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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비트]"재택근무 비용 내놔!", 직원 vs 회사 갈등[오피스시프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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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사용료·전기료 등 간접 비용 둘러싼 '충돌'
아마존 직원 집단 소송, 각국 규정 만들어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찐비트 속 코너인 '오피스시프트(Office Shift)'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사무실의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동안 우리가 함께해온 실험을 통해 업무 형태의 답을 모색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매주 토·일요일 오전 여러분 곁으로 찾아갑니다. 40회 연재 후에는 책으로도 읽어보실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찐비트]"재택근무 비용 내놔!", 직원 vs 회사 갈등[오피스시프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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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지털 정수기 스타트업 베비(Bevi)는 5000명이 넘는 고객사 직원들이 사무실에 몇명이나 돌아왔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베비의 정수기를 통해 소비되는 물의 양을 보면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직원들이 자연스레 물을 마시게 되고 정수기 근처에 모여 대화를 나눈다. 션 그룬디 베비 창업자는 지난달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무실 점유율 추세를 알고 싶어하는 헤지펀드와 시장 투자자들로부터 관련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렇듯 특정 공간에 사람이 머물면 뭔가를 사용한다. 회사가 사무실을 운영하면 직·간접적인 비용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공간 임대료뿐 아니라 마시는 물,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수도, 전기, 가스, 인터넷 사용료까지 기본 인프라 비용이 투입된다. 책상, 의자, 노트북 등 집기에 음료수나 간식까지 모두 다 비용으로 잡힌다. 여름과 겨울에는 냉방비와 난방비가 엄청나다. 구내식당이 있다면 '공짜 밥'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진출처 : 베비(Bevi) 인스타그램)

(사진출처 : 베비(Bevi)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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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를 한다면 이런 비용은 누가 내야 할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근무제 실험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데에도 큰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직원 입장에선 으레 회사가 내는 비용이라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가 집에서 일하다 보니 부담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초기 직원들이 '회사가 내 집을 빌려 사업한다'고 지적하면서 비용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각종 집기 등의 사용이 줄어 사무실 운영 비용은 감소했을지 몰라도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이 새로 투입됐고 사무실 임대료는 계약 기간 동안 내야 했다. 회사도 직원도 재택근무를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졌다.

◆ "인터넷 사용료 내놔" 2년째 소송 끌고 온 사연

지난달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관련해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나온 한 소송 결과가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아마존 엔지니어인 데이비드 윌리엄스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중 재택근무를 하면서 개인이 낸 인터넷 이용료, 전화비 등을 회사가 충분히 돌려주지 않았다며 이를 돌려달라는 소송이었다. 2021년 윌리엄스 혼자 먼저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다른 직원들이 추가로 참여해 집단 소송으로 확대됐다. 이 소송에 동참한 아마존 직원만 700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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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법원은 윌리엄스의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에 참여한 7000명 중 600여명이 회사에서 평균 66달러 정도의 비용을 받았고 그중 일부는 전액을 보전받았다고 했다. 전원이 같은 주장을 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법원은 이번 소송 건이 일부 결함이 있어 받아주지 않았을 뿐 다시 내용을 보완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뒀다. 지자체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를 지시한 것에 따랐을 뿐이라면서 비용을 보전해줄 의무가 없다고 한 아마존 측 주장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택근무에 따른 회사의 비용 보전 의무를 두고 다시 한번 다툴 수 있게끔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윌리엄스 측은 소송에 참여한 인원 중 10%도 채 되지 않는 직원만 원하는 만큼 비용을 보전받았다면서, 이들을 제외하고 다시 내용을 보완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무려 2년에 걸쳐 인터넷 사용료를 받아내기 위한 대대적인 소송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야말로 재택근무에 따른 비용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를 두고 벌이는 '한판 대결'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

◆ 재택근무 지원, 어디까지 제공해야 할까?

2020년 코로나19라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규모로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업무가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 집에 적절한 근무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했다. 그 시기 일부 대기업은 지원에 나섰다. 노트북, 모니터, 의자처럼 장비나 인프라를 위한 초기 비용을 지원하거나 전기료·인터넷 사용료 등 업무 수행시 지속해서 발생하는 유지 비용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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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비교적 초반이었던 2020년 5월 필요한 장비와 가구를 구매하는 데 드는 초기 비용 1000달러를 지급했다. 국내에서는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2021년 12월 임직원 1700여명에게 '의자계의 샤넬' 허먼밀러 의자와 전동식 책상, 초고해상도 모니터 중 하나를 선물로 지급해 화제가 됐다. SK텔레콤의 경우에도 2020년 코로나19 초기 IT 근무 지원금을 만들어 노트북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40만마일리지(현금 40만원 상당)를 지급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유지 비용을 지급하기 시작한 기업도 등장했다. 대체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기업들이다. 일본 NTT그룹은 2020년 원격근무를 확대 도입하면서 기존에는 제공하지 않던 수도·통신비를 지급했고, 2022년 7월에는 거주지 제한을 없애면서 사무실로 출근할 때 통근비를 상한선 없이 지원키로 결정했다.

