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은행연합회에 최종금리 공시
당국 "적금 금리 올려라" 압박
5년에 5000만원 목표 맞추려면 은행 6% 이자 제공해야
은행 "정부가 이전 시장원리 정반대로 상품까지 손 대"

청년도약계좌 기본금리 4.5%로 올릴 듯…은행들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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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청년도약계좌 금리 확정 발표를 앞두고 은행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19~34세 청년들의 목돈 마련 취지로 만든 적금상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해서 12개 은행과 함께 이 금융상품을 만든 금융위원회가 특별히 신경쓰고 있다.


뜨거운 감자는 청년도약계좌의 최종 금리다. '월 70만원씩 적금을 부으면 5년에 5000만원을 모을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은행이 최소한 6% 수준의 금리를 제공해야 한다. 지난 8일 은행연합회에 잠정공시를 한 이후 은행들이 난처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다수 은행이 기본금리 3.5%에, 다소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2% 정도를 더 얹어주는 식으로 금리를 제시하자 금융위 압박이 거세졌다.

금융위는 금리 확정 공시 날짜를 연기하고, 그 사이 은행장들을 불러 모은 자리를 만들었다. 금리 인상 요구가 물밑에서 이뤄져 14일 확정 공시에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기본금리를 4.5%로 일제히 높이고 우대금리 조건도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확정금리는 이날 오후 3시에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다.


역마진 상품 팔라는 건 시장원리 역행…기존 금융지원과 결이 달라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이 나서서 은행에게 '밑지는 장사'를 하라는 걸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요즘 적금 상품의 금리는 보통 3%대 중반이다. 이를 감안하면 청년도약계좌 금리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현재 대출금리는 4~6% 선이고, 앞으로 대출금리가 내림세를 그릴거란 추이를 놓고 봤을 때도 청년도약계좌는 팔면 팔수록 손해 볼 가능성이 높다. '3%짜리 예·적금 상품을 팔아서 이 돈으로 5%짜리 대출을 해주는 식'으로 마진을 남기는 게 은행의 수익 구조다. 그런데 대출금리보다 청년도약계좌 금리가 더 높으니 역마진이 날수밖에 없다.

최근 수년간 은행이 이자 장사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고, 그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여 비난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은행도 사회적 공헌이 필요하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간 내놓는 대출금리 인하나 취약계층·자영업자 금융지원은 이번 청년도약계좌 금리 압박과는 결이 다르다는 게 은행들의 목소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원안은 정부도 권유했고 은행 역시 필요성에 공감해 나섰던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엔 시장원리와 정반대 방향으로 가도록 금융상품에까지 정부가 손을 댄 것"이라고 했다.


청년도약계좌 기본금리 4.5%로 올릴 듯…은행들 속앓이 원본보기 아이콘

금리 높였다가 은행 한 군데로 쏠릴까봐 가장 걱정

청년도약계좌 금리 설정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에도 은행을 불안에 떨게 한다. 지난해 2월 청년희망적금 때엔 이 상품을 판매한 은행이 제공하는 금리가 5%로 전부 같았다. 그러나 이번엔 은행마다 금리가 제각각이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가입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다른 은행보다 단 0.1~0.2%포인트라도 금리가 높다고 입소문을 타면 특정 은행 한 곳으로 청년도약계좌 수요가 몰릴 수 있고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불확실성 리스크가 높다"고 했다. 금리 잠정 공시 때 11개 은행 중에 가장 높은 금리(최고 6.5%)를 제시했던 기업은행은 쏠림현상을 우려해 대규모 손실을 막기 위한 장치를 당국에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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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해 2월 청년희망적금이 출시될 때도 예측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요가 몰렸다. 당초 정부는 1년 동안 38만명이 가입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보다 출시 열흘 만에 290만명이 몰렸다. 대통령까지 나서 신청한 사람은 모두 가입시켜주겠다며 사태 진화에 나설 정도였다. 이번에도 은행들은 이런 상황이 재현될까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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