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과학을읽다]지구 온난화로 바다 색깔까지 변한다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영국 국립해양학센터 연구팀
20년간 데이터 분석 결과
북위 40~남위 40도 사이 바다
56%가 색깔 바뀌어, 점점 녹색으로 변화

기후 변화로 인해 최근 20년 새 전 세계 바닷물 색깔이 검푸른색에서 녹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17년 3월18일 NASA의 아쿠아 위성이 촬영한 아프리카 튀니지 일대 해수면에 녹조류가 번성해 바다의 색깔이 녹색으로 변했다. 사진출처=NASA 홈페이지

2017년 3월18일 NASA의 아쿠아 위성이 촬영한 아프리카 튀니지 일대 해수면에 녹조류가 번성해 바다의 색깔이 녹색으로 변했다. 사진출처=NASA 홈페이지

AD
원본보기 아이콘

영국 국립해양학센터 연구팀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같은 논문을 실었다. 바다의 색깔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바뀔 수 있다. 예컨대 홍수, 태풍 등의 영향으로 육지에서 흘러나오거나 해저 깊은 곳에서 떠오른 영양분이 과다해지는 '부영양화'의 경우다. 이를 먹이로 삼고 있는 클로로필 등 녹색 플랑크톤이 대규모로 번식해 바닷물의 색깔이 녹색으로 변한다. 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인지 장기적인 경향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최소 40년 정도의 변화는 관측해야 지구 온난화의 영향 여부 등 장기적인 추세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왔다.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많은 위성이 바다의 색깔을 측정해 왔지만 각각 다른 방식으로 했기 때문에 하나로 묶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연구팀은 고작 20년의 최신 관측 결과만으로 이를 구별하는 데 성공했다. 그만큼 최근의 기후 변화가 해양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2002년 발사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쿠아(Aqua) 위성이 지난 20년간 MODIS 센서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분석했다. 특히 클로로필의 양을 측정하기 위한 단일 파장 분석 대신 바닷물에서 반사되는 가시광선의 7개 파장 모두의 양을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결과 연구팀은 전 세계 바닷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위 40도에서 남위 40도 사이 열대ㆍ아열대 바다 표면의 약 56%에서 장기적인 규모로 색깔 변화가 일어났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열대ㆍ아열대 바다는 표면 온도의 변화가 거의 없어 색깔도 계절ㆍ연도별로 큰 변동이 없다. 따라서 짧은 기간의 변화를 더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색깔의 농도 변화는 측정된 빛의 파장에 따라 달랐는데, 일반적으로 바닷물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녹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기후 변화와의 연관성도 파악했다. 해양 생태계가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시뮬레이션한 모델의 결과를 바닷물 색깔 변화와 비교해 보니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같은 바닷물의 장기적 색깔 변화의 기전을 파악하고 있다. 우선 표층수 온도 상승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위성 사진 분석 결과 표층수의 온도가 상승한 곳이 일단 색깔 변화 지역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바닷물 속 영양분 분포와의 관련성에 주목하고 있다. 표층수가 따뜻해지면 해당 바닷속 상층부가 층화돼 심층에 있는 영양분들이 표면으로 올라오기가 더 어려워진다. 영양분이 부족해지면 상대적으로 작은 플랑크톤 종류들이 덩치가 큰 플랑크톤들보다 살아남기가 쉬워진다. 이같은 영양분양의 변화가 해당 바다 전체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해양 생태계의 변화에 영향을 끼친다. 물론 이 외에도 바닷물 색깔 변화의 기전은 복잡할 것으로 여겨진다. 연구팀조차도 아직까지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구팀의 B, 카엘 영국 국립해양학센터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로 파악된 바닷물의 색깔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해양 생태계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류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로 NASA가 내년 1월 발사할 예정인 PACE(Plankton, Aerosol, Cloud, ocean Ecosystem) 위성에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이 위성은 초분광(hyperspectral) 이미징 센서를 이용해 기존 어떤 위성보다도 훨씬 더 많은 파장으로 전 세계 바닷물의 색깔을 측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PACE 위성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이보나 세티니치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PACE 위성 프로젝트와 같은 전 세계 해양 초분광 이미지 측정 임무의 필요성을 확인해줬다"면서 "PACE 위성은 이번에 관측된 해양 생태계 구조 변화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尹 "부처님 마음 새기며 국정 최선 다할 것"…조국과 악수(종합2보) 尹 "늘 부처님 마음 새기며 올바른 국정 펼치기 위해 최선 다할 것"(종합)

    #국내이슈

  •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여배우 '이것' 안 씌우고 촬영 적발…징역형 선고받은 감독 망명

    #해외이슈

  •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비계 삼겹살' 논란 커지자…제주도 "흑돼지 명성 되찾겠다"

    #포토PICK

  •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크기부터 색상까지 선택폭 넓힌 신형 디펜더

    #CAR라이프

  •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 용어]교황, '2025년 희년' 공식 선포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