국내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직원에 지급하기 시작한 지원금 월 10만원을 지금도 지급하고 있다. 올해부터 '근무지 자율 선택제'를 실시, 임직원 전체가 회사나 집 등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재택근무 지원금'이 여전히 모두에게 지급되고 있다.


재택근무 정책을 유지하는 네이버는 직원들에게 월 30만원씩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집에서 일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다 사용이 가능하다. 네이버 계열사인 라인플러스는 지난해 7월 '하이브리드 워크 2.0' 근무제를 공식 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 매달 17만원 상당의 현금성 포인트를 지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코로나19 초기 지급했던 IT 근무 지원금을 계속해서 지급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분기당 5만마일리지, 연간 기준 20만마일리지를 제공한다. 지난 2월부터 조직별로 자율적으로 운영하던 재택근무를 주 1회로 제한했지만, 거점오피스 등을 적극 활용하며 '워크 프롬 애니웨어(Work From Anywhere)' 정책을 유지하는 만큼 IT 기기를 비용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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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IT 대기업에 다니는 차장급 직원 A씨는 "시작은 재택근무이지만 어디서 일하건 생산성을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라고 주기 시작한 지원금 아니겠나. 지원금 지급을 갑자기 중단하면 직원들 사기가 떨어지고 반발도 있을 것"이라며 "이제 재택근무 지원금은 하나의 복지가 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렇게 지원제도를 잘 갖추고 있는 기업이 흔치는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1년 7~9월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국내 기업 62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노트북 등 PC를 제공했다는 응답률이 77.6%로 가장 많았고 사무기기 및 용품(31.5%), 인터넷 사용료(16.3%), 전기료 등 간접비용(15.8%) 순으로 나왔다. 대부분 업무를 위한 PC 지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인터넷 사용료나 전기료 등을 회사에 달라고 요구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고용주가 보전해줘야" 각국 규정 어떤가 보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기업이 많아지자 각국 정부에서는 비용 문제와 관련한 법적 규정이나 매뉴얼을 만들었다. 올해 들어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축소하는 경우도 더러 등장하고 있지만,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꽤 남아있는 만큼 비용과 관련한 이슈는 당분간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대화와 합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MIT슬론비즈니스리뷰는 지난 2월 "재택근무와 관련한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회사가 준비되지 않았다"며 "재택근무 규정을 준수하는 데 따라야 하는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더 많은 고용주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들이려 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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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는 2020년 매뉴얼을 통해 "보통 재택근무 비용 보전과 관련한 법 또는 규정이 없지만, 팬데믹 시기인 만큼 법적 근거나 정부의 직접적인 요구가 없어도 고용주가 합리적이고 필요한 비용에 대해서는 보전을 해줘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보전해 줘야 할 비용으로는 통신비, 인터넷 사용료, 개인 컴퓨터와 태블릿PC 등이 언급돼 있다. 하지만 직원 개인의 편의를 위한 추가 컴퓨터 모니터, 인체공학 의자, 프린터 등은 반드시 지원해 줘야 할 항목은 아니라고 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재택근무제에 관한 해외 입법·정책 사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2005년 마련한 재택근무 전국협약에서 이미 비용 문제를 규정해뒀다. 통신 관련 비용은 회사가 부담해야 하며 재택근무자에게 적절한 기술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독일은 '홈오피스 작업장'을 위해 필요한 도구인 컴퓨터 또는 프린터기나 책상, 의자와 같은 시설물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직원에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직원은 이에 대해 비용 청구권을 갖고 있다.


스페인은 2020년 9월 '원격근로에 관한 긴급 입법'을 제정, 재택근무시 필요한 장비와 소모품, 그 밖의 비용에 대해 회사 측이 부담할 금액을 정하도록 규정했다.


국내에서도 고용노동부가 2020년 9월 재택근무를 실시할 때 도입 절차와 관리 방안, 예상되는 법적 쟁점 등을 정리한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을 만들었다. 매뉴얼에 따르면 재택근무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은 원칙적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재택근무자에게 교통비와 식비를 제공할 필요는 없지만, 추가 발생할 수 있는 통신비, 소모성 비품 등은 사업주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전기·통신비 등은 업무사용분과 사적 사용분을 현실적으로 구분하기가 힘든 만큼 실비 변상 목적으로 재택근무수당과 같이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봤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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