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초동시각]AI시대 독서법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디지털 혁명으로 인류는 더 많은 부와 이윤을 창출해가고 있지만, 그 대가로 집중력이라는 자산을 잃어가고 있다. 오늘날 미국인이 스마트폰 등 스크린을 보며 지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15분이며, 스마트폰은 2617번을 만진다고 한다(책 '도둑맞은 집중력'). 심지어 '8초 인류'라는 책은 현대인이 무언가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 8초라고 지적한다.


이런 때일수록 무언가를 읽어내는 행위 자체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 분위기다. 독서는 사안에 대한 통시적 이해와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도구임에는 분명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를 '4050 책의 해'로 정했다. 전직 대통령이 책방지기를 자처하며 서점을 연 것도 그런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초동시각]AI시대 독서법
AD
원본보기 아이콘

다만 독서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을 치유할 유일한 해독제가 아닌 것도 분명하다. 독서는 주로 약이지만 때로는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이 해로운 독이 될 수도 있다.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은 사람보다 더 무서운 사람은, 단 한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다"라고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말했다. 그는 책 한권만 읽은 사람은 아집과 오만, 편견에 취약하다고 늘 경고했다. 단 한권의 책은 그 사람을 깨우치게 하기보다는, 독선과 이분법으로 내몰 가능성이 훨씬 크다. 다독가라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흑백사고에 빠져 편독하는 다독가는 그저 진영논리의 한복판에서 확증편향을 부추기는 이데올로그에 불과하다.


무언가를 읽는 행위가 오히려 해롭게 작용할 위험성은 인공지능(AI)의 시대엔 더욱 커진다. 지난달 11일 아일랜드의 '아이리시 타임스'는 AI로 작성한 기고문을 모르고 실었다가 독자에 사과했다. 텍스트만이 아니라 조작된 이미지와 영상은 사람들을 더욱 충격에 빠뜨린다. 지난주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대형 폭발이 발생했다는 가짜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주식시장마저 하락하는 등 혼란이 일었다. 미국 뉴스 신뢰도 평가 기관인 뉴스가드의 스티븐 브릴 뉴스가드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뉴스와 그렇지 않은 뉴스를 구분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AI는 가짜뉴스와 가짜콘텐츠의 질과 양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다. 독서 또는 다독이 해법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그 어떤 다독가라도 AI의 다작을 따라갈 순 없다. 어쩌면 이 시대에 권장되는 태도는 독서 그 자체라기보다는 '비판(批判)적 사고'일 것이다. 비판 없는 독서는 '유튜브만이 진실이다'라고 외치는 유튜브 중독자만큼이나 해롭다.


사실상 인터넷상에서 출처 없이 떠도는 모든 정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가짜뉴스, 가짜정보에 속기 싫다고 해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책을 모두 던져버리는 건 현실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단지 출처를 의심하고, 교차검증을 위한 몇 번의 검색이면 충분하다. 물밀듯이 쏟아지는 정보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비판적인 사고는 자신을 지키는 가장 값싸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의대 교수들 집단사직 예고…교육부 "실습 수련 차질 생길 것"(종합) [청춘보고서]기술 뚫고 나오는 인간미에 반했다…K팝 세계관 확장시킨 '플레이브' "삼성전자 美 보조금 60억달러 이상…테일러 외 추가 투자 확대"(종합)

    #국내이슈

  • 대선 압승한 ‘21세기 차르’ 푸틴…'강한 러시아' 통했다 희귀병 투병 셀린 디옹 "꼭 무대로 돌아갈 것" 여성징병제 반발 없는 북유럽…징집대상 중 소수만 선발[뉴스in전쟁사]

    #해외이슈

  • 서울 대표 봄꽃 축제…3월29일~4월2일 여의도 봄꽃 축제 독일축구팀 분홍색 유니폼 논란…"하이힐도 팔지 그래?" 스페이스X, 달·화성 탐사 우주선 세 번째 시험비행 또 실패

    #포토PICK

  • 아우디 A5 카브리올레 2024년식 출시 [타볼레오]조수석·뒷좌석도 모두 만족…또 진화한 아빠들의 드림카 현대모비스 "전비·디자인·편의성 개선"… 새 전면 통합모듈 공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치솟는 과일값 '애플레이션' [뉴스속 용어]정부와 의료계 'ILO 강제노동 금지 협약' 공방 [뉴스속 용어]총선 앞둔 인도, '시민권 개정법' 논란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