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갚아도 추가 이자 내라며 협박
"피해자 보호하고 불법 사금융 전수조사해야"

제도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상대로 최대 5000%에 달하는 살인적인 이자와 함께 협박을 일삼은 불법 사채업 조직원들이 최근 무더기 검거됐다. 피해자 A씨는 "정신을 차리고 났을 때는 이미 어떻게 돌릴 수가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A씨가 처음에 빌린 금액은 20만원이었다. 일주일 후엔 시간당 연체료가 붙어 총 35만원을 변제해야 하는 등 이자는 점점 불어났다.

돈을 갚기 어렵다고 하면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오라며 다른 곳을 알선해줬다. 이자를 갚기 위해 이른바 대출 돌려막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알선 업체들도 같은 조직원들이었다고 한다.


A씨는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얘네들하고 거래하다 보니까 같은 회사의 같은 애들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돌려막기가 반복되면서 빌린 금액은 3억이 됐고, 여기에 이자 4억가량을 더해 A씨는 총 7억 이상의 빚을 지게 됐다.

기일 내 돈을 갚지 못하면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의 신상정보를 이용한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대출 시 제출한 가족과 지인의 신상정보는 협박 수단이 됐다. 자녀를 출산한 부모에게는 아기 사진을 전송해 살해 위협을 하고, 여성의 경우 나체 사진을 요구했으며, 여러 조직원이 번갈아 가며 수십 통의 욕설 전화를 하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상습적인 협박이 이어졌다.


A씨는 "밤새도록 폭언 문자 카톡이 계속 온다. 욕설은 당연하고 '돈 갚지도 않고 잠이 오냐', '병원에 있는 애를 죽이러 간다' 이런 식으로 왔다"며 "사람이 숨을 쉬는 거 외에는 좀비가 된다"고 토로했다.

20만원 빌린돈이 7억으로…영화보다 더 무서운 불법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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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 변제를 완료해도 빚의 굴레에선 벗어날 수 없었다. 조직원들은 추가 이자나 연체료 등 명목으로 협박을 지속하며 돈을 갈취했다. 처음 빌린 25만원이 4개월 뒤 1억3000만원으로 불어나자 추심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20대 피해자 사례도 있었다.


조직은 '점조직'과 '조직적 허위 자수' 방식으로 범행을 지속해왔다. 비대면 방식을 이용해 오로지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를 이용해 거래했다. 수사망이 좁혀오면 하위 조직원에게 대가를 주고 변호사를 선임해준 뒤 허위 자수하게 한 뒤 조직은 계속 범행을 이어가는 식이다.


조직 내 행동강령도 있었다. 대포차는 거주지 2㎞ 밖에 주차하고 반드시 도보로 이동하며, 공용 와이파이는 쓰지 않는 등이다. 이정만 강원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경위는 CBS 인터뷰에서 "조직이 확장되면서 조직 관리를 수월하게 하고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합숙 교육도 했다"고 전했다.


이 경위는 불법 채권 추심 피해를 막기 위해 "소액 급전이 필요하실 경우에는 정부의 최저 신용자 특례 보증, 서민금융진흥원의 정책서민금융상품이 이용 가능한지를 먼저 확인해 보시라"고 권유했다.


이 경위는 "인터넷 비대면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사전에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 사이트에 접속해서 대부업 등록 여부, 광고용 전화번호와 실제 전화번호 일치 여부 등을 조회하면 불법 대출업체를 걸러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출 업체에서 정상적인 대출 절차가 아니고 가족과 지인, 이런 연락처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면 불법 채권 추심으로 의심해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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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이자제한법에 따르면 20% 이상 되는 이자는 무효"라며 "112, 금감위에 신고하면 되니까 누군가 협박을 하면 신고하시라"고 강조했다. 승 선임연구위원은 14일 YTN '뉴스라이더' 인터뷰에서 "이런 조직들이 점조직화되는 것이 무서운 점이다. 이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 것"이라며 경찰에 불법 사금융 전수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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