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화엄경> '여래출현품'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큰 경전이 있어 분량이 온 우주와 같고, 온 우주에 있는 일이 다 적혀 있다. 그런데 이 경전은 아주 작은 티끌 속에 들어 있어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지 못한다. 어느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는 즉시 작은 티끌을 깨뜨리고 이 큰 경전을 꺼내어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하였다." 이는 우리 모두 부처님의 속성, 즉 불성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의 번뇌에 뒤덮여 부처님으로서 살아가지 못함을 이야기한다. 전설 속 용궁에 감춰져 있던 <화엄경>을 용수 보살이 지상으로 전했듯이, 우리는 '나' 안에 숨겨져 있는 부처님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인문학 독자를 위한 화엄경>을 읽어나가다 보면 마냥 어렵고 암호 같기만 한 <화엄경>의 속뜻과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자 수 782자.
[하루천자]인문학 독자를 위한 화엄경<4>-'상즉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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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즉상입(相卽相入)의 관점에서 '나'와 이 세계, 여러분의 참모습을 관찰한다면 '나'는 곧 여러분이고 여러분은 곧 '나'입니다. '나'에게 여러분이 존재하고 여러분에게 '나'가 깃들어 있지요. 따라서 '나'라고 하는 그 순간에, 그곳에, 그 생각에 여러분이 존재하며 그 순간이, 그곳이, 그 생각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나아가 이 세상 전부입니다. 이런 까닭에 상즉상입이라면 '나'는 결코 여러분과 다른 '나'일 수 없으며 이 세상의 총합이 바로 '나'입니다.


이처럼 하나의 '나'를 들 때 여러분, 이 세상 전부가 함께 따라오는 것이 이 세계의 참모습입니다. 어떠한 '나'도 결코 홀로 '나'일 수 없으며 그것이 <화엄경>이 바라보는 연기법이지요. 노파심에서 사족을 덧붙이자면 당연히 이 '나'는 어느 특정한 개인, 예를 들어 유일신, 왕, 제일 원인 등이 아니라 어떤 사태라도 모두 '나'가 될 수 있습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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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인문학 독자를 위한 화엄경<4>-'상즉상입' 원본보기 아이콘

그렇습니다. 만약 오늘 제가 주문한 연필을 가지고 택배 기사님이 방문할 예정이라면 그것은 연필만 오는 것이 아니라 기사님과 그분의 일생 전부가 오는 것이고, 기사님과 함께 그 가족분들과, 연필을 만드신 분들과, 연필의 재료가 된 나무와, 그 나무가 살았던 당시의 대지와, 연필심이 된 3억 년 전 고생대의 고사리와, 그때의 대기와 나아가 우주 전체가 오는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그런데 <화엄경>은 '나'에게 이미 연필과 택배 기사님이 도착해 있고 우주 전체가 들어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만약 이렇게 택배 기사님을 맞이한다면 그것은 '나'에 대한 정말 대단한 "환대가 될 것"입니다.


-박보람, <인문학 독자를 위한 화엄경>, 불광출판사,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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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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