보면, 경제 발전 초기에는 국가가 경제를 계획적으로 끌고 갈 수 있지만 그런 노동과 자본 투입으로 이뤄지는 '요소투입 경제'는 한계에 봉착한다.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발현돼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국가 경제가 더이상 성장하지 못했다. 이른바 '중진국의 함정'이다.


중국은 여전히 국진민퇴 기조를 유지하며, 국유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국진민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 하지만 보완적 정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같은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중국 정부가 실용적이라면 이같은 기조를 바꿀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하다가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2000년대 민진국퇴에서 시진핑 집권후 국진민퇴로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시장경제 방향으로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고위 당·정·군 관료들이 부정부패로 사익을 추구했다. 그래서 2012년 시진핑이 국가주석에 오르자마자 반부패 개혁을 추진하면서 엄단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국영기업의 중요성이 부각돼 국진민퇴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영향으로 2013년 시진핑의 '9호 문건'에 서구 제도 중 중국에 맞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게 포함됐다고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식 시장주의 체제에서 금융회사의 탐욕이 금융위기를 촉발했고, 그 과정에서 중국에서는 대중민주주의와 시장주의 체제의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회의가 일어났던 영향도 있다.


특히 2018년 9월 칼럼니스트 우샤오핑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민영 부문은 국유기업을 돕는 역사적 임무를 완수했으며 이제 사라지기 시작할 때가 왔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후 시 주석이 민영기업을 시찰하고 민영기업의 역할이 언급되면서 논란이 잦아들기는 했지만 민영기업들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국영기업을 통해 경제를 장악하고 있고 민간기업이라고 해서 공산당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안방보험 창업자 우샤오후가 2017년 6월 체포돼 2018년 18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알 수 없는 이상한 일도 일어났다. 2018년 7월 하이항그룹의 공동창업자 겸 회장인 왕젠이 프랑스 휴양지에서 실족사했고, 앞서 2017년 1월 밍텐그룹 샤오젠화 회장이 홍콩호텔에서 갑자기 실종되기도 했다.


2018년 10월 시행된 상장사 관리준칙은 '상장사가 공산당 당헌에 따라 회사에 당위원회(당 조직) 구성과 활동에 필요한 조건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주요 의사 결정 때 이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또 중국 국영기업과 합작 투자한 서방 기업은 회사 내부 공산당 세포(핵심당원)들에게 의사 결정에 대한 명시적인 역할을 부여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국진민퇴'에 대한 우려는 여전…”민간 자율과 창의 없으면 지속 성장 어려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 때인 2020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정부를 공개 비판했다. 마윈은 당시 중국 은행을 담보와 보증만 요구하는 ‘전당포’에 비유하며 “중국 금융의 전당포 정신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중국은 규제에는 강하지만 감독하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정면 비판했다. 또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할 수 없듯이, 과거의 방식으로 미래를 관리할 수 없다”며 중국 금융당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후 중국 당국은 마윈 잡기에 나섰다. 그해 11월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상장을 전격 무산시킨 데 이어, 2021년 4월엔 알리바바에 2008년 중국 반독점법(독점 금지법) 도입 이후 역대 최대 액수인182억 위안(약 3조37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마윈 사태’를 계기로 중국 정부는 빅테크 영향력 억제 조치를 본격화했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메이퇀과 텐센트 등 주요 테크 기업에도 막대한 벌금을 매겼다. 사교육 억제를 명분으로 온라인 교육 기업도 덫에 걸려들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에 따른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도 경기 회복이 더디고,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 직면하자 민간기업의 재산권 보호, 국영기업과의 차별 없는 대우 등을 보장하는 민영기업 성장 촉진책을 발표했다.


중국공산당과 국무원은 지난 7월 19일 발표한 ‘민영기업 발전·성장 촉진에 관한 의견’에서 “국영, 민영, 외국자본 투자 기업을 동일하게 보고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공정 경쟁의 제도적 틀을 완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영기업의 재산에 대한 과도한 압류를 금지하겠다”며 “민영기업은 중국식 현대화 추진의 활력소”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중국연구센터장)은 “지금까지 보면 정책 기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기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민간기업 달래기 또는 민간의 창의력을 활용해 기업들과 국가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보완적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중국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근본적인 정책 기조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외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활성화하지 않고 정부 주도의 경제로 간다면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기술굴기, 기술혁신으로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과거 소련이 과학기술이 없어서 망했냐”며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정부 주도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으며, 더 나은 단계의 경제는 민간과 시장의 힘으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재형 경제금융 부장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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