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별곡(別曲)](下) "무법지대 개 식용산업 사라져야" vs "국민 선택권 보장해야"
식육견에 대한 찬반 논쟁은 2가지가 쟁점이다. 우선 '개의 식용을 금지하는 것이 옳은가'. 또 하나는 '식용 개의 도축을 법으로 규제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관련 단체들은 이 두 가지 질문을 두고 맞서고 있고, 대중도 찬반이 엇갈린다.
"개 식용산업 사라져야 실질적인 보호 가능"
동물권보호단체 카라의 최민정 정책팀장은 25일 "개 식용산업 현장은 한 마디로 무법지대"라고 표현했다. 그는 "대규모 개농장도 외국에선 볼 수 없는 엽기적인 행태다. 개는 집단사육이 불가능해 가둬 키우면 학대가 만연할 수 밖에 없고,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엄격히 관리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견육은 축산물위생관리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도축, 가공, 유통 과정에 대해 별다른 법적 규제가 없는 현실이다. 때문에 개 도축은 불법이 아니지만 그 방식이 동물보호법상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로 판단되면 처벌 받게 될 뿐이다. 다만 잔인한 방법이란 기준이 모호해 문제다. 개 도축에 대해서도 최 팀장은 "개의 죽음 자체도 막아야 하는 일이지만 도살 과정 역시 잔인하고 불법적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따로 키워 도축한다는 개 식용산업 종사자들의 설명도 실제론 다르다고 한다. 최 팀장은 "집에서 키우는 개들도 번식을 못하면 식용산업으로 흘러가고 버려진 애완견들이 국물용으로 팔려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주장했다.
최 팀장은 "궁극적으로는 개를 포함해 모든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독 개를 보호하자는 여론이 커진 배경에 대해 그는 "동물권 훼손이 가장 만연해 있는 곳이 개 식용산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적 테두리 안에 있는 동물에 대해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살필 수 있는 사회적 감시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선택권 존중… 개 도축 특성도 이해해야"
반면 대한육견협회는 "국민의 먹거리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 식용 금지를 반대하고 있다.
주영봉 전 사무총장은 "아직 견육 소비가 있고 거기에 맞춰 생산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보신탕을 먹어서 부작용이 있다든지, 사회적인 문제가 명확히 있다고 하면 금지되는 것이 맞지만 과거에도, 그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법률로 금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2021년 6월 여론조사 전문기업 리얼미터의 '개 식용에 대한 인식 및 관련 법 제정'에 대한 조사 결과는 육견협회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전국 만 19세 이상 국민 1012명이 응답한 이 조사에서 국민 72.1%가 견육 섭취는 "개인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응답했다.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1.5%에 그쳤다. 반면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축하는 데 대한 법 규제에는 절반에 가까운 57.8%가 동의했다.
개는 전기로 감전시키는 '전살법'으로 도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로 때려서 도축하던 이전의 잔인한 방식에서 많이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전살법도 개에 대해서는 잔인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2020년 4월 대법원도 2011~2016년 개 30마리를 전살법으로 도축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농장 주인 A씨의 사건에서 "여러 가축에게 사용하는 전살법이 개에 대해서도 고통이 없는 도축법인지는 알 수 없다"며 "동물의 종마다 다를 수 있는데 그런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주 전 총장은 "개는 소, 돼지, 닭 등과 달리 공격하는 성질이 있어 도축 때 안전 문제가 있다. 그래서 철장에 가둬서 전기충격을 주는 것"이라며 "그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주 전 총장은 "요즘 20~30대 사람들은 보신탕을 잘 먹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개를 식용으로 쓰는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리도 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굳이 견육의 식용을 이슈화해서 금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 시선은… "존중하지만 안타까워"
우리 보신탕 문화의 타당성을 판단할 때 함께 언급되는 것이 '외국의 시선'이다. 외국 유명인사들이 우리 보신탕 반대 목소리를 낼 때마다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이른바 '보신탕 단속'을 한 것도 외국의 시선을 크게 의식해서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외국인들의 시선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충격, 거부감을 감추지 않는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동물구조팀 디렉터로 일하는 오드라 호튼(미국)씨는 본지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개 식용산업 내에선 기본적으로 개들이 큰 고통을 받는다는 점에서 한국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그 문화적 차이는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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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한국에 방문해 보신탕을 먹어볼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엔 "없다"고 단호히 말하면서 "개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감정이 풍부하고 지적인 동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사람들이 개를 잘 보살펴주고 반려동물로 인식하며 입양 문화도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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