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사람이 변하는 건 '자유 의지'보다 뇌 구성의 영향?
善惡·利他 이유를 뇌과학
'거울 신경세포'로 설명
전향도 뇌과학적 관점 접근
뇌의 물리적 변화 때문이라 주장
유시민 작가는 자신을 ‘글 쓰는 문과 남자’라고 지칭한다. 수학을 못해서 문과가 된 ‘운명적 문과’라며. "학창 시절 모든 수학 참고서의 문제 유형과 풀이 과정을 암기했다"고 고백한다. 당연히 수학을 기초로 한 과학도 멀리했다. 지금껏 역사, 경제, 정치, 독서, 여행, 글쓰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써왔으나 모든 결과물이 인문학에 갇혀 있다고 시인한다. 그런 그가 과학책을 집어 들었다. 과학을 배제하고서는 진정한 교양인으로 불릴 수 없다는 불편한 마음이 들어서다. 두서없이 독파한 과학책에서 그는 인문학에서 좀처럼 느껴보지 못한 짜릿한 지적 자극과 따뜻한 감동을 받았다.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다.
그는 과학교양서로 간주하는 시각을 경계한다. "중요한 과학의 사실과 이론을 쉽고 정확하게 설명할 능력이 없다. 내가 흥미롭게 본 사실, 내게 지적 자극과 정서적 감동을 준 이론, 인간과 사회와 역사에 대한 내 생각을 교정해준 정보를 골라 나름의 해석을 얹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저 ‘과학을 소재로 한 인문학 잡담’으로 수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 작가는 이 책에서 인문학에서 답을 내리지 못한 논쟁이나 뚜렷한 근거가 입증되지 못한 사안을 뇌과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수학으로 증명하려 한다. 일례로 그는 인간의 선악(善惡), 이타(利他)의 이유를 밝히는 근거로 뇌과학을 꺼내 든다.
‘인문학자들이 오랜 세월 논쟁했지만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한’ 인간 본성을 뇌과학의 ‘거울신경세포’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특정 행동을 할 때 활성화하는 두피질의 일부 뉴런이 그런 행동을 하는 타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동일하게 발화한다는 이탈리아 파르마대학교 연구진의 연구 결과(1992)다. "(거울신경세포가) 공감과 도덕적 동기 유발의 기초를 제공하며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염려하고 덜어주는 행위를 장려한다"고 적었다. "인간 본성이 선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한 본성‘도’ 지니고 있다. (…) 우리 뇌에 이기적 행동뿐만 아니라 이타적 행위도 하게 만드는 본성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 작가는 지금까지 살아온 가치관과 살아가는 방식을 크게 바꾸는 ‘전향’도 뇌과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사람이 변한다는 건 ‘자유의지’보다 뇌 구성의 영향이 크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는 한때 독재를 비판했으나 독재 찬양자가 된 기자와 지식인, 노동운동의 ‘레전드’였으나 동료들을 비난하며 고위 공직에 오른 노동운동가 등을 거론하며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전향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이 달라지면 원래부터 권력과 돈을 탐하며 남을 짓밟고 반칙을 저지르던 사람보다 더 미워했다. 지금은 달리 생각한다. 특별히 미워하지 않는다. (…)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보다는 뇌의 물리적 변화나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 때문에 달라질 가능성이 더 높다."
친족 이타주의에는 생물학적으로 접근한다. 왜 인간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족을 챙기는가의 문제를 영국 생물학자 해밀턴의 ‘포괄적응도’ 이론을 토대로 설명한다. 이론에 따르면 일꾼개미는 자신의 번식을 포기하면서까지 여왕개미의 출산과 양육을 돕는다. 유 작가는 "친족이타주의 행동을 함으로써 (일꾼개미가) 직접 짝을 찾고 자식을 낳는 경우보다 가족의 고유한 유전자 세트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을 전한다. 유전적 우연으로 생긴 본능 행동이 가족 유전자 세트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희생을 유도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근거로 그는 "자식은 부모의 유전자를 절반씩 지니고 있다. 자신의 유전자를 자식만큼 많이 가진 개체는 세상에 없다"며 "이것이 가족주의 또는 혈연의식이라고 하는 의식과 감정의 생물학적·유전학적 기초"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타인에 관한 희생인 비친족이타주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유 작가는 ‘부작용’을 언급한다. "뇌는 유전자가 생존을 위해 조합한 기계"라면서도 "(이타주의가) 자신의 존재를 고귀하고 아름답게 만든다는 믿음 때문에 친족 아닌 타인에 대해서도 이타 행동을 한다"고 주장한다. 신을 향한 인간의 믿음을 예로 들며 "호모 사피엔스는 물질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믿으며, 그런 믿음을 표현하려고 때로는 목숨까지 건다. 이타주의도 그런 것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는 "자신이 ‘바보’였음을 알고 ‘바보’를 면하는 게 ‘바보’인 줄 모르고 사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고백했다. 책 내용에 존재할지 모를 여러 오류도 염려했다. "바보를 겨우 면한 문과 남자의 무모한 도전을 너그럽게 보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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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등하겠다"더니 급브레이크…"정부 믿고 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304쪽 |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